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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하면 찍어준다"… 日 유세 중 성추행 '표 하라' 심각[특파원24시]

입력
2021.10.31 13:11
수정
2021.10.31 14:23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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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가 표를 무기로 후보자 괴롭혀
여성 의원 성희롱 성추행 피해 잦아

총선 선거 운동이 시작된 지난 19일 도쿄에서 많은 사람들이 거리 유세를 보며 박수를 치고 있다. 혼잡한 유세장에선 유권자에게 강하게 대응하지 못한다는 점을 노리고 여성 의원에 대한 성추행이 발생하기도 한다. 도쿄=AFP 지지 연합뉴스

총선 선거 운동이 시작된 지난 19일 도쿄에서 많은 사람들이 거리 유세를 보며 박수를 치고 있다. 혼잡한 유세장에선 유권자에게 강하게 대응하지 못한다는 점을 노리고 여성 의원에 대한 성추행이 발생하기도 한다. 도쿄=AFP 지지 연합뉴스


“오늘 가두 연설에서는 60대로 보이는 남성이 혼란스러운 틈에 가슴을 만졌습니다. 우연이라면 한마디 사과는 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곧바로 시의원과 스태프가 말리러 와 줬습니다만 나는 전의 상실. 의연하게 대응하고 싶었습니다만…”

일본 입헌민주당의 시오무라 아야카 참의원 의원이 지난 20일 올린 트윗이다. 31일 중의원 선거에 출마한 후보를 응원하기 위해 지원 유세를 하다 성추행을 당한 것이다. 여성 국회의원(중의원 기준) 비중이 9.9%로 세계 최하위권인 일본은 여성 의원에 대한 ‘표 하라’도 심각하다.

‘표 하라’란 선거의 ‘표’와 괴롭힘을 뜻하는 영어 단어(harassment)를 합성한 일본식 조어로, 유권자가 표를 무기로 후보자를 괴롭히거나 부당한 요구를 하는 것을 말한다. 여성 의원들에겐 성희롱이나 성추행, 성적인 요구 같은 괴롭힘이 많다.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정조회장도 지난달 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 당시 “매우 성적인 내용이 적힌 괴문서 같은 공격이 있었다. 여성의 경우 특히 고생한다”고 토로한 바 있다.

일본 입헌민주당의 시오무라 아야카 참의원 의원이 지난 20일 올린 트윗이다. 중의원 선거에 나온 후보를 응원하기 위해 가두 연설을 하러 왔다가 성추행을 당한 사실을 트위터에 공개했다. 트위터 캡처

일본 입헌민주당의 시오무라 아야카 참의원 의원이 지난 20일 올린 트윗이다. 중의원 선거에 나온 후보를 응원하기 위해 가두 연설을 하러 왔다가 성추행을 당한 사실을 트위터에 공개했다. 트위터 캡처


버즈피드재팬은 28일 여성의 정치활동 지원단체인 ‘스탠드 바이 위민(Stand By Women)’의 하마다 마리 대표를 인터뷰해 ‘표 하라’의 실태를 전했다. 가해자가 소셜미디어의 다이렉트메시지(DM) 기능으로 보내는 메시지 사례를 보면 “당신 사진을 매일 보고 있다”, “이 사진에서 신은 스타킹을 팔아라” 같은 내용은 물론 구체적으로 성적 행위를 하고 싶다는 것도 있다. 심지어 자신의 국부 사진을 보내기도 한다.

여러 사람이 모인 유세장이나 지역 유권자 회식 등에선 성추행을 당하거나 “키스하면 찍어주겠다” 같은 발언을 듣고도 항의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식사하러 가자, 데이트하고 싶다”는 요구도 자주 받는다. 유권자뿐 아니라 자원봉사자에게도 피해를 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오늘 전단지 돌리는 것을 도와줬으니 연락처를 달라”는 식으로 요구하거나 집 주소를 알아내 스토킹하는 식이다.

세계의원연맹(IPU) 집계 주요국 국회의원 중 여성 비율 및 순위. e나라지표 캡처

세계의원연맹(IPU) 집계 주요국 국회의원 중 여성 비율 및 순위. e나라지표 캡처


앞서 내각부가 2020년 12월~2021년 1월 지방의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의원 활동이나 선거활동 중에 유권자나 지원자들로부터 괴롭힘을 받았다고 응답한 남성은 32.5%, 여성은 57.6%로 여성이 배에 가까웠다. 특히 구체적인 피해 내용에서 남성은 ‘소셜미디어, 이메일에 의한 비방’(24.5%)이 가장 많았지만 여성은 ‘성별에 따른 모욕적 태도나 발언’이 27.2%로 최다였다.

하마다 대표는 “의원으로서 일 자체는 굉장히 보람을 느끼지만 괴롭힘이 너무 심해서 다른 여성에게 이 일을 추천하기 어렵다는 말을 여성 의원들에게 자주 듣는다”면서 “여성 의원을 늘리자는 분위기가 있지만 괴롭힘에 임신ㆍ출산도 어려운 노동환경에서 여성이 계속 일할 수 있을까, 매우 곤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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