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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에게 "꺼져" 문자 발송... 中 공산당 지방간부 해임

입력
2021.11.07 16:0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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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자좡 정법위 서기, 주민 민원 문자 메시지에
"꺼져"라고 매몰차게 답변 보냈다가 바로 면직
당국 "사회에 악영향, 나태함과 수양 부족" 일갈
시진핑 '공동 부유' 기조에 당 간부들 자세 낮춰

시진핑(오른쪽 여섯 번째)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9월 중추절을 앞두고 산시성 위린시 쑤이더현의 마을을 방문해 주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위린=신화 뉴시스

시진핑(오른쪽 여섯 번째)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9월 중추절을 앞두고 산시성 위린시 쑤이더현의 마을을 방문해 주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위린=신화 뉴시스

중국 지방의 공산당 간부가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잘못 보냈다가 해임됐다. 주민의 민원에 매몰차게 답장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이 간부는 “보이스피싱인 줄 알았다”고 해명했지만 당국은 “민중에게 열성적으로 봉사하려는 태도와 관념이 부족하다”고 일갈했다. 내년 가을 시진핑 국가주석의 집권 연장을 앞둔 중국이 민심과 눈높이를 맞추려 애쓰고 있다.

중국 허베이성 스자좡시 핑산현 당 상무위원 겸 정치법률위윈회(정법위) 서기 인모 씨는 9월 14일 돌연 면직 처분을 받았다. 이틀 전 새벽에 받은 문자에 잘못 응대한 것이 화근이었다. 답장으로 “꺼져(滚)”라고 딱 한 글자를 보냈는데 그로 인해 공직에서 물러나는 처지가 됐다. 순간 판단의 실수로 중국 공안과 사법을 총괄하는 공산당 산하기구 정법위의 지역 책임자가 단번에 내쳐진 것이다.

문자를 보낸 지역 주민 관모(여성)씨는 몸이 불편해 병원 치료를 받는 중이었다. 게다가 살고 있던 집의 철거 보상금 문제가 꼬이면서 끙끙 앓던 차였다. 그래서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붙잡는 심정으로 저간의 사정을 담아 인씨에게 어렵사리 도움을 청했으나 돌아온 건 참을 수 없는 모멸감이었다. 이 같은 사실이 다음날 인터넷에 확산돼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스자좡시는 바로 인씨의 직무를 정지하고 합동 조사팀을 꾸렸다.

조사에서 인씨는 “숫자와 알파벳으로 된 링크 주소가 달랑 문자로 왔길래 당연히 보이스피싱으로 생각했다”며 “링크 외에 아무런 내용이 없었고, 그래서 그런 식으로 답을 보낸 것”이라고 강변했다. 자신은 잘못이 없고, 자초지종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민원인 관씨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중국 허베이성 스자좡시 핑산현 주민 관모씨가 억울함을 호소하며 정법위 서기 인모씨에게 보낸 휴대폰 문자메시지. 글 말미에 링크를 걸어 참고자료를 첨부했다. 하지만 인씨의 답변(왼쪽 아래 빨간 네모)은 "꺼져"라는 한 글자에 불과했다. 이로 인해 인씨는 당 간부의 자질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해임됐다. 펑파이 캡처

중국 허베이성 스자좡시 핑산현 주민 관모씨가 억울함을 호소하며 정법위 서기 인모씨에게 보낸 휴대폰 문자메시지. 글 말미에 링크를 걸어 참고자료를 첨부했다. 하지만 인씨의 답변(왼쪽 아래 빨간 네모)은 "꺼져"라는 한 글자에 불과했다. 이로 인해 인씨는 당 간부의 자질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해임됐다. 펑파이 캡처

하지만 관씨 주장은 달랐다. 자신의 이름과 신분, 현재 처한 어려움을 담은 1,000자 분량의 문자메시지와 함께 참고용으로 여러 개의 웹 링크를 첨부했다고 항변했다. 특히 앞서 세 명의 담당자에게 민원 문자를 보냈으나 모두 내용을 확인하고서도 두 명은 아예 답이 없었고 한 명만 “회의 중이니 나중에 연락하겠다”는 답을 보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로 인해 잠을 설치다가 견디다 못해 새벽 1시 38분쯤 인씨에게 문자를 보낸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사팀은 관씨 손을 들어줬다. 지난달 23일 “인씨는 문자 내용을 읽지도, 첨부된 링크를 열어보지도 않았다”고 공지하면서 “인씨를 해임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왜 잘못했는지’를 조목조목 적시했다. 시 위원회는 “인씨는 당원의 지도간부로서 경솔하고 우악스런 방식으로 답신을 보내 사회에 나쁜 영향을 초래하고 자신의 수양이 부족하다는 점을 드러냈다”며 “그를 해임하는 건 정당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올해 들어 공산당원, 그중에서도 간부들의 역할을 다그치며 분위기를 잡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3월 공산당 중앙당교 청년간부들을 향해 “벼슬을 한 것처럼 허세를 부리지 말라”고 일갈한 바 있다. 특히 시 주석이 내세운 ‘공동 부유(함께 잘 살자)’ 국정 기조에 뚜렷한 성과를 내기 위해 각 지역 리더들이 자세를 낮추며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해 왔다.

여론도 “당원 간부가 민중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보여줬다”며 형식주의와 관료주의를 질타한 당국의 결정에 찬사를 보냈다. 펑파이는 “당 간부의 나태함과 책임감 부족, 낮은 도덕관념과 사상의 수준을 보여 준 사례”라며 “더구나 법질서를 지도, 조율, 감독해 사회안정을 도모해야 할 정법위 비서가 이런 일을 저지른 것은 악질적”이라고 쏘아붙였다. 주리자 중앙당교 교수는 “지도자가 주민들을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구체적 규정은 없지만, 공복인 정부 관리는 민중이 도움을 요청할 때 열정과 인내심을 갖고 책임을 지는 게 응당한 의무”라고 지적했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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