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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난 빠진 북한, 새로운 단백질 공급원은 '검은 백조'?

입력
2021.10.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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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오리농장에 검은고니 축사 신설" 소식 전해
"백조고기, 단백질 많고 희귀 건강물질 포함" 강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 왼쪽),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동물원에 살고 있는 검은 백조. 뉴시스·AP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 왼쪽),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동물원에 살고 있는 검은 백조. 뉴시스·AP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살얼음 걷는 심정'이라고 밝힐 정도로 북한의 식량 사정을 우려하는 가운데 북한에서 보통 가축으로 분류되지 않는 검은 고니(백조)가 육류 확보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28일 북한 전문 온라인 매체 NK뉴스와 미국 의회 산하 '자유아시아방송' 등은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 북한 통신을 인용해 북한 정부에서 검은고니 육성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25일자 노동신문은 북한 함경남도 정평군에 위치한 광포오리공장(농장)에 검은 고니 공장을 신설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리정남 함경남도 노동당 당서기가 축사 개장식을 주도했다. 같은 소식을 전한 조선중앙방송은 "고니는 고기가 맛있고 약용 가치도 있다"면서 "고니사가 건설됨으로써 고니를 공업적 방법으로 번식시켜 인민생활 향상에 적극 이바지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고 전했다.

북한은 과거에도 소와 돼지 등 육류 공급을 위한 일반적 가축 외에 토끼, 뉴트리아(쥐), 타조 등을 대규모 육성하려 했다. 검은 고니 사육 연구도 2019년 시작했다. 북한 농무성의 한 연구원은 2020년 관영 언론을 통해 "검은 고니는 다른 고기보다 단백질이 많아 소화하기 쉽고, 항체, 항암물질, 리놀레산 등 희귀 건강물질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다만 북한 인민을 대상으로 본격적으로 검은 고니를 공급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광포오리공장 말고 다른 지역에 고니를 위한 축사를 만들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중세 시대엔 먹었던 백조...미국에선 "수 너무 많아" 식용 논의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5일 "광포오리공장에 고니작업반 고니사가 새로 건설되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선덕종금직장 고니작업반에 꾸려진 고니사에는 야외와 실내에 여러 개의 호동과 새끼호동, 위생통과실 등 고니 기르기에 필요한 조건이 충분히 갖춰져 있다"라고 설명했다. 노동신문 뉴스1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5일 "광포오리공장에 고니작업반 고니사가 새로 건설되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선덕종금직장 고니작업반에 꾸려진 고니사에는 야외와 실내에 여러 개의 호동과 새끼호동, 위생통과실 등 고니 기르기에 필요한 조건이 충분히 갖춰져 있다"라고 설명했다. 노동신문 뉴스1


백조는 아름다움과 희귀성 때문에 식용화를 하지는 말아야 한다는 암묵적 금기가 있다. 더구나 '검은 백조'는 흉조로 통하기도 한다. 하지만 중세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고니를 종종 먹었다. 16세기까지도 영국 왕실에서는 백조 고기를 식탁에 올렸다는 기록이 있다. 가상의 중세 세계를 배경으로 한 인기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서도 고니 요리가 묘사되고 있다.

그럼 왜 백조를 먹지 않게 됐을까. 영국에서 백조는 영국 왕실에 소유권이 있어, 먹는 것도 왕실의 특권이라, 백조를 훔쳐 요리해 먹는 것은 반역 행위로 간주된다는 주장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천연기념물로 지정했을 정도로 위기종이라는 점도 고니를 식용으로 사용하기 어려운 이유다.

다만 미국에서는 뉴욕주와 미시간주 등에서 백조의 개체 수가 너무 많아 생태계를 해치기 때문에 백조 사냥을 허용하고 이를 식용화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제안이 나왔다. 미국 정부는 2005년에 고니를 비보호종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식용으로 백조를 기르거나 고기로 요리해 먹는 모습은 세계적으로 드물다. 고니 사육이 북한의 어려운 식량 사정을 돌파하기 위한 노력으로 읽힐 수밖에 없는 이유다.

28일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 식량난과 관련해 "살얼음 걷는 심정"이라며 "낱알 한 톨까지 확보하라"고 지시했다. 9월 말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는 '풀을 고기로 바꾸는' 정책을 강조하면서 염소와 소 마릿수를 늘리고 토끼 기르기를 대대적으로 하자고 주장했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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