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총선서 자민 단독 과반 가능성... 기시다 ‘조기 총선’ 승부수 적중하나

입력
2021.10.31 23:33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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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민 단독 과반 실패시 9년 만의 붕괴,
기시다 책임론 불가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31일 총선(중의원 선거) 후 도쿄 자민당 당사에서 당선이 확실시된 자민당 의원의 이름 위에 장미꽃을 붙이고 있다.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31일 총선(중의원 선거) 후 도쿄 자민당 당사에서 당선이 확실시된 자민당 의원의 이름 위에 장미꽃을 붙이고 있다.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31일 치러진 일본 총선(중의원 선거)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이끄는 자민·공명 연립여당이 과반수(233석)를 넘는 의석을 획득한 것으로 확실시된다. 자민당이 단독 과반수를 넘길지 여부는 접전지역이 많아 불확실한 가운데, 오후 10시 현재 단독과반 달성의 가능성이 조금씩 커지고 있다. 새벽까지 피를 말리는 개표가 진행된 가운데, 기시다 총리의 조기 총선 승부수가 적중할 경우 향후 정국 주도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게 된다. 반대의 경우 2012년 이후 9년간 지속된 단독과반 붕괴에 따른 책임론이 불가피하다.

이날 오후 8시 NHK 출구조사에 따르면 자민·공명 연립여당은 합계 239~288석을 얻어 과반수 확보가 확실시됐다. 하지만 자민당 단독으로는 212~253석으로 예상돼, 과반을 넘길지 여부가 “아슬아슬하다”고 NHK는 보도했다. 다만 요미우리신문과 아사히신문, TBS·JNN 등 매체는 자민당이 단독 과반수를 넘길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오후 10시 20분 현재 자민당이 단독으로 190석을 확보한 것으로 집계돼, 접전 중으로 분류된 141석 중 3분의 1을 추가 확보하면 단독 과반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NHK는 이번 선거에서 처음으로 일본공산당 국민민주당 등 4개 야당과 함께 후보 단일화를 성사시킨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 99~141석(이전 109석)을 얻을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 공산당은 8~14석(이전 9석), 국민민주당은 7~12석(이전 8석), 레이와신센구미는 1~5석(이전 1석)으로 조금씩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단일화에 참여하지 않은 우파 야당 일본유신회는 종전 11석에 불과하던 의석이 34~47석으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공명당을 누르고 제3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중의원 의석 수 변화

일본 중의원 의석 수 변화



지지율 낮아질 우려에 '속전속결' 조기 총선 승부수

총 465석(지역구 289석, 비례 176석)을 두고 1,051명이 입후보한 이번 선거의 최대 관심사는 기시다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이 단독 과반수(233석)를 유지할지 여부였다. 성공할 경우 취임 후 4주 만에 ‘조기 총선’을 실시한 기시다 총리의 승부수가 통한 것으로 인식돼 정국 운영에 주도권을 쥘 것으로 기대됐다. 취임 직후 여론조사에서 이전의 스가 요시히데 총리 취임 직후보다 훨씬 낮은 50% 전후 지지율이 나왔지만, 이조차 시간이 지날수록 낮아질 우려에 즉각적인 중의원 해산 모험을 감행한 것이다.

실제로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시간이 갈수록 자민당 지지율은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총재 선거 직후 당 간부 및 내각 인사는 ‘도로 아베 정권’의 우려를 불렀고, '기시다 시대'를 느끼기엔 참신함이 부족했다. 여기에 입헌민주당과 일본공산당 등 5개 야당이 후보 단일화를 성사시켜 여야 1대 1 구도가 펼쳐지자 자민당 안팎에선 위기감이 커져갔다.

옛 민주당으로부터 정권을 되찾은 2012년부터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치른 세 차례 중의원 선거와 달리, 이번엔 40%에 이르는 선거구가 접전 지역으로 분류돼 자민당 단독 과반이 위태로울 것이란 전망도 한편에서 이어졌다. 이에 따라 기시다 총리는 선거 기간 내내 전국을 돌아다니며 응원 유세에 집중했다. 요미우리신문의 집계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가 지난달 19일 선거 공시 이후 30일까지 유세 기간 이동한 거리만 1만3,046㎞에 이른다.

31일 일본 총선(중의원 선거)이 실시된 가운데, 도쿄의 한 개표소에서 투표함을 개봉하고 개표하고 있다.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31일 일본 총선(중의원 선거)이 실시된 가운데, 도쿄의 한 개표소에서 투표함을 개봉하고 개표하고 있다.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기시다 1만3,000㎞ 이동하며 정력적 유세... 당 간부 실언은 악재

다만 기시다 총리의 유세가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일 힘이 있었는지는 의문이라고 슈칸분슌이 최근 보도했다. 선거 초반 총리를 보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여든 인파보다 동원된 듯한 사람이 많았고, 아베 전 총리의 과거 유세와 비교하면 10배나 차이가 났다는 것이다. 정책 면에서도 ‘분배’를 강조한 점은 좋았으나 구체적인 방안이 뒤따르지 않았고, ‘새로운 자본주의’ 구호 역시 말만 거창할 뿐 아베노믹스의 성장 중심주의와 큰 차이가 없다는 비판도 잇따랐다.

당 간부들의 실언도 기시다 총리에게 악재였다. 아마리 아키라 간사장은 아베 전 총리, 아소 다로 자민당 부총재와 함께 이른바 ‘3A’의 한 명으로 인식되며 기시다 내각이 ‘간판만 바꾼 아베-스가 내각’이란 인상을 줬고, 자신의 지역구에서조차 야권 후보와 접전을 벌였다. 아소 부총재는 홋카이도에서 유세하면서 "홋카이도의 쌀이 맛있는 것은 농민의 노력 때문이 아니라 지구온난화 때문"이란 실언을 해 안 그래도 자민당이 어려운 싸움을 하던 홋카이도의 민심을 악화시켰다.

힘겨운 싸움이었던 만큼 자민당이 전망대로 단독 과반을 유지하고 공명당과 함께 절대 안정 의석(261석)을 확보해 승리한다면 안정적 국정 운영이 보장된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 기시다 정권은 집권 초반부터 급격히 힘이 빠지게 된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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