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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4용지보다 좁은 공간… 산란계 사육환경 개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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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철학으로 시작된 청와대 국민청원은 많은 시민들이 동참하면서 공론의 장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말 못 하는 동물은 어디에 어떻게 억울함을 호소해야 할까요. 이에 동물들의 목소리를 대신해 의견을 내는 애니청원 코너를 시작합니다.
저는 두 살 된 암탉 '퀵실버'입니다. 장 대부분이 항문 아래 근육 밖으로 나온 '탈장(hernia)' 증세로 힘들었는데 얼마 전 수술을 받고 회복했습니다. 마취가 까다로워 수술비가 꽤 나왔다고 하는데 저를 포기하지 않은 보호자 덕에 목숨을 건질 수 있었습니다. (▶관련기사보기: 안녕, 나의 소중한 암탉 환자님)
최근 반가운 소식이 들렸습니다. 갤러리아백화점이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2023년까지 식품관에서 판매하는 모든 달걀을 '케이지 프리(Cage free)' 달걀로 전환한다고 발표한 겁니다. 시중에 유통되는 달걀에는 난각(달걀 껍데기)표시제에 따라 산란일자, 생산자고유번호, 사육환경번호가 찍혀 있는데요, 이 중 제일 끝자리 번호를 통해 달걀을 낳은 닭이 어떤 환경에서 사육됐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1번은 방사사육, 2번은 케이지에 가두지 않는 실내사육으로 1, 2번 달걀이 케이지 프리로 분류되죠.
반면 3번은 개선된 케이지, 4번은 배터리 케이지에서 사육된 닭이 낳은 달걀을 뜻합니다. 배터리 케이지는 철창 케이지(닭을 가두어 사육하는 철망으로 된 우리)를 겹겹이 쌓아 올린 구조물에 동물을 사육하는 방식을 말하는데요. 2018년 7월부터 국내 산란계 최소사육기준은 마리당 0.05㎡에서 0.075㎡로 넓어졌습니다. 즉 3번과 4번은 마리당 각각 0.075㎡, 0.05㎡의 공간에서 사는 닭이 낳은 달걀입니다. 4번 달걀을 생산하는 기존 농가는 2025년까지 최소 개선된 케이지로 환경을 업그레이드해야 합니다.
0.075㎡의 크기는 얼마나 될까요. 이는 A4용지(0.6㎡)만 한 공간입니다. 닭이 날개를 펼치려면 최소한 0.065㎡, 날갯짓을 하려면 0.198㎡가 필요하다고 하는데요, 즉 이곳에 사는 닭들은 약 2년 동안 날개 한 번 제대로 펴지 못하는 공간에서 알만 낳다 고기로 팔려 가고 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내 산란계 사육두수는 약 7,270만 마리, 이 가운데 동물복지 농가에서 사육되고 있는 암탉은 286만 마리로 3.9%에 불과합니다. 동물복지 인증을 받으려면 배터리 케이지에서 사육을 금지하고 1㎡당 9마리 이하, 횃대 설치 등의 기준을 충족해야 합니다. 기준을 맞추기 까다롭다는 이유로 여전히 대부분의 닭이 케이지에서 살고 있습니다.
케이지 사육은 동물 복지 측면에서도 문제지만 결국 이를 먹게 되는 사람의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전 세계적으로 케이지 프리 움직임이 힘을 얻고 있는데요. 유럽연합(EU)은 이미 2012년부터 산란계에 대한 배터리 케이지 사용을 법적으로 전면 금지하고 있습니다. 또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전 세계에 케이지 프리를 선언한 기업은 2,675개에 달한다고 합니다. 반면 국내에서는 2018년 풀무원을 시작으로 스타벅스 코리아, 서브웨이, 메리어트호텔, 포시즌즈 호텔&리조트, 이번 갤러리아백화점까지 6개에 불과합니다.
동물자유연대는 케이지 사육 축소를 위해 대량으로 달걀을 소비하는 기업들이 먼저 나서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에 적극 동의하며 더 많은 기업들이 케이지 프리 전환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합니다. 나아가 우리나라도 EU처럼 케이지 사육을 금지하고 닭이 날개를 펼 수 있는 공간에서 사육되도록 환경기준을 마련해줄 것을 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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