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부동층 30%나 되는데... '반쪽 보수표'만 쫓는 윤석열·홍준표

입력
2021.10.25 09:40
5면
구독

윤석열은 '실언', 홍준표는 '친박 구애'
'중수청' 강조 유승민도 '이남자 전략'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대선주자들이 22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YTN에서 대선후보 경선 6차 토론회를 앞두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승민 전 의원, 홍준표 의원, 이 대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원희룡 전 제주지사. 뉴스1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대선주자들이 22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YTN에서 대선후보 경선 6차 토론회를 앞두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승민 전 의원, 홍준표 의원, 이 대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원희룡 전 제주지사. 뉴스1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뽑기 위한 본경선이 ‘집토끼 지키기’ 싸움으로 흐르고 있다. 그런데 막말 공세와 시대착오적 공약을 앞세운, 그릇된 수성(守城) 전략이 문제다. 각 주자가 눈앞의 경선 승리 전략에 골몰하는 사이, 본선 캐스팅보트를 쥔 중도층 유권자들은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변별력 없는 토론회… 갈 곳 잃은 중도층

국민의힘 본경선은 여전히 예측 불허 판세다. 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기관이 18~20일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국민의힘 대선후보 적합도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 25%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22%인 홍준표 의원과는 오차범위(±3.1%) 내 격차로, 어느 한쪽이 승기를 잡았다고 말하기 어려운 박빙 양상이다. 6차례 열린 토론회에서도 우열은 크게 가려지지 않았다.

눈에 띄는 건 아무 후보도 택하지 않은 비율이 34%나 됐다는 점이다. ‘지지하는 후보가 없다’와 ‘모름ㆍ무응답’이 각각 32%, 2%였다. 2강 윤 전 총장과 홍 의원의 지지율을 훨씬 상회하는 수치다. 특히 18~29세 청년층에선 부동층 비율이 절반(49%)에 달했다. 반면 60세 이상은 평균보다 낮은 23%로 나타나 세대별 차이도 확연했다.

쉴 틈 없는 막말·실언에 "이재명도, 野주자도 싫다"

작지 않은 부동층 비중이 국민의힘 경선에만 국한된 것도 아니다. 무응답 비율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의 가상대결에서도 소폭 늘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15, 16일 실시한 윤 전 총장ㆍ이 지사, 홍 의원ㆍ이 지사의 가상 양자대결에서 ‘적합 후보 없음’ 응답은 전주 대비 각각 3.1, 2.7%포인트 증가했다. 대장동 의혹과 민주당 경선 여파로 이 후보 지지자들이 일부 이탈한 결과지만, 반대로 ‘야권 지지도 싫다’는 여론 역시 상당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강윤 KSOI 소장은 “여러 요인이 있지만 보수 주자들의 막말 및 실언 강도가 갈수록 높아지는 것과 무관치 않다”고 분석했다. 윤 전 총장의 ‘전두환 미화 발언’ 논란이 대표적이다. 그는 앞서 19일 부산 방문 중 “군사쿠데타와 5ㆍ18만 빼면 (전 전 대통령도) 정치 잘했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다”고 해 거센 비난에 시달렸다. 당 안팎에선 영남 보수 표심을 확실히 붙잡으려다 ‘무리수’를 던졌다는 진단이 많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2일 광주 북구 망월동 5·18 구묘역(민족민주열사묘역)을 참배하기 위해 입장하며, 묘역 입구 땅에 박힌 전두환 비석을 밟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2일 광주 북구 망월동 5·18 구묘역(민족민주열사묘역)을 참배하기 위해 입장하며, 묘역 입구 땅에 박힌 전두환 비석을 밟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당심 '올인', 경선에선 유리할지 몰라도...

민심은 외면한 채 당심에만 호소하기는 홍 의원도 마찬가지다. 최근 친(親)박근혜 핵심 인사인 홍문종 전 의원을 캠프에 영입한 그는 토론회 등에서 연일 윤 전 총장의 적폐 수사 이력을 정조준하고 있다. 본경선에선 책임당원 투표 비중이 50%로 높아지는 만큼, 윤 전 총장에게 쏠린 영남ㆍ고령층 당원표를 최대한 빼앗아 오는 것이 ‘우월 전략’이라는 판단에서다.

유승민 전 의원은 ‘중수청(중도층ㆍ수도권ㆍ청년)’을 내내 강조해왔지만, 실상은 이준석 대표 체제 출범 후 당에 유입된 ‘이남자(20대 남성)’에 전략적으로 구애하는 측면이 더 크다. 야권에서 여성할당제와 여성가족부 폐지 등 공약을 가장 먼저 내건 것도 유 전 의원이었다.

전문가들은 이런 반쪽 전략이 대선 본선에서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누가 대선후보가 되든 경선 과정에서 강성 보수 이미지가 굳어지면 여당 후보와의 중원 싸움에서 힘을 쓰기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야권 주자들이 중도층 흡수에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차기 대선은 이미 ‘비호감 대결’로 흐르고 있다. 한국갤럽의 19~21일 조사에서 민주당 이 후보와 윤 전 총장, 홍 의원은 누가 압도적이라고 할 것 없이 각각 60%, 62%, 59%의 높은 비호감도를 기록했다.

※자세한 여론조사 결과는 NBS, KSOI, 한국갤럽이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강유빈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