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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왜 중국 앞에서 '대만'을 건드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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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치에서 마침내 대만 문제가 '의제화'에 성공했다.
미 국무부가 지난 10월 26일 유엔 회원국들에 대만의 유엔 체제 참여를 지지해줄 것을 촉구하는 공식 '언론 성명'(Press Statement)을 발표한 것은 상당한 정치적 의미를 가진다. 대변인 명의가 아닌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명의로 해서 권위를 더했다.
워싱턴 정가 인사의 말로는 미국이 이렇게 대만의 유엔 가입 지지를 공식 '문서화'한 경우도 처음이라고 한다. 유엔 안보리이사국인 중국의 반대로 대만의 유엔 가입이 현실화되기는 어렵겠지만, 그 정치적 상징성은 크다. 세계 1위 초강국인 미국이 정부 차원에서 대만의 유엔 가입을 지지하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내놓았기 때문이다. 이로써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대만'은 미국 외교·안보 주요 의제로 명실공히 상향 조정됐다.
혹자는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판국에서 미국이 이런 '무리수'를 둔 것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시각도 있다. 벌써부터 미중 정상회담을 중국 측에서 취소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기 시작한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이탈리아 로마에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에게 "대만 문제는 미중 간 '가장 민감한'(最敏感) 문제"라며 "일단 잘못 처리하게 되면 미중 관계를 뒤엎는 '전면적인 파괴'(全局性破壞)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블링컨-왕이 회동과 관련해 중국 외교부가 내놓은 언론 보도문은 대만 문제만 융단폭격한 한 편의 '항의문'으로 읽힌다.
미국이 중국과 얼굴을 붉힐 것을 각오하면서 이번에 대만을 국제사회에서 지지하는 대외적 시그널을 확실히 내보낸 것에는 두 가지 사정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첫째는 최근 아프가니스탄 철수 사태와 '오커스'(AUKUS) 문제를 어설프게 처리해 국제사회에서 이미지 실추를 경험한 미국이 대만 문제에서마저도 기존의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일 경우, 현재 미국이 추구하는 인도·태평양전략에서 아군 결집 명분이 약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결집 대의명분으로 삼은 자유민주적 가치를 대만이 공유하고 있다. 미국 국내 정치에서 대만 문제가 급부상해 의제화된 점도 피해가기 어려운 부담이다.
전쟁 가능성이 담론화될 정도로 중국이 대만에 대해서 공세적으로 나오고 있는 형국에서, 미국이 '전략적 모호성'에서 벗어나 대만을 확실히 지킬 것이라는 시그널을 줄 필요도 있다는 시각도 대두됐다. 최근 CNN 타운홀 미팅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처음으로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면 미국이 방어할 것'이라고 군사 개입 가능성을 시사한 것도 이와 연계돼 있다. 바이든 발언 후 국무부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여전히 지킨다고 해명에 나섰고 일각에서는 나이 많은 바이든이 '또 말실수'했다고 폄하하기도 했지만, 이번 발언은 사실 '계산된 것'이란 평가도 나오고 있다. 중국의 대만에 대한 무력시위가 도를 지나쳐 미국의 무력 맞대응을 유발하게 않도록 '선을 넘지 말라'는 신호를 담았다는 것이다.
미중 수교 40여 년 역사에서 대만 문제가 이렇게 커진 적은 1995년 당시 리덩후이(李登輝) 총통의 미국 방문에 따른 최악의 군사위기 이후 참으로 오랜만이란 관전평이 많다. 미국정치 생태계에서 '의제화'에 성공한 대만의 행보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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