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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의 지휘자에게 보내는 갈채

입력
2021.10.28 20:00
수정
2021.10.31 11:48
25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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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지휘자가 제대로 성장하려면 개인의 노력으로는 충분치 않다. 지휘자의 악기는 거대한 오케스트라다. 젊은 지휘자일수록 자신의 악기를 제대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희귀하고, 대신 머릿속에서 상상의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며 인고의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악기 연주자들처럼 자신이 의도한 소리를 즉석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대형음향집단이라 할 오케스트라의 리허설을 조직하고, 공연을 무대에 올릴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지휘자는 젊은 나이일수록 선택받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훌륭한 지휘자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포디엄에 쏟아지는 여러 층위의 소리를 섬세히 감각할 수 있는 좋은 귀를 갖춰야 한다. 뿐만 아니라 20개의 보표를 동시에 식별할 만한 빠른 두뇌가 필요하며, 단원들이 원하는 신호를 적확한 타이밍에 전달할 수 있는 지휘의 테크닉을 단단히 벼려야 한다. 게다가 악단마다 고유의 음악적 DNA를 가지고 있으니 비브라토나 루바토, 음량, 아티큘레이션 등의 각기 다른 연주 스타일에 유연히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자면 무엇보다 경험치가 필요한데도 미완의 지휘자일수록 이를 임상적으로 진화시킬 실제 무대가 턱없이 부족하기만 하다.

개성이 제각각인 단원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는 사회적 생명체와 다름없다. 단원들은 각자가 이미 훌륭한 음악가이고, 지휘자는 리허설부터 50쌍이 넘는 단원들의 시선을 마주해야 한다. 특히 오랜 연륜을 갖춘 단원들과 새파란 청춘의 지휘자가 만났을 경우 독특한 긴장관계가 형성되는데, 지휘자가 언제 실수할지 눈에 불을 켜고 기다리는 음악적 불신으로 비화되기도 한다. 이 위기를 극복할 지휘자 고유의 리더십이 발휘되려면 산전수전을 겪으며 깨쳐야 할 시행착오의 경험이 필요하다.

이렇듯 한 사람의 지휘자가 제대로 성장하기 위해선 스스로의 노력뿐만 아니라 음악계의 애정 어린 관심과 지속적 지원이 필연적이다. 그런 면에서 올해 첫발을 내딛는 KSO(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국제지휘콩쿠르(http://www.ksocompetition.or.kr/)는 뜻깊은 사명감을 갖추고 있다. 신인 지휘자를 발굴하는 경쟁적 경연에 그치지 않고, 지휘자를 소중히 키워내기 위한 시스템을 음악계의 너른 연대를 통해 구현하고 있는 것이다.

11월 10일부터 펼쳐질 경연은 1, 2차 본선을 거쳐 결선에 이른다. 참가자들은 라운드별로 1곡씩 지휘하겠으나 준비과정에선 지정곡으로 출제된 8곡을 모조리 단련해야 한다. 132분에 달하는 작품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지휘자의 역량을 다각적이면서도 체계적으로 가늠할 만한 구성이란 걸 알 수 있다. 1차의 서곡풍 관현악곡부터 2차의 협주곡과 한국의 현대 창작곡을 거쳐 결선에서 연주될 표제음악에 이르기까지 오선지에 음표로 새긴 추상적인 소리가 지휘자의 리더십을 통해 얼마나 생생한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을지 참가자들의 음악적 역량이 다채롭게 만발할 무대가 기다려진다.

신인 지휘자를 키워내기 위한 이번 콩쿠르의 대장정은 경연이 끝난 후에야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우선 주최자인 코리안 심포니는 수상자 중 부지휘자를 선정해 다양하면서도 지속적인 성장의 기회를 제공한다. 서울 예술의전당과 통영 국제음악재단, 아트센터 인천 등의 주요 콘서트홀에선 이 콩쿠르가 발탁한 청년 지휘자를 주인공으로 삼아 초청공연을 개최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다. 부산시향과 광주시향, 대전시향, 인천시향 등 광역시를 대표하는 오케스트라들도 적극 동참한다. 미완의 지휘자와 연륜을 갖춘 단원들 사이 필연적 만남을 제공하며 유의미한 공연들이 펼쳐질 것이다. 거듭 강조하건데, 한 사람의 지휘자가 제대로 성장하기 위해선 사회적 관심과 꾸준한 지원이 절실하다. 이번 경연이 미래의 지휘자를 위한 훌륭한 자양분이 될 수 있길 진심으로 고대해본다.

조은아 피아니스트ㆍ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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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아피아니스트ㆍ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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