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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지난 경선서 모질게 해서 사과"... 문 대통령 "이제 그 심정 알겠죠"

입력
2021.10.26 14:05
수정
2021.10.26 14:09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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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이재명 화기애애 면담
李 "코로나·기후대응 짐, 제가 지면 좋겠다"
文 "피로로 이빨 빠져" 체력 안배 조언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와 차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와 차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26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진행된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차담은 50분 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대선을 4개월여 앞두고 정치적 중립성 논란을 의식한 듯 대장동 의혹이나 부동산 문제 등 현안보다 '정책 경쟁' 당부와 덕담을 주고 받는 모습이었다. 특히 당내 비주류로 대선후보 선출 이후 경선 후유증에 시달린 이 후보가 '현재 권력'인 문재인 정부 계승을 강조한 장면들이 눈에 띄었다.

이철희 정무수석이 26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회동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철희 정무수석이 26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회동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대통령과 생각이 일치해 놀랄 때 많아"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차담 배석 후 브리핑을 통해 "이 후보가 청와대에 초대해 줘서 감사하다는 말을 했고, 어제 문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을 잘 들었는데 자신의 생각과 너무 똑같다고 했다"고 전했다. 회동에는 이 수석이 유일하게 배석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 정책 경쟁을 벌일 것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언론은 정책보다 다투거나 네거티브한 측면들을 많이 보도하지만 정책 경쟁은 꼭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변화의 속도가 빠른 시대로 정책도 과감하게 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게 개인적 생각"이라고 조언했다. 이 후보는 "대통령과 제 생각이 너무 일치해서 놀랄 때가 있다"고 반응했다.

이 후보는 문재인 정부과의 연속성을 부쩍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코로나 위기로 디지털 전환이 빨라졌고 기후위기 대응도 가속화하는데 이러한 짐은 현 정부보다 다음 정부가 지는 게 더 클 것 같다"고 하자, 이 후보는 "그 짐을 제가 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답하기도 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에게 "우리 민주정치사에 유례 없이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는 것이 놀랍다"고 덕담했다.

이 후보는 문 대통령에게 "마음에 담아둔 이 말씀은 꼭 드리고 싶었다"며 "지난 대선 당시 제가 좀 모질게 한 부분이 있었던 것에 대해 사과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2017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맞붙은 바 있다. 당내 '비주류'이자 '비문재인계'인 이 후보는 당시 1위 주자였던 문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문 대통령은 "이제 1위 후보가 됐으니까 그 심정을 아시겠죠"라며 화답했다. 대선후보 선출 이후에도 경선 후유증으로 속앓이를 했던 이 후보 입장을 이해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전 청와대 상춘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인사나누고 있다. 뉴습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전 청와대 상춘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인사나누고 있다. 뉴습

이 후보는 "민주당의 가치는 민생개혁과 평화인데 문 대통령이 잘 수행했다"면서 "경기지사도 문재인 정부의 일원 아니냐. 끝까지 문재인 정부가 성공한 정부, 역사적인 정부로 남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문 대통령도 "끝까지 많이 도와달라"고 화답했다.

이철희 "靑 회동서 대장동의 '대'자도 안 나와"

다만 이 수석은 "대장동 의혹이나 부동산 등과 관련한 대화는 오가지 않았다"고 했다. 특히 "대장동의 '대'자도 나오지 않았다"며 "사전에 이 후보 측과 얘기한 것은 선거운동 관련한 얘기는 하지 않는 것으로 하자고 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북한 문제와 관련한 대화도 없었다고 한다. 이 수석은 "오늘은 무거워질 수 있는 얘기를 다 피하다보니 가벼운 얘기만 나왔다"고 소개했다.

이 후보는 끝으로 "지난번 만났을 때보다 얼굴이 좀 좋아지셨다"고 하자, 문 대통령은 "이제는 피곤이 누적돼 도저히 회복되지 않는다"며 "현재도 이빨이 하나 빠져 있는데, 국가 기밀"이라고 농담으로 답했다. 이 후보에게도 "대통령 자리는 일 욕심을 내면 한도 끝도 없더라""일종의 극한직업이니 체력 안배도 잘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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