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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자민당 1강 체제는 철옹성인가

입력
2021.11.03 00:00
26면

코로나 진정 속 자민당 예상밖 승리
기시다 총리의 경제 외교노선 탄력
한일관계 개선 가능성은 크지 않아

기시다 후미오(오른쪽 세 번째) 일본 총리가 중의원 선거(총선)가 치러진 31일 당 지도부와 함께 도쿄 자민당 본부에 설치된 개표센터를 방문해 당선자 이름 위에 장미꽃을 달아주며 미소짓고 있다. AP 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오른쪽 세 번째) 일본 총리가 중의원 선거(총선)가 치러진 31일 당 지도부와 함께 도쿄 자민당 본부에 설치된 개표센터를 방문해 당선자 이름 위에 장미꽃을 달아주며 미소짓고 있다. AP 연합뉴스

10월 31일 일본 정권의 선택을 묻는 총선에서 기시다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은 예상을 상회하는 의석을 확보해 자민당 1강 체제를 안착시켰다. 애초 이번 선거에선 자민당의 단독과반 의석 확보가 힘들 거라는 예상이 많았고 모처럼 후보 단일화를 만들어낸 야당 연합의 선전이 점쳐졌다. 그러나 자민당은 전체 의석 465석 중 261석을 획득하는 승리를 거두었고 여기에 연립여당 공명당이 32석을 더해 압도적 다수의석으로 제2기 기시다 정권의 탄생을 예고했다. 민당은 17개 상임위원회의 위원장을 독점하고 위원회의 다수를 차지할 수 있는 절대안정 다수인 261석을 획득함으로써 기시다의 국정운영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되었다.

특히 이번 선거를 통해 헌법개정 및 외교안보 노선에 대해 자민당과 뜻을 함께하는 일본유신회가 기존의 11석에서 41석으로 몸집을 크게 불리며 제3당으로 급부상함으로써 의회 내의 세력 균형은 자민당 쪽으로 무게중심이 기울게 되었다. 한편 자민당에 대항하기 위해 일본 공산당까지 끌어들여 5당 야당 연대를 통한 공동투쟁을 벌인 제1야당 입헌민주당은 정권교체는커녕 원내 의석이 110석에서 96석으로 줄어드는 패배를 감수하였다. 5당 야당 연합은 소선거구 289석 중 75%에 달하는 217개 지역구에서 후보 단일화를 이뤄 자민당과 맞섰으나 오히려 10석이 줄었다.

기시다가 이끄는 자민당이 예상외의 대승을 거머쥔 데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방역 성공이 한몫했다. 올림픽 전후로 기승을 부리던 코로나 바이러스는 기시다 집권 후 놀라울 정도로 확산세가 꺾여 자민당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을 극적으로 돌려 놓았다. 정부의 코로나 대응에 대한 불만으로 전임자 스가가 물러난 것과는 대조적으로 배턴을 이어받은 기시다는 코로나 이후 경제회복을 정책 비전으로 제시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자민당은 적절한 타이밍에 총재 교체를 단행해 오히려 코로나 위기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살려냈다.

자민당 승리의 또 하나의 큰 원인은 야당의 패착에서 찾을 수 있다. 2009년 총선에서 압승하며 3년간 집권했던 민주당은 2012년 자민당에 정권을 내준 후 극심한 혼란과 분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정권 담당 능력을 갖춘 야당 역할을 사실상 포기했다. 야당은 '반(反)자민-비(非)자민 유권자'를 하나의 그릇으로 담아내는 데 번번이 실패함으로써 자민당 1강 체제를 오히려 공고하게 만들었다. 이번 총선에서 입헌민주당은 기본정책에서 결을 달리하는 공산당과 어렵사리 단일화를 성사시켰지만 대안 세력으로 뚜렷한 정책과 이념의 대립 축을 만드는 데 실패했고 오히려 공산당과의 단일화로 일부 유권자의 역풍을 맞았다.

자민당의 총선 승리로 기시다는 정치적 입지가 강화되어 경제와 외교에서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 기시다는 당장 코로나로 정체에 빠진 경제를 회복하기 위한 정책 드라이브에 시동을 걸 전망이다. 기시다가 내건 경제정책은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으로 집약되는 '새로운 자본주의' 노선으로 아베노믹스를 유지하되 양극화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궤도를 수정한다는 것이다.

한편 총선 승리로 외교안보 정책 수행에도 기시다의 리더십에 탄력이 붙게 될 전망이다. 총선 공약인 방위비 증액과 적 기지 공격능력 보유 문제는 현실적인 정책 과제로 등장했다. 총선이 끝나자마자 기시다 총리는 영국으로 날아가 유엔기후 총회(COP26)에 참석하는 일정에 올랐다. 미국 영국을 비롯한 우방을 필두로 글로벌 정상외교를 본격화하는 행보에 나서게 될 전망이다. 하지만 기시다 총리가 당장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 나설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아 보인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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