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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권주의’ 베트남의 ‘위드 코로나’ 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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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돼! 나는 모르는 일이야. 지나갈 수 없어! (không! tôi không biết. không được di chuyển!)"
지난 17일 베트남 하노이 인근 A성(省) 경계 검문소에 배치된 공안은 단호했다. 일주일 전, "지역 간 인원 및 물류 이동을 허용한다"는 중앙정부의 야심찬 '위드 코로나'(일상회복) 정책의 영은 전혀 서 있지 않았다. 전국 각지의 산업단지 검문소 모습도 비슷했다. "지방 성 정부가 아직 변경된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는 말만 반복하는 공안과 "제발 이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방역 자치권을 달라"는 기업인들의 절규는 곳곳에서 충돌했다.
베트남의 혼란은 지방정부의 행정권한을 최대한 보장하는 특유의 '분권주의' 탓이다. '인민에 의한,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공동체 운영'이란 사회주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베트남은 독립 이후 현 기조를 최선을 다해 유지하고 있다. 중앙정부가 포괄적인 방향성을 제시하는 '의결문'을 발행하면, 각 지방정부가 이를 구체화할 '지시령'을 만들어 시행하는 방식이다. '위드 코로나' 정책 역시 중앙정부 128호 의결문이 시초이며, 이를 현실화하는 건 오롯이 지방정부의 몫이다.
민주주의 체제 국가보다 오히려 더 유연해 보이는 베트남식 분권주의의 함정은 정책 방향성에 대한 동의 여부에 숨어 있다. 중앙과 지방이 일치단결하면 강력한 사회통제력이 발휘되지만, 반대의 경우 성마다 다른 기조를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불편이 발생한다. 아쉽게도 이번엔 후자다. 위기에 빠진 수출경제 회복에 방점을 찍은 중앙과, 확진자 수 최소화에만 목매고 있는 지방의 간극은 여전히 멀고도 깊다.
베트남 국회는 지난주 128호 의결문을 따르지 않는 지방 성장과 인민위원장들을 연이어 불러 경고 조치했다. 하지만 지난 23일 메콩삼각주 지역 일부 성들은 보란 듯이 자체적으로 야간통행 금지령을 다시 발동했다. 베트남 분권주의의 씁쓸한 민낯. ‘분권 편의주의’에 주민 불편은 가중된다. 현지 신규 진출을 꿈꾸는 한국기업들이라면 반드시 기억하고 대비해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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