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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원의 깨진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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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24일 프로야구 두산-LG전에서 두산 미란다 투수가 이룬 시즌 225개째 탈삼진은 KBO 역사에서 37년 만의 기록이다. 이전 기록은 1984년 롯데 최동원의 223K였다. 그가 한국시리즈 7게임 중 5번 출전해 4승을 하고 우승한, 바로 그 전설의 해다. 284.2이닝, 27승(13패 6세이브), 평균 자책점 2.40의 그해 기록이 하나같이 대단하다. 선동렬(214K), 류현진(210K)도 깨지 못한 탈삼진 기록은 미란다가 올 시즌 28경기, 173과 3분의 2이닝 만에 넘어섰다. 9이닝당 11.66K라는 엄청난 효율이다.
□ 시즌 최다 탈삼진 기록 경신이 37년이나 걸렸지만 최동원의 한국시리즈 4승이나 장명부의 한 시즌 최다승(1983년 30승) 기록은 앞으로 영영 깨지지 않을 것 같다. 이런 대기록의 이면에 있는 ‘선수 혹사’가 지금은 가당치 않기 때문이다. 한국시리즈 1·3·5·7차전 선발 투수에 최동원의 이름을 올려두고 강병철 당시 롯데 감독과 최동원 투수가 주고받았다는 대화는 익히 알려져 있다. “동원아 우짜노….” “마, 함 해 보입시다.”
□ 팬들은 던지고 또 던지는 최동원에게 경악하면서 환호했다. 무뚝뚝한 표현 속에 담긴 의리, 홈런을 맞고도 웃는 배포를 ‘부산 사나이’라며 칭송했다. 1986년 선동렬과 맞서 15이닝 동안 200개 넘는 공을 던지고 무승부로 끝난 전설의 맞대결 또한 그런 승부 근성과 팬심이 만든 역사적 장면이다. 그는 분명 롯데의 지주이고 야구의 전설이지만 그 드라마틱한 인생을 달리 풀 수 있었던 단초가 못내 아쉽다.
□ 최동원은 미 메이저리그에서 뛸 기회가 있었다. 지금 류현진이 소속된 토론토 블루제이스가 1982년부터 5년 계약을 제시했으나 병역법에 가로막혔다. 성사됐다면 그는 박찬호에 앞서 온갖 최초의 역사를 썼을 것이며, 류현진보다 화려한 기록을 남겼을 것이다. 몸 관리에 신경써서 선수 생명도 길었을 법하다. 선수협의회 결성을 추진했다가 구단의 미움을 사 트레이드되고 일찍 선수 생활을 마감하는 가슴 아픈 일도 피했을 것이다. 혹사 없이 아름다운 기록을 세웠을 그를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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