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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통신 먹통에 일시 정지된 '비대면사회'… 시민 불만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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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오전 11시쯤 화상 회의를 하던 직장인 김서안(26)씨는 갑자기 화면이 먹통이 돼 깜짝 놀랐다. 김씨가 제작한 자료를 바탕으로 사내 모든 팀과 외부 사업장이 참여해 진행하던 회의였다. 김씨는 "공들여 만든 자료가 모두 날아갔고, 통신이 복구된 후에도 분위기가 어수선해 일손을 놓다시피 했다"며 "멘붕 그 자체였다"고 하소연했다.
# 같은 시간 대학생 전모(23)씨도 중간 시험을 목전에 두고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전씨는 "원격으로 진행되는 온라인 시험이 오후 1시에 예정돼 있었는데 갑자기 인터넷이 끊겨 눈앞이 아득했다"며 "주변 카페를 돌아다니다가 급한 마음에 119에도 전화했는데 그쪽도 전산이 마비됐다고 해서 황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40분 뒤 시험이 취소됐다는 공지를 문자로 받고 나서야 안도할 수 있었다.
# 제주공항에선 휴대폰에 저장된 모바일 탑승권으로 항공기를 이용하려면 승객들이 낭패를 봤다. KT 가입자인 이들은 휴대폰이 먹통이 되자 서둘러 공항 내 항공사 발권 데스크를 찾아가 종이 탑승권을 발급받아야 했다.
KT 통신망이 전국적으로 한 시간 가까이 마비되면서 극심한 혼란이 빚어졌다. 이날 오전 11시 20분쯤부터 시작된 통신 장애로 인터넷 접속이 끊긴 것은 물론이고 일부 지역에선 통화마저 여의치 않았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유행기라 상당수 기관들이 비대면 근무와 원격수업을 진행하고 있어서 불편 체감도가 더 컸다.
통신 장애가 점심시간과 겹쳐 발생하면서 자영업자 피해도 속출했다. KT 망을 이용하는 상점에서 포스기와 QR 코드 출입 인증이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 시내 커피전문점에서 일하는 곽혜수(23)씨는 "카드 결제가 안 돼 계좌 이체와 현금으로 겨우 음료값을 받았다"면서 "QR 인증도 중단돼 종이 명부를 부랴부랴 준비해 연락처를 수기로 적도록 했다"고 말했다. 인천 중구 베트남쌀국수 전문점은 키오스크(무인 주문기계)까지 멈추면서 손님들에게 일일이 주문을 받고 대금은 옆 가게 카드 단말기를 이용하는 불편을 겪었다.
통신 장애에 크게 놀란 이들 중엔 재택치료 환자도 있었다. 코로나19에 확진돼 재택치료를 하던 직장인 김모씨는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상황에서 통신이 두절되니 두려움이 컸다"며 "최근 재택 치료 중 숨진 사례가 있던 터에 나와 연락이 끊긴 가족들의 걱정도 이만저만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증권사 모바일 거래 시스템, 의료기관 진료비 수납 시스템 등도 마비됐다. 이날 광주 조선대병원을 찾은 외래 환자들은 카드 수납을 하지 못해 대기번호표를 뽑고 40분 이상 대기해야 했다. 전국 자동차검사소도 혼란을 피하지 못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KT 망을 쓰는 일부 검사소에서 전산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차량 검사를 받으러 온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고 말했다.
KT 통신망은 이날 정오쯤 대부분 정상화했지만 일부 복구가 지연되는 곳도 있어 오후에도 업무 지연 등 혼란이 이어지는 모습이었다.
경찰은 장애 원인 규명을 위한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관계자는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피해 규모와 원인을 조사 중"이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인터넷진흥원 등과 함께 관련 절차와 규정에 따라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KT 측은 "통신 장애는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 때문"이라고 공식 발표했다가 "네트워크 경로 설정 오류 때문"이라고 정정했다. 경기 과천시 KT상황센터에 사이버테러 1개팀을 보내 네크워크 자료를 살펴본 경찰 역시 이날 오후까지 디도스 공격 정황은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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