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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예약 만석에 자영업자 '행복한 비명'… 야구장 '치맥'도 돌아왔다

입력
2021.11.01 17:46
수정
2021.11.01 21:23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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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코로나 첫날 식당가 점심부터 단체손님
영화관은 접종완료자 전용 '붙어 앉기' 좌석
"손님 밀려드는데 접종 확인해야" 볼멘소리도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1단계가 시행된 1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호프 밀집지역이 맥주를 즐기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뉴시스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1단계가 시행된 1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호프 밀집지역이 맥주를 즐기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뉴시스

"행복한 비명이죠. 저녁 예약이 꽉 찼어요. 그런데 이번 핼러윈데이 때처럼 너무 많이 쏟아져 나오면 원래대로 돌아갈까봐 걱정이에요." (서울 용산구 식당 주인 배모씨)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1단계가 시작된 1일 서울 시내 식당과 영화관 등은 모처럼 활기를 찾은 모습이었다. 점심 때부터 회식을 하는 직장인 단체손님이 여럿 눈에 띄었고, 밤이 되자 식당 앞은 '2차 대기줄'로 가득 찼다. 자영업자들은 "얼마 만의 예약 만석인지 모르겠다"며 매출 회복에 기대감을 보였다. 다만 일각에선 "확진자가 폭증해 거리두기가 다시 강화되면 어떡하냐"는 우려도 나왔다.

방역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부터 6주간 위드 코로나 1단계가 적용되면서 백신 접종 여부와 관계없이 수도권에선 10명까지, 비수도권에선 12명까지 사적 모임이 가능하다. 다만 마스크를 벗고 음식을 먹어야 하는 식당·카페의 경우 미접종자는 4명까지만 합류할 수 있다.

알바 뽑고 재료 주문 늘리고... 손님들은 "2차 가자"

위드 코로나 1단계가 시작된 1일 오후 8시 서울 강남구의 한 족발집에 단체 손님들이 들어서 있다. 서현정 기자

위드 코로나 1단계가 시작된 1일 오후 8시 서울 강남구의 한 족발집에 단체 손님들이 들어서 있다. 서현정 기자

이날 저녁이 되자 식당가는 '2차 행선지'를 물색하는 단체 손님들로 북적였다. 오후 8시쯤 일행 5명과 강남역 앞을 배회하던 한 시민은 인근 포차에 전화를 걸어 "언제까지 영업하냐"고 확인한 뒤 "오후 11시까지 마시면 되겠다"며 걸음을 옮겼다. 족발집에서 지인 5명과 술을 마시던 오대윤(31)씨는 "이 규모로 저녁 모임을 갖는 건 반 년 만에 처음"이라며 "집단 감염이 우려되긴 하지만 그만큼 조심해서 만나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부 업소는 손님 증가를 기정사실화하고 일찍 대비에 나섰다. 강남역 인근에서 1년 6개월째 베트남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한기욱(24)씨는 "월요일이라 체감 변화가 덜하지만 점심과 저녁 모두 손님이 최소 2배 이상 늘었다"며 "예전으로 돌아가려나 싶어서 아르바이트 뽑는 공고도 올려놓고 재료 발주도 1.5배쯤 늘렸다"고 말했다. 한씨는 "기존엔 예약을 해도 2인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8인 중심"이라며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일이라 반갑다"고 덧붙였다.

올해 8월 관악구 서울대입구역 인근에 숯불갈비집을 열었다는 오재홍(55)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한창 침체일 때 저가로 가게를 매입했는데도 여태 손해를 봤다"며 "이제 영업시간 제한이 풀렸으니 수익을 거둘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일부에선 "백신 증명 요구 부담"

인원 제한은 완화됐지만 여전히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식당·카페 주인들은 부담감을 털어놓기도 했다. 한씨는 "가끔 출처가 불분명한 2차 접종 증명 화면 캡처본을 가져와서 입장을 요구하는 손님들이 있어서 걱정된다"고 말했다. 강남에서 5개월째 주꾸미집을 운영하는 조명규(24)씨 역시 "(손님들이) 다른 사람 접종 QR코드를 가져와서 자기 것처럼 찍을까봐 고민"이라며 "만약 식당에서 확진자가 나오면 꼼꼼히 살피지 못한 우리 책임이 된다"고 우려했다.

백신 미접종자는 4명까지만 모일 수 있기 때문에, 업소는 5인 이상 단체손님이 올 경우 백신 접종자가 포함됐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그럼에도 종전처럼 안심콜이나 수기 명부 작성만으로 손님을 받는 식당들도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이날 오후 1시쯤 찾은 강남역 인근 순댓국집은 직원들이 밀려드는 주문으로 분주한 가운데 5명 이상 손님들은 입구에서 자체적으로 QR코드를 찍거나 안심콜 전화만 건 뒤 입장했다.

영화관 팝콘·야구장 치맥도 돌아왔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위드 코로나 1단계가 시작된 1일 오후 2021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1차전이 열린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을 찾아 방역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위드 코로나 1단계가 시작된 1일 오후 2021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1차전이 열린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을 찾아 방역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화관과 야구장 등 문화·스포츠 시설도 활기를 찾았다. 일부 영화관은 '음식 먹기'와 '붙어 앉기'가 가능한 상영관을 따로 운영해 관람객을 맞기 시작했다. 이날 오후 3시쯤 용산구 CGV를 찾은 대학생 윤모(22)씨는 "예전처럼 친구들과 한 좌석씩 떨어져 앉아야 하는 줄 알았는데, 백신패스관이 따로 있다고 해서 좌석이 붙어 있는 티켓 3장을 구매하고 함께 먹을 팝콘도 샀다"고 말했다.

'야구장 치맥'도 돌아왔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포스트시즌 경기 좌석 전체를 취식이 가능한 백신 접종자 구역으로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관중들은 입장 시 백신접종 완료 증명서나 48시간 이내에 발급된 유전자증폭(PCR)검사 음성확인서를 제출하면 된다. 프로야구팀 두산베어스 5년 차 팬이라는 직장인 박승연(25)씨는 "한동안 경기장에 가지 못하고 늘 영상으로만 관람했다"며 "오랜만에 친구들과 치맥을 즐기며 현장에서 응원할 생각을 하니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1차전이 열린 송파구 잠실야구장을 찾아 방역 상황을 점검하기도 했다.

서현정 기자
최주연 기자
이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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