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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증 없는 허술한 유동규 공소장… 부실기소 아닌가

입력
2021.10.2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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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이자 화천대유의 대주주 김만배(왼쪽)씨와 남욱 변호사가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뉴스1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이자 화천대유의 대주주 김만배(왼쪽)씨와 남욱 변호사가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대장동 민간개발업자들 사이의 검은 거래가 윤곽을 드러냈다. 검찰이 유 전 본부장을 기소하면서 법원에 제출한 공소장이 공개되면서다. 하지만 유 전 본부장을 구속할 때 영장에 적시했던 배임 혐의가 빠진 것은 물론, 뇌물 명목이 변경되는 등 석연찮은 구석이 적지 않다. 더구나 구체적 물증 없이 정영학 회계사가 제출한 녹취록을 토대로 작성한 공소장이라 향후 법정에서 공소 유지가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개발사업이 확정되기 3년 전인 2012년 남욱 변호사에게 “공사 설립을 도우면 사업권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공사 설립이 확정된 이후에는 “땅을 못 사면 내가 해결해 주고, 개발 구획은 너희 마음대로 다 해라”면서 사업권을 넘기는 대가로 3억5,200만 원의 뇌물을 받는 대담함을 보였다. 민관 공동개발로 화천대유가 막대한 개발이익을 챙긴 뒤에는 대주주 김만배씨에게 대가를 요구, 700억 원 제공을 약정받았다. 하지만 A4용지 8장짜리 공소장에는 남 변호사 등이 공사 설립에 어떤 도움을 줬는지 등 구체적 내용이 빠져 있다.

유 전 본부장 혐의도 구속 당시 영장에 적시된 내용과 크게 다르다. 구속영장의 핵심이 사업 허가권자로서의 배임과 뇌물수수였다면 공소장은 유 전 본부장과 남 변호사, 김만배씨의 개인적 검은 거래가 골격이다. 위례신도시 사업 관련해 받은 3억 원의 뇌물은 대장동 사업에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둔갑했다. 무엇보다 정 회계사의 녹취록과 당사자 진술을 토대로 구성된 공소사실을 뒷받침할 구체적 물증이 거의 없다는 게 문제다. 당장 유 전 본부장 측은 “공소사실은 전혀 입증되지 않은 내용”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공소장의 허술한 구조를 보면 김만배씨 영장기각에 이어 검찰의 부실수사를 또다시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늑장ㆍ뒷북 수사에 대한 국민적 질책을 받은 검찰이 유 전 본부장 공소유지마저 실패한다면 심각한 후폭풍에 직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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