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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마코 공주, 예식 없이 결혼… 왕실보다 ‘사랑’ 선택, 미국서 자유 누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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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히토 일왕의 조카인 마코(30) 공주가 26일 혼인 신고서를 제출, 왕실에서 벗어나 일반인 신분이 됐다. 일본 국민의 축복을 받는 결혼이 아니란 이유를 대며 예식을 생략하고 서류상으로 끝낸 유례없는 혼인이었다. 마코는 왕실보다 '사랑'을 쫓아 '고무로 마코'란 이름으로 평범한 새 인생을 택했다.
일본 여론은 마코 공주가 교제해온 고무로 게이(30) 모친의 빚 문제가 충분히 해명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두 사람의 결혼을 반대했고, 인터넷 악플로 마코는 복잡성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까지 겪어온 사실이 최근 공개되기도 했다. 이날 야후 재팬 메인에 노출된 기사의 댓글란이 잇따라 폐쇄됐고, 도쿄에선 결혼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NHK 방송 등에 따르면 두 사람은 오전 대리인인 궁내청 직원을 통해 혼인 신고 서류를 제출하고 정식 부부가 됐다. 2017년 약혼을 발표한 지 4년여 만이다. 하지만 여성 왕족의 결혼에 수반하는 의식이 생략됐고, 왕실을 떠날 때 정착금 명목으로 지원되는 일시금(15억원가량)은 본인이 거부했다.
마코는 곧 미국으로 떠난다. 왕족은 여권이 없고 외유 때마다 외교관 비자를 발급 받는다. 새로운 호적이 생기고 주민표가 발급되며 국민건강보험이나 국민연금에 가입, 참정권도 얻게 된다. 고무로는 뉴욕의 법률사무소에 취업해 연봉 20만5,000달러 정도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뉴욕 물가가 비싸고 왕실의 지원도 없어 마코 역시 생활 전선에 뛰어들지 않겠냐는 추측이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큐레이터가 된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일본 국제기독교대학(ICU) 동창인 두 사람은 5년간 교제 후 2017년 9월에 약혼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주간지에 약혼남 모친의 빚 문제가 폭로되면서 여론이 돌아섰다. 모친이 과거 약혼 상대였던 남성과 금전문제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결혼이 일시금을 노린 것이란 보도까지 나왔다. 논란이 커지자 궁내청은 2018년 결혼 연기를 발표했다. 마코의 부친인 후미히토는 "국민이 납득할 상황이 안되면 결혼식을 올리기 어렵다"고 말해 고무로 측이 의혹을 해소할 것을 간접 촉구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두 사람은 끝내 의지를 꺾지 않았고 결국 후미히토는 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2018년 8월 미국으로 건너간 고무로는 로스쿨에서 공부하고 올해 5월 수료했다. 두 사람은 이날 “조용히 걱정해 주거나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정보에 현혹되지 않고 응원해 준 분들께 감사한다”며 “우리에게 결혼은 우리 자신의 마음을 소중히 지키며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서면으로 제출한 기자회견 질문에 대한 응답에서 마코는 “가장 큰 불안은 나와 나의 가족, 게이씨나 게이씨 가족에 대한 비방 중상이 계속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라며 “마음 편한 환경에서 따뜻한 가정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빚 문제는 상대방이 모친과의 직접 대면을 원하지만 모친도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어 고무로가 대신 합의금을 지불할 의향을 밝혔다고 해명했다.
일본 왕실은 행동의 자유가 매우 제한적이다. 학창 시절엔 ‘세금으로 먹고 산다’는 식의 괴롭힘을 당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마코의 결혼에 비난이 심해진 것은 왕실 전례를 따르지 않는데 대한 불만과 사회적인 격차 심화로 인한 분노,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불만 표출이 쉬워졌다는 특성이 합쳐져 나타난 현상이란 진단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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