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누리호 고흥과 보잉 시애틀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땅을 팔란 대통령의 제안에 “사람은 대지의 일부일 뿐이다, 하늘과 대지의 따뜻함을 어떻게 돈으로 살 수 있나”라고 맞선 원주민 추장의 이름에서 도시명을 따온 시애틀은 미국 북서부 끝에 자리하고 있다. 태평양과 접해 한때 조선업이 융성했고 여름엔 믿기지 않을 정도의 풍광과 날씨를 자랑한다. 그러나 겨울엔 톰 행크스와 맥 라이언이 주연한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처럼 추적추적 비가 많다. 스타벅스 커피가 이곳에서 출발한 것도 이런 기후와 무관하지 않다.
□ 이런 시애틀이 최근 우주산업 도시로 각광받으며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사실 일찌감치 항공 산업이 발전한 곳이다. 1916년 보잉의 전신인 퍼시픽에어로프로덕트가 세워진 것을 필두로 관련 기업들이 속속 들어섰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의 민간 우주기업 블루오리진이 시애틀 근방에 터를 잡은 건 2000년이다. 민간 우주관광시대를 열고 있는 블루오리진은 보잉과 손 잡고 우주정거장 건설도 추진하고 있다. 우주 스타트업들이 시애틀로 몰려드는 이유다.
□ 시애틀은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아마존 본사가 있어 제2의 실리콘밸리로도 불린다. 특히 빌 게이츠 MS 창업자가 지원을 아끼지 않는 시애틀의 워싱턴대학은 이런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인재들의 요람이다. 아마존이 본사를 이곳에 둔 게 이런 인력풀 때문이란 얘기도 나온다. 기업과 대학의 산학 연계 프로그램도 많다. 정부는 사업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걸 적극 지원하고 있다.
□ 나로우주센터가 있는 전남 고흥은 시애틀만큼 자연이 아름다우면서 우리나라 항공우주 산업의 메카를 꿈꾸는 곳이다. 2009~2013년 나로호가 발사됐고 지난 21일 100% 우리 손으로 개발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역사적 도전도 이뤄졌다. 그러나 이곳에 본사를 둔 항공우주 관련 기업은 단 한 곳도 없다. 기업이 없으니 관련 대학이나 학과도 없고, 인재 양성이나 연구인력 유치도 쉽지 않다. 사실 인구 감소로 소멸위험지역인 고흥군은 '우주'가 지역 활성화에 큰 도움이 안 되자 최근엔 ‘커피 재배의 고장’을 더 홍보할 정도다. 우주는 예산만 쏟아붓는다고 열리는 곳이 아니다. 고흥은 한국의 시애틀이 될 수 있을까.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