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안 마비' 속 갱단이 휘발유·경유 공급망 장악 주유소마다 기름 바닥나고 발전기 가동 멈춰 정전으로 병원 응급 의료기기마저 '올스톱' 위기
아이티에서 연료 대란으로 인한 정전 사태가 속출하는 가운데,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라팍스 병원에서 의료진이 전기가 들어오지 않자 휴대전화 손전등을 비춰 아이에게 정맥주사를 놓고 있다. 포르토프랭스=AP 연합뉴스
시민들이 27일 아이티 포르토프랭스 길 위에 연료가 없어 멈춰 선 경찰차를 밀고 있다. 포르토프랭스=AP 연합뉴스
한 시민이 27일 아이티 포르토프랭스에서 빈 가스통을 들고 걸어가고 있다. 포르토프랭스=AP 연합뉴스
26일 연료대란이 일어난 아이티 포르토프랭스에서 한 시민이 도미니카 산토도밍고에서 휘발유를 산 뒤 오토바이 운전자에게 재판매하고 있다. 아이티 인근 국가에서 사들여 온 휘발유를 비롯한 연료는 암시장에서 최대 10배에 이르는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포르토프랭스=AFP 연합뉴스
카리브해 빈국 아이티가 극심한 연료 대란까지 겪으며 대혼란에 빠졌다. 연료 대란의 원인은 갱단. 주요 연료 수송 터미널이 위치한 지역을 갱단이 장악하면서 휘발유와 경유 수송을 차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갱단이 도로를 봉쇄하고 수송 중인 연료를 탈취하거나 수송트럭 기사까지 납치하면서 공급을 포기하는 업체들도 속출하고 있다.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선 주유소 기름이 바닥나면서 교통량이 크게 줄었고 더이상 유지가 불가능한 상점들은 속속 문을 닫고 있다. 연료 부족으로 발전기조차 가동을 할 수 없게 되자 통신 기지국도 가동을 멈췄고, 그로 인한 통신 장애에 치안 마비 사태까지 더해지면서 시민들의 불안과 고통은 가중되고 있다.
애초부터 열악한 전력 사정 탓에 자체 발전기에 의존해 온 병원들 역시 연료가 없어 전기 생산이 불가능해지면서 산소호흡기 등 응급환자를 위한 의료기기 가동마저 전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유엔아동기금(UNICEF)은 지난 24일(현지시간) "아이티의 치안 악화 탓에 몇 주 동안 연료 부족이 심화했다"며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의료시설에 있는 수백 명의 여성과 아이들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갱단과 경찰의 충돌로 머리를 다친 한 어린이가 28일 아이티 포르토프랭스에서 국경없는의사회가 운영하는 사크레쾨르 센터 병원의 불 꺼진 병실에 누워 있다. 포르토프랭스=로이터 연합뉴스
26일 아이티의 포르토프랭스 라팍 병원 입원실에서 환자들이 누워 있다. 포르토프랭스=AP 연합뉴스
28일 아이티 포르토프랭스에서 한 시민이 반정부 시위대에 의해 불타고 있는 도로를 지나가고 있다. 아이티는 조베넬 모 대통령 이후 갱 관련 납치 급증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포르토프랭스=AP 연합뉴스
28일 아이티 포르토프랭스에서 시민들이 대중교통 차량에 탑승하기 위해 달려가고 있다. 포르토프랭스=AFP 연합뉴스
시민들의 고통이 극심한 가운데 수도권 9개 갱단이 연합한 'G9'은 아이티 내 연료 공급을 쥐락펴락하는 한편, 내외국인 800여 명을 무차별 납치하는 등 아이티를 무법천지로 만들고 있다. 최근 G9 두목은 연료를 볼모 삼아 총리 사퇴까지 압박하고 있다. G9 두목 지미 셰리지에는 25일 현지 라디오 인터뷰에서 "앙리 총리가 다음 날 오전 8시에 물러난다면 우리는 8시 5분에 도로 봉쇄를 해제하겠다. 연료 수송 트럭도 통행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2019년 기준 150개 이상이던 아이티 내 갱단 수는 최근 대통령 암살과 지진 등 잇단 국가 위기를 겪으면서 크게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경우 지역의 40%가 갱단 손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티 갱단 'G9' 두목 지미 세리지에가 26일 포르토프랭스에서 아리엘 앙리 총리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포르토프랭스=로이터 연합뉴스
갱들과 나란히 선 아이티 갱단 'G9' 두목 지미 세리지에(맨 오른쪽)가 6일 포르토프랭스의 바뢰항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포르토프랭스=AP 연합뉴스
6일 아이티 포르토프랭스에서 G9 갱단이 탄약이 장착된 미국산 AK 소총을 비롯한 무기의 포장을 풀고 있다. 포르토프랭스=AP 연합뉴스
지난 달 30일 포르토 프랭스에서 아이티 'G9' 갱단 단원이 장례식에 참석한 두목 지미 세리지에를 경호하고 있다. 포르토프랭스=AP 연합뉴스
25일 멕시코 후에후에탄에서 망명 및 난민 신청을 위해 멕시코시티로 향하는 아이티와 중미 출신 캐러밴들이 고속도로를 걷고 있다. 후에후에탄=로이터 연합뉴스
27일 아이티 포르토프랭스에서 한 여성이 대중교통수단인 '탭탭'을 타기 위해 황급히 달리고 있다. 포르토프랭스=AFP 연합뉴스
6일 아이티 포르토프랭스의 제레미 시장에서 소총으로 무장한 'G9' 갱단원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거리를 지나가고 있다. 포르토프랭스=AP 연합뉴스
지난달 27일 아이티 포르토프랭스에서 한 상점 직원이 가게 문을 열며 무장한 사설 경호원을 지켜보고 있다. 포르토프랭스=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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