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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68=136...문 대통령이 교황에 선물한 '철조망 십자가'의 비밀

입력
2021.11.0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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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 제작한 박용만 한국몰타기사단 회장
청와대 "한반도 평화 기원 뜻 담아 선물 건네"
한반도 모양 본뜬 136개 철조망 십자가 전시도
박용만 "분단 68년, 남북 고통 시간 합쳐 만들어"

바티칸 교황궁을 공식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프란치스코 교황과 단독면담을 마친 뒤 비무장지대 폐철조망을 녹여 만든 평화의 십자가를 선물로 건네며 그 의미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바티칸 제공. 뉴시스

바티칸 교황궁을 공식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프란치스코 교황과 단독면담을 마친 뒤 비무장지대 폐철조망을 녹여 만든 평화의 십자가를 선물로 건네며 그 의미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바티칸 제공. 뉴시스


"한국의 허리를 가로지르는 군사분계선이 250㎞에 달합니다. 그 철조망을 수거해 이렇게 십자가로 만든 겁니다. 성서에 창을 녹여서 보습(농기구에 끼우는 넓적한 삽 모양의 쇳조각)을 만든다는 말이 있는데, 거기에 더해 한반도 평화의 의미를 담아서…"

문재인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철조망 십자가를 건네며

지난달 29일 바티칸 교황궁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프란치스코 교황과 20분 넘게 단독 면담을 마친 뒤 강원도 고성 일대의 비무장지대(DMZ)의 버려진 철조망으로 만든 '평화의 십자가'를 선물로 건넸다.

교황은 2014년 8월 방한 당시에도 염수정 추기경으로부터 휴전선 철조망으로 만든 '가시 면류관'을 선물받은 적이 있다. 이후 교황은 2018년 10월 문 대통령의 바티칸 방문에 맞춰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미사'를 봉헌하고 방북 의사도 거듭 강조하며 한반도 평화 전도사 역할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가시 면류관'에 이어 '철조망 십자가'까지. 분단의 아픔과 고통, 대립과 갈등을 상징했던 가시 돋친 철조망이 용서와 화해를 상징하는 십자가로 부활하며,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징표가 된 셈이다.


가시 돋친 철조망이 십자가로 부활...한반도 평화 기원 징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지난달 29일 이탈리아 로마 산타냐시오 성당에서 열린 '철조망 평화가 되다' 전시회에 참석해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뉴스1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지난달 29일 이탈리아 로마 산타냐시오 성당에서 열린 '철조망 평화가 되다' 전시회에 참석해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뉴스1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마음은 로마 산타냐시오 성당에서 열린 '철조망, 평화가 되다' 전시로 이어졌다. 한반도 지도 모양으로 세워진 136개의 평화의 십자가들은 세계인에게 큰 울림을 주고 있다.

그런데 왜 하필 136점일까. '평화의 십자가' 작품을 기획한 것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지낸 박용만 재단법인 '같이걷는 길' 이사장(두산경영연구원 회장). 그는 1일 KBS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와의 인터뷰에서 "돌이켜 보니 올해가 한국전쟁 휴전 이후 분단 68년이 됐더라. 남과 북이 68년의 세월 동안 분단의 아픔과 고통을 겪었다는 점에서 그 시간을 남과 북 모두 합쳐 136년의 고통과 같다는 생각에서 136개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분단 68년, 남과 북이 겪어낸 각각의 고통의 시간을 합친 136년을 위로하고, 남북이 힘을 합쳐 평화의 시간으로 바꿔 나가겠다는 의지를 담았다는 설명이다. '평화의 십자가'는 조각가 권대훈 서울대 교수와 제자들이 폐철조망을 녹이고 꼬고 두드려서 만든 작품들이다.



철조망 십자가 136개? 분단 68년, 남과 북 고통의 시간 합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이탈리아 로마 산타냐시오 성당에서 열린 '철조망 평화가 되다' 전시회에서 한반도를 형상화한 전시작품의 LED 촛불 점등식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이탈리아 로마 산타냐시오 성당에서 열린 '철조망 평화가 되다' 전시회에서 한반도를 형상화한 전시작품의 LED 촛불 점등식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뉴스1

'철조망 십자가'는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박 이사장(세레명 실바노)의 세 번째 신앙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박 이사장은 노동에 대한 위로의 뜻을 담아 동대문시장에서 쓰던 낡은 손수레로 만든 '구르마 십자가', 수녀들의 해진 수녀복으로 만든 '치유 베개'를 만들어 왔다. 노동, 질병 등 한국 사회의 구석진 아픔에 대한 조명이 한반도 분단 문제로까지 확장된 것.

박 이사장은 "한국에는 양극화, 질병, 갈등, 빈곤 등 여러 아픔과 그늘이 있지만 가장 큰 갈등의 아픔은 남북 대립이라고 생각했다"며 "우리는 지금껏 남북 대립을 너무 당연한 것처럼 살아왔는데 조금 시선을 바꿔, 총칼을 앞세운 대립이 아니라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대화를 하되, 모든 것들을 내려놓는다면 평화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시작하게 됐다"며 철조망 십자가 프로젝트의 의미를 되새겼다.



박용만 "남북 대립, 차이 인정 대화하면 평화도 가능하지 않을까"

지난달 29일 이탈리아 로마 산타냐시오 성당에서 열린 '철조망 평화가 되다' 전시회에서 박용만 전 대한상의 회장이 전시회 관련 설명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뉴스1

지난달 29일 이탈리아 로마 산타냐시오 성당에서 열린 '철조망 평화가 되다' 전시회에서 박용만 전 대한상의 회장이 전시회 관련 설명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뉴스1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을 지낸 박 이사장은 요즘 한국몰타기사단 회장의 직함으로 더 자주 불리고 있다. 한국어로 '몰타기사단'인 '오더오브몰타(Order of Malta)'는 90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로마에 본부를 둔 가톨릭 단체이다. 전 세계 120개 나라에서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한 의료·복지·구호활동을 펼치고 있다.

박 이사장은 2015년 4월 한국지부 설립과 함께 초대 회장을 맡아 지금까지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몰타기사단 회장 자격으로 2018년 10월 교황청 성베드로대성당에서 열린 '한반도 평화를 위한 특별미사'에 참석하고, 문 대통령과 피에트로 파롤린 교황청 국무원장의 회담에 배석하기도 했다.

한편 136개 평화의 십자가로 만들어진 한반도 지도는 한국에서도 관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 이사장은 "내년 부활절을 맞아 전시를 시작할 예정이다. 장소는 명동성당 지하에 갤러리를 예약해놨다"고 했다.

강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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