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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전쟁 이면의 '전쟁'

입력
2021.10.28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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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8 이라크 전쟁 리크 게이트

애덤 매케이 감독의 2010년 영화 '페어 게임' 포스터. Rotten Tomatoes 사진

애덤 매케이 감독의 2010년 영화 '페어 게임' 포스터. Rotten Tomatoes 사진

2003년 3월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했다. 이라크가 보유했다는 '대량살상무기'가 전쟁 명분이었다. 앞서 미국 정부는 이라크가 아프리카 니제르에서 다량의 정제 우라늄을 구매했을 가능성을 제기한 정보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프리카 담당 부장을 지낸 조지프 윌슨(1949~2019)을 니제르 현지 조사관으로 파견했다. 윌슨은 '사실무근'이란 결론의 보고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딕 체니 부통령과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등 백악관을 장악한 '네오콘'은 부시를 부추겨 전쟁을 강행했다. 넉 달 뒤인 7월 윌슨은 이 모든 과정과 전쟁의 부당성을 뉴욕타임스 칼럼으로 폭로했다. 칼럼 제목은 '내가 아프리카에서 찾지 못한 것'이었다.

약 일주일 뒤 저명 보수 칼럼니스트 로버트 노박이 워싱턴포스트에 반박 칼럼을 썼다. 윌슨의 주장은 정부를 음해하기 위한 악의적·자의적 판단에 근거한 것이며, 대량살상무기 전문 CIA 현역요원인 윌슨의 아내 밸러리 플레임(1963~)이 음모의 배후일지 모른다는 내용이었다.

정보요원의 신분을 의도적으로 노출시키는 것은 정보요원보호법(IIPA, 1982) 위반 행위였다. 폭로의 사실 자체보다 언론인의 정보요원 신분 노출이 정치 이슈화했다. 윌슨은 자신에 대한 백악관의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CIA까지 가세한 '리크 게이트' 수사 당국은 노박의 최종 정보원이 백악관 부실장 칼 로브와 부통령 비서실장 루이스 리비임을 확인했다. 리비는 위증 혐의로 2005년 10월 28일 기소돼 2년 6개월 형을 선고받았으나 직후 사면됐다.

애덤 매케이 감독의 2018년 영화 '바이스(Vice)'가 보여주듯 체니는 미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권력을 행사한 부통령이었다. 윌슨과 플레임의 딕 체니에 대한 고소는 기각됐다. 이 사건은 전쟁의 진실과 미국의 위신, 정치·언론 윤리를 이슈화하며 네오콘의 민낯을 드러냈고, 2010년 나오미 와츠와 숀펜 주연의 영화 '페어 게임'으로 제작됐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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