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코로나 체험판 핼러윈, 마스크 벗은 만취 인파가 쏟아졌다

입력
2021.10.31 18:00
수정
2021.10.31 18:09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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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31일 이태원·홍대 등지에 인파 쏟아져
골목 가게엔 유흥객 밀집… 심야엔 노상 술판
자영업자들 "코로나 재확산 우려는 성급"

핼러윈 데이를 하루 앞둔 3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가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뉴시스

핼러윈 데이를 하루 앞둔 3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가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뉴시스

"일상회복 정책이 시작된다니 반가우면서도 불안한 마음이 크죠. (모임 제한이 대폭 완화되는) 위드 코로나가 시작되기 전에 핼러윈이 있어서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직장인 김모씨)

11월 1일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개시를 하루 앞둔 주말, 핼러윈데이를 맞아 서울 용산구 이태원과 마포구 홍대 인근에 수많은 젊은이들이 쏟아져 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전으로 돌아간 듯한 모습이었다. 집단감염 발생을 막기 위해 상인들이 나서서 거리두기, 마스크 쓰기 등을 권고했지만 2년 가까이 억눌렸던 이들의 활력을 다스리기엔 역부족이었다. 방역 정책 전환 이후 코로나19 재확산의 전조를 보여준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코로나 잊은 핼러윈 풍경

핼러윈데이인 31일 새벽 서울 용산구 이태원 도로에 술병 등 각종 쓰레기가 쌓여 있다. 연합뉴스

핼러윈데이인 31일 새벽 서울 용산구 이태원 도로에 술병 등 각종 쓰레기가 쌓여 있다. 연합뉴스

31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9일부터 핼러윈데이 당일인 이날까지 이태원과 홍대 인근은 핼러윈 축제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코로나19 위기감이 컸던 지난해 이맘때에 비해 거리는 생동감이 넘쳤고 음식점과 술집 상당수는 새벽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대기줄이 길었다. 이날 만난 홍대 클럽 직원 이모(28)씨 "평소 영업시간은 오후 5시부터인데 핼러윈을 맞아 오전 5시부터 영업하고 있다"면서 "짧게는 30분, 길게는 4시간까지도 대기 손님이 있다"고 했다.

올해는 핼러윈데이가 일요일이라 전날인 30일에 가장 많은 인파가 쏟아져 나왔다. 호박·박쥐·유령 모양 머리핀처럼 간단한 액세서리를 착용한 이들부터,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복장처럼 최신 유행을 반영한 코스튬을 갖춰 입은 이들까지 다양했다. 이태원 한복판에는 말 세 마리가 등장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핼러윈데이를 하루 앞둔 3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부근에서 시민들이 횡당보도를 건너고 있다. 연합뉴스

핼러윈데이를 하루 앞둔 3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부근에서 시민들이 횡당보도를 건너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축제 분위기에 취해 방역수칙은 등한시됐다. 음식점이나 술집이 집중된 골목에 사람이 붐비다 보니 거리두기는 잘 지켜지지 않았고, '턱스크'나 '노마스크' 상태로 활보하는 이들도 있었다. 경찰과 지자체, 상인들까지 나서서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를 권고했지만 잘 통하지 않았다. 이태원의 한 바에서 일하는 이모씨는 "일행들이 (모임 인원 제한을 피하려) 찢어져서 가게로 들어오는 것을 일일이 막기가 매우 어려웠다"면서 "막무가내로 들어오려는 손님들과 실랑이를 하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영업제한 시간인 오후 10시부터는 노상에서 음주하는 이들이 늘어나 경찰이 단속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이태원파출소 관계자는 "낮시간대 근무자들이 새벽 1시까지 함께 근무해야 할 정도로 거리에 사람이 많았다"면서 "신고도 (평소에 비해) 많았다"고 했다. 방역수칙 위반으로 적발된 이들도 적지 않았다. 마포구청과 경찰에 따르면 30일 하루 동안 홍대 일대에서 적발된 방역수칙 위반 건수는 32건으로, 전날(5건)보다 훨씬 많았다.

"이대로 위드 코로나 괜찮나" 우려 고개

핼러윈데이를 하루 앞둔 30일 서울 용산구 세계음식거리가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뉴스1

핼러윈데이를 하루 앞둔 30일 서울 용산구 세계음식거리가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뉴스1

시민들의 불안감은 축제 현장에 나온 이들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번 핼러윈데이가 '위드 코로나 체험판'으로 여겨졌는데, 우려한 대로 방역수칙이 쉽사리 무력화되면서 코로나 재확산 위험도 커졌다는 것이다. 직장인 이모(24)씨는 "외출이나 모임 제한이 2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억눌려온 욕구가 분출되는 것 같다"면서 "위드 코로나라고 해서 모든 방역수칙을 내려놓는 것이 아닌데 오해하는 경향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영업제한 해제를 앞둔 소상공인들은 "성급한 우려"라는 반응이 많았다. 홍대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김병창(43)씨는 "핼러윈으로 인한 확진자 증가를 걱정할 것이었으면 위드 코로나 전환을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다"면서 "끝까지 정책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원 포차에서 일하는 백형준씨도 "가게들도 방역상 문제를 만들고 싶지 않다 보니 일일이 손님들의 출입을 관리하고 접종 여부를 확인하는 편"이라면서 "위드 코로나가 된다고 해서 관리에 어려움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오지혜 기자
장수현 기자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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