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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호감 60%' 이재명, 싸움닭 본능 감추고 인간미 어필

입력
2021.10.28 09:30
수정
2021.10.28 10:23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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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달라졌다.

여의도의 만년 비주류였던 이 후보는 '싸움닭 본색'으로 정치적 몸집을 키웠다. 최근 ‘대장동 국정감사’에서도 사납게 싸웠다. 야당의 의혹 제기에 "흐흐흐" 웃는가 하면, “범죄인 취조하냐” “돼지 눈엔 돼지만 보인다”고 받아쳤다.

본격적인 대선 행보를 시작한 이후로는 발톱을 감췄다. 대장동 공세엔 직접 대응을 자제하고, '인간미'를 강조한다. 이 후보에 대한 비호감도가 높은 중도층과 2030세대의 표심을 공략하려는 의도다.

①'싸움닭’ 탈피 시도… “난 사실 애교 많은 아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를 찾아 조문을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를 찾아 조문을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이 후보는 지난 25일부터 웹 소설 형태의 자서전 연재를 시작했다. 화전민의 아들로 태어나 집권여당 대선 후보가 되기까지, 역경의 인생 드라마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연성’ 이미지 메이킹에 나선 것이다.

이 후보는 27일 ‘별난 족속’이라는 제목의 자서전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엄마 껌딱지’였던 유년시절을 소개하며, “학교에 다녀오면 꼭 '엄마' 하고 달려가 살갑게 안겼다. 엄마 앞에서 나는 한없이 텐션이 높고 수다스러운 아이였다”고 했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형수 욕설 논란, 여배우 스캔들, 불도저식 업무 처리 방식 등 때문에 무섭다는 이미지가 있는데, 그렇지 않다는 걸 알리겠다는 취지”라고 했다.

이 후보는 26일 별세한 노태우 전 대통령을 조문했다. 과거 고인을 ‘친일 독재ㆍ매국ㆍ학살 세력’으로 칭하며 적개심을 드러낸 바 있다.

②대장동 전투와 거리두기?

국민의힘 원희룡 대선 경선 후보가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방문, '이재명 후보 대장동 도시개발사업 관련 배임 의혹'에 대한 수사요구서와 국정감사 위증 혐의 등에 대한 고발장 제출에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원희룡 대선 경선 후보가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방문, '이재명 후보 대장동 도시개발사업 관련 배임 의혹'에 대한 수사요구서와 국정감사 위증 혐의 등에 대한 고발장 제출에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 후보가 최근 대장동 대응을 자제하고 있는 것 또한 ‘비호감’ 탈피 전략과 닿아 있다. 광주 5ㆍ18 민주묘지를 찾으며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나선 건 지난 22일. 이후 27일까지 페이스북에 대장동 관련 글을 한 건도 올리지 않았다.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10일부터 21일 사이 15건의 대장동 글을 올리며 격렬하게 응전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이 후보는 원희룡 전 제주지사 배우자의 ‘소시오패스’ 발언에도 무대응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후보의 대장동 정면돌파에 지지층은 환호했지만, 중도층의 비호감도는 높아졌다”며 “대장동 대응은 당이 맡고, 후보는 청년ㆍ여성 공략에 주력하는 방식으로 교통정리가 됐다”고 했다.

③‘이재명은 합니다’ 정책 행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6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의료원을 방문해 시설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6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의료원을 방문해 시설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 후보는 최대 정치적 자산으로 꼽히는 ‘정책적 추진력’을 강조하고 있다. 26일 중앙선거관리위에 대선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첫 번째 일정으로 경기 성남시의료원을 선택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성남에서 인권변호사로 활동한 이 후보는 2003년 성남시의료원 설립 운동을 하다 정치에 입문했고, 2010년 성남시장에 당선되자마자 의료원 설립을 추진했다. 성남시의료원은 지난해 7월 완공됐다. ‘반(反)기득권 투사’이자 ‘유능한 행정가’라는 이 후보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사례인 셈이다.

이 후보는 부동산 개혁과 소상공인 민생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참여하는 도시개발 사업에서 민간 사업자의 과도한 이익을 제한하는 ‘대장동 방지법’을 거론하며, “개발이익 환수 제도화의 물꼬가 트인 만큼 ‘개혁 국회’에서 의견을 잘 모아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또 서울 관악구 전통시장을 찾아 소상공인ㆍ자영업자의 코로나19 손실보상액 증액과 내년도 지역화폐 예산 확대를 정부와 여당에 요청하기도 했다.

박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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