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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차별금지법, 검토할 때 됐다"... 여야 "11월 이후 논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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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에서 차별금지법(평등법) 제정 논의가 진전될 마지막 기회를 맞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청와대 참모들과의 회의에서 차별금지법에 대해 "검토할 단계"라고 말한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보수 기독교계가 극렬 반대하는 차별금지법이 정치권에서 '있어도 없는 법' 취급을 받아온 점을 감안하면,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자체로 입법 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법제사법위의 여야 간사도 "각 당의 대선후보 경선이 끝나면 관련 논의를 해 보자"고 '물밑 합의'를 이뤘던 것으로 알려졌다. 차별금지법안은 17대 국회 때인 2007년 처음 발의됐다 폐기된 이후 새 국회가 들어설 때마다 발의됐지만, 법안 심사 대상에 제대로 오른 적이 없다.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비공개 참모 회의에서 "차별금지법을 검토해볼 때가 된 것 같다"는 취지로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성소수자, 동성애 등 진보적 가치와 직결된 인권 이슈에 관심이 각별하다"며 "정권이 끝나기 전에 풀어보고 싶은 마음에서 차별금지법을 언급한 것 같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집권 이후 차별금지법을 공개적으로 입에 올린 적은 거의 없다.
문 대통령은 2017년 대선 때 "동성애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가 이후 "정치인으로서 현실적 판단을 해야 한다"고 부연했던 바 있다. 당시 강경 보수 유권자들의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정치인 문재인'과 인권변호사 출신인 '자연인 문재인'의 가치관에 차이가 있음을 고백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문 대통령의 당시 발언은 '가이드 라인'이 됐고,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명분으로 문재인 정부 내내 차별금지법 제정 드라이브를 걸지 않았다.
입법은 국회 소관인 만큼, 문 대통령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구체적으로 주문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껄끄러워한다는 것도 알고 있을 것이다. 이에 문 대통령은 민주당에 지나친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입법 논의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차별금지법안은 총 4개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과 이상민·박주민·권인숙 민주당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했다. 그러나 법사위의 법안 심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6월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국회 국민동의 청원이 10만 명 동의를 받아 법사위에 자동으로 상정됐지만, 논의 기한인 90일을 이미 훌쩍 넘겼다.
다만 문 대통령의 의중이 확인된 이상, 민주당은 다음 달부터 입법 논의가 진행되는 시늉이라도 할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다음 달 5일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선출되면 차별금지법을 논의하기로 여야 법사위 간사가 의견을 모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간사인 박주민 의원은 "법안 공청회 준비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간사인 윤한홍 의원은 "차별금지법을 논의할 것인지 여부 자체를 논의하겠다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차별금지법은 논의 자체가 안 된다"는 국민의힘의 과거 입장보다는 유연해졌다고도 볼 수 있다.
마지막 관문은 송영길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다. 당 지도부의 한 인사는 "총대를 메기는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관계자도 "두고 봐야 할 문제"라고 전했다.
그러나 "차별금지법 논의는 지금이 오히려 적기"라는 적극적인 목소리도 있다. 이 같은 여론이 문 대통령의 의중과 만나면 입법을 추동할 가능성도 있다. 청와대 출신 민주당 의원은 "'법안을 몇 개 통과시켰느냐'보다 '얼마나 의미 있는 법안을 통과시켰느냐'로 민주당이 기억돼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는 지난 7월 "불합리함으로 차별하지 않는 것을 법제화하는 건 당연하다"고 했었다.
최영애 전 국가인권위원장은 8월 퇴임을 앞두고 한 언론 인터뷰에서 "정치인이 이 나라를 위해서 할 수 있는 가운데 평등법 제정처럼 중요한 것이 있나"라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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