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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장'에서 돈 버는 공매도 투자... 개미도 "아는만큼 보인다"

입력
2021.10.31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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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폐지 공약 나오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워
거품 낀 회사 찾는 가치투자로 접근해야
초보 투자자엔 지수 연계한 인버스 ETF 추천

편집자주

친절한 ‘금융+자산’ 설명입니다. 어려운 금융을 알면, 자산 쌓기도 쉬워집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공매도를 폐지하겠습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홍준표 국민의힘 후보가 내놓은 공약입니다. 주가가 하락할 때 이익을 내는 공매도로 기관·외국인 투자자는 상승, 하락장 모두에서 돈을 버는 사이, 주가 상승에만 기대는 개인투자자(개미)는 피해를 본다는 인식이 이 공약에 깔려 있습니다.

실제 공매도는 '개미 지옥'으로 불릴 만큼 개인투자자에게는 여전히 공포의 대상인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엄연한 투자 수단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분위기 역시 점점 확산하고 있습니다. 아예 없앨 수 없다면, 개미들도 제대로 알고 대응하는 법을 익혀두는 게 낫겠죠?

피할 수 없다면 알고 투자하자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주식을 증권사에서 빌려 팔고 실제 가격이 떨어지면 싼 가격에 사 갚는 방식의 투자 기법입니다. 저점에 사서 고점에 파는 게 주식 투자의 정석인데요. 거꾸로 공매도는 고점에서 들어가 저점에 빠져나왔을 때 돈을 벌 수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코로나19로 주가가 폭락하던 지난해 3월 공매도를 금지했습니다.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더 부추길 수 있다고 봐서죠. 그러다 지난 5월 코스피200·코스닥150 종목에 한해 다시 공매도를 허용했습니다.

1년 2개월 동안 잠시 중단하긴 했지만 공매도 완전 폐지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선진국 주식시장에서 활발하게 이뤄지는 공매도를 한국만 없앴다간 외국인 투자자가 우리 증시에서 대거 철수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공매도 재개는 언젠가는 가야할 길"이라고 한 고승범 금융위원장의 발언도 이런 맥락에서 나왔습니다.

이에 시장에선 기왕 존속할 제도라면 개미들도 공매도를 기피하기보다 제대로 마주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조언합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주식시장도, 개별 기업 주가도 저성장이 고착화할수록 크게 오르기 어려워진다"며 "주가 상승만 바라보고 투자해 수익을 내기 어려운 여건이라면 개인도 하락장에서 돈을 버는 기관·외국인처럼 공매도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소 평평해진 운동장, 개미도 하락까지 버틴다

개인이 공매도 투자를 시작하려면 우선 금융투자협회, 한국거래소에서 각각 제공하는 사전교육, 모의거래를 이수해야 합니다. 이수 등록정보를 증권사에 제출하면 기존 주식 투자처럼 노트북,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쉽게 공매도를 할 수 있습니다.

개인투자자가 기관·외국인에 비해 불리하다고 한 주식 상환 기간도 다음 달 1일부터 사실상 똑같아집니다. 그동안 개인투자자는 공매도를 위해 빌린 주식을 60일 이내에 갚아야 했습니다. 공매도 후 60일 내에 주가가 내려가지 않으면 손실이 불가피한 구조였습니다.

금융위는 상환 기간을 90일로 늘리고 연장도 무제한 허용했습니다. 상환 기간이 사실상 없는 기관·외국인 투자자처럼 이른바 '존버(최대한 버티기)'를 할 수 있는 셈이죠. 단 공매도 종목을 오래 쥐고 있을수록 주식을 빌려준 쪽에 이자는 더 물어야 합니다.

개인투자자 모임인 한국주식투자연합회(한투연)가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공매도 반대 운동을 위해 '공매도 폐지', '금융위원회 해체' 등 문구를 부착한 버스를 몰고 차량시위를 벌이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개인투자자 모임인 한국주식투자연합회(한투연)가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공매도 반대 운동을 위해 '공매도 폐지', '금융위원회 해체' 등 문구를 부착한 버스를 몰고 차량시위를 벌이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공매도 투자의 팁은 고수와 초보 투자자로 나눌 수 있습니다. 주식 투자에 자신 있다면 기업 분석을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평가된 기업을 발굴하는 가치 투자를 역으로 사용해 고평가된 회사를 찾아내는 것입니다. 한 예로 주가수익비율(PER)을 활용할 법합니다. 시가총액을 당기순이익으로 나눈 PER가 10배를 넘으면 통상 거품이 낀 회사라고 보는데요, 이런 곳을 공매도 후보군으로 올리는 식입니다.

주식 입문자는 기관·외국인이 동시에 매도하는 종목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평가된 회사를 고를 때 기관·외국인이 함께 사는 종목을 찍어두는 것과 같은 논리입니다. 공매도가 아직 낯설다면 코스피나 코스닥 지수가 하락할 경우 이익을 내는 '인버스 ETF(상장지수펀드)' 투자를 추천합니다.

테마주 눈여겨볼 만, 모의 훈련도 필요

지난해 '실전 공매도'를 펴낸 전업투자자 김영옥씨는 "대선 관련주, 대북 관련주 등 테마주들은 급격히 올랐다가 떨어질 가능성이 커 공매도 종목으로 눈여겨볼 만하다"고 귀띔했습니다.

기관·외국인과의 정보 격차로 공매도 투자에 실패할 가능성은 염두에 둬야 합니다. △미국의 조기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처럼 국제 경제를 읽는 시각 △업황 예측력 △개별 기업 분석 능력 등에서 크게 앞선 기관·외국인에 밀려 매수·매도 시점을 오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공매도에 '올인'하는 대신 '분산 투자'가 현명한 접근이라고 조언합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공매도는 상승을 기대하는 투자의 리스크를 헤징(가격 변동에 따른 손실을 막기 위한 거래)하는 수단으로 의미가 있다"며 "투자 대상 중 하나로 공매도를 추가하면 좀 더 다양한 방법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황세운 연구위원은 "모든 투자가 그렇듯 항상 이익을 낼 수 없으니 손해 발생 시 중단하는 자신만의 공매도 손절 원칙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며 "실제 자금을 투입하기 전에 모의로 공매도 종목을 설정하고 투자 훈련을 해보는 과정도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박경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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