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공은 공대로 과는 과대로 평가"... 김부겸의 '통합' 메시지

입력
2021.10.28 13:45
수정
2021.10.28 19:3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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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총리로서 사회통합에 보다 방점
"현대사의 굴곡, 한 단계 넘어가기를"

김부겸 국무총리가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를 찾아 조문을 하고 있다. 공동사진취재단

김부겸 국무총리가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를 찾아 조문을 하고 있다. 공동사진취재단

김부겸 국무총리가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국가장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이제 공은 공대로, 과는 과대로 평가하고 역사에 기록할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에 의해 선출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갖추되, 공과는 담담하게 평가해 후세의 교본으로 삼자는 취지다.

김 총리는 27일 밤 빈소가 차려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대한민국 대통령을 지내신 분인데, 서거하신 데 대해 유족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하고 싶었다"고 애도를 표했다. 사망이나 별세 대신 '서거'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의 뜻이 담겼다.

김 총리는 정부의 국가장 결정에 대해 "12·12 쿠데타나 5·18 민주화운동에 관련된 고인의 과오 자체를 씻거나 뒤엎을 수는 없다"면서도 "다만 국민에 의해 선출된 민선 대통령으로 이룬 많은 업적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현대사를 거쳤던 굴곡에 대해 한 단계 넘어가는 일로 평가하면 어떨까 싶다"고 조심스럽게 의견을 밝혔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를 찾아 조문을 하고 있다. 뉴시스

김부겸 국무총리가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를 찾아 조문을 하고 있다. 뉴시스

김 총리의 입장은 여권 일각과 진보진영에서 '국가장 반대'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는 것과 다소 결이 다르다. 대구·경북(TK) 출신으로서 평소 '화해'의 정신을 설파해온 점, 행정부를 통할하는 국무총리로서 사회통합 의지를 두루 고려한 것으로 읽힌다. 노 전 대통령의 국가장을 결정한 문재인 대통령의 판단을 지원사격하겠다는 의도도 담겼다.

여권 관계자는 "1노·3김(노태우·김대중·김영삼·김종필) 시대가 완전히 저물었다는 측면에서 복잡한 현대사를 담담히 성찰해 보자는 게 김 총리의 생각"이라며 "분명한 진상 규명이나 진심 어린 사과가 없으면 과거의 일은 쉽게 넘어갈 수 없다는 사실을 되새기자는 판단도 깔렸다"고 했다.

김 총리는 대학 재학 시절 군부독재에 맞서며 수차례 수감 생활을 한 운동권 출신이다. 1987년 6월 항쟁 당시 명동성당과 농성장의 연락책을 맡았다. 6월 항쟁으로 분출한 국민들의 대통령 직선제 요구를 수용한 게 노 전 대통령이었다. 김 총리는 노 전 대통령의 국가장을 주관하는 장례위원회 위원장도 맡고 있다.

정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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