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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님들 문신은 합법인가요

입력
2021.10.2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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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국민의힘 원희룡(왼쪽 사진부터), 유승민, 윤석열, 홍준표 대선 예비후보가 지난 11일 오후 광주 서구 치평동 KBS 광주방송총국에서 호남권 합동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는 모습. 광주=연합뉴스

국민의힘 원희룡(왼쪽 사진부터), 유승민, 윤석열, 홍준표 대선 예비후보가 지난 11일 오후 광주 서구 치평동 KBS 광주방송총국에서 호남권 합동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는 모습. 광주=연합뉴스

세 아이 엄마의 직업은 타투이스트라고 했다. ‘문신’으로 통칭되던 타투 시술을 업으로 삼아 10년 이상을 전문가로 자부하며 살았다. 흉터를 성형하기엔 부담이 돼 타투를 새기려는 사람들, 사랑하는 가족이나 죽은 자식이 그리워 신체 일부에 남기고 싶어 하는 사람들, 운동선수들, 기타 유명인 등 엄마를 찾는 고객들은 그저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세 아이들에겐 그런 엄마는 자랑이었다.

그런 엄마는 잠재적 범죄자였다. 대한민국에선 그랬다. 자부심을 갖고 하던 일이었지만 누군가의 신고로 수사를 받고, 징역형에 집행유예를 받았다. 그래도 밥벌이를 해야 했기에 다시 팔을 걷어붙였다. 얼마 후 다시 경찰 조사를 받는 처지가 됐을 땐 눈앞이 캄캄해졌다고 한다. 엄마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아이들 앞에서도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제가 살인을 했나요, 아니면 사기를 쳤을까요.” 엄마의 절규는 안타깝지만, 적어도 지금 대한민국에선 범죄자이거나 잠재적 범죄자다.

TV에서 SNS에서 빈번하게 볼 수 있는 유명인, 일반인들의 타투. 이제는 일상이, 문화가 된 타투지만 의사가 아닌 이의 시술은 불법이다. 1992년 대법원은 타투 시술을 의료행위로 판단했다. 여기에 의료법은 의료인이 아닌 사람의 의료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한다. 고로, 의사면허가 없는 사람이 타투를 시술하면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그동안 의료계와 정치권에선 타투의 부작용을 걱정했다. 당연한 지적이다. 피부에 주입되는 색소의 문제, 침 사용으로 인한 질병 전염 등 부작용을 그냥 넘길 수야 없다. 그런데 ‘그러니까 규제를 풀어 타투이스트들의 의무를 강화하는 식의 해법을 모색하자’는 주장 역시 자연스럽다. 할리우드 스타가 한국을 방문해 한국인 타투이스트에게 시술을 받고, 국내 타투이스트들이 해외에선 유명 아티스트로 인정받는 게 현실인데도, 이들이 국내에선 잠재적 범죄자 신분이 되는 기이함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손톱 밑 가시와 같은 규제의 문제인데, 정치권은 “문신, 그런 건 조폭이나 하는 거 아니냐”라며 아예 타투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게 아닌가.

엄마의 절규에 몇몇 정치인이 반응을 나타낸 건 고무적이다. 지난 6월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국회에서 자신의 등에 타투 스티커를 붙이는 퍼포먼스를 하며 타투가 사실은 의사에게 시술받지 않으면 불법이란 사실을 널리 알렸다. 보도조차 되지 않아 아는 이는 소수겠지만, 류 의원의 퍼포먼스가 있기 며칠 전 보수 야당에서도 타투 합법화 논의를 공론화했었다. 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이 ‘타투! 예술인가? 의료인가’를 주제로 연 세미나에서 지상욱 여의도연구원장은 “일상생활이 돼 버린 문신에 관한 규제 조항은 누구를 위한 법이냐”라는 문제의식을 던졌다.

지 원장의 문제 제기처럼 타투는 일상이 됐다. "그럴 리가 없다"고 의심하는 사람이 있다면 TV를 보시라. 여야를 불문하고 대선 경선 TV 토론회에 나온 후보들의 눈썹을 보자. 시사 프로그램에 패널로 나오는 국회의원들의 눈썹을 봐도 된다. 눈썹 문신은 비단 대선 주자들뿐 아니라 대중 정치인들에겐 일상이 되지 않았나. 이들에게 묻고 싶다. “눈썹 문신 시술은 의사에게 받으셨나요?" 질문에 머뭇거린다면, 세 아이 엄마의 절규에 한 번쯤 귀 기울여 보는 게 어떨까.

김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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