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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전 대통령 '국가장' 결정에 "역사적 평가 냉정해야" 목소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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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례가 닷새간 국가장으로 치러지기로 27일 결정된 가운데 진보 성향의 정치인들과 누리꾼들 사이에선 "역사적 평가는 냉정해야 한다"며 정부의 결정에 아쉬움을 표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직선제 수용, 북방 외교 등 치적은 평가할 만하지만, 12·12 쿠데타와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혈 진압 책임 등 '원죄'는 결코 씻을 수 없다는 점, 특히 생전에 광주 민주화운동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직접 사과를 하지 않았고, 진상 규명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여전하다.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86(80년대 학번 60년대생) 운동권' 그룹과 호남 의원들 사이에서 국가장 결정에 반발하는 의견이 산발적으로 분출됐다.
1987년 6월 항쟁 당시 연세대 총학생회장과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부의장으로 학생운동의 선봉에 섰던 우상호 의원은 이날 불교방송 라디오에서 "본인이 선의를 갖고 후회하거나 반성한다고 해서 역사적 평가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라며 "역사적 평가는 냉정한 것이 좋다. 국가장 문제는 적절치 않아 보인다"고 했다.
광주를 지역구로 둔 조오섭(북구갑)·윤영덕(동구남구갑) 의원들도 전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5월 학살의 책임자 중 한 명으로 역사적 단죄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전직 대통령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국가장의 예우와 국립묘지에 안장돼서는 안된다"고 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도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서 "1997년 내란죄로 징역 17년을 선고받았을 때, 그의 대통령직은 사실상 불법이라고 확인된 것"이라며 "국가의 헌법을 파괴한 사람에게 국가의 이름으로 국민의 세금을 들여 장례를 치러줄 순 없다. 시신을 못 찾아 장례조차 제대로 못 치른 일부 광주 희생자를 생각하면 더 그러하다"고 반대 입장을 표했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노태우 전 대통령의 국가장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국가장을 반대하는 일부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국가장 자체도 문제지만, 이번 결정으로 전두환 전 대통령 별세 시 비슷한 절차를 따르는 선례를 남기게 되는 게 더 우려스럽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재량의 영역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조속한 법 개정의 필요성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국가장법'에 따르면 국가장은 전·현직 대통령이거나 국가 또는 사회에 현저한 공훈을 남겨 국민의 추앙을 받는 사람이 사망했을 때 행안부 장관의 제청으로 국무회의의 심의를 마친 후 대통령이 최종 결정한다고만 돼 있다. 국가장 대상자만 규정해놨을 뿐, 제한 규정은 없다. 이에 조오섭 민주당 의원은 국가장법 일부 개정안(가칭 전두환 국가장 배제법)을 지난해 6월 발의해 놓은 상태다.
반면 "적어도 사과하고 반성한 사람의 죽음과 그렇지 않은 사람에 대해서는 차이를 둘 필요가 있다"며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사과를 거부하고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과 비교해 노태우 전 대통령의 국가장 결정을 두둔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노 전 대통령의 아들 노재헌 변호사는 이날 "5·18 희생자에 대한 가슴 아픈 부분, 그 이후의 재임 시절 일어났던 여러 일에 대해서 본인의 책임과 과오가 있었다면 너그럽게 용서해주시고 역사의 나쁜 면은 본인이 다 짊어지고 가시겠다고 했다"며 고인의 생전 유지를 공개했다.
한편 지금까지 치러진 유일한 국가장은 2015년 11월 김영삼 전 대통령 장례뿐이다. 2011년 이전에는 '국장·국민장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전직 대통령의 장례가 국장 또는 국민장으로 치러졌다.
박정희·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례는 국장으로, 최규하·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례는 국민장으로 진행됐다. 이승만·윤보선 전 대통령은 국장이나 국민장이 아닌 가족장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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