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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비가 36㎞라는데, 가격은 800만원인 차량... 그런데 생산이 8년째 안되고 있다

입력
2021.10.24 14:30
수정
2021.10.24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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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엘리오 모터스', 2013년 3륜 자동차 생산 발표
'가격 800만 원, 연비 L당 36㎞' 선전에 6만 명 몰려
차량 1대도 못 만들며 전기차 생산 다시 광고해 논란

엘리오 모터스 차량 모델과 폴 엘리오 회장. USA투데이 캡처

엘리오 모터스 차량 모델과 폴 엘리오 회장. USA투데이 캡처

미국 아칸소주(州) 리틀록에 사는 보험 영업사원 벤 하그레이브(70)씨는 2013년 색다른 자동차 모델을 발견했다. 2008년 설립된 ‘엘리오 모터스’에서 만든 시제 모델은 일반 차량과 달리 세 바퀴(앞 2개, 뒤 1개)로 가는 2인승 차량이었다. 1갤런(3.79L)의 기름으로 84마일(134.4㎞)을 간다는 선전에 그는 귀가 솔깃해졌다. L당 연비는 36㎞에 달했다. 아마추어 골프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운전하는 동안 기름값을 아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차량 가격도 당시 7,000달러(약 823만 원)가 채 안 됐다. 그는 1,000달러의 계약금을 걸고 차량을 기다렸다. 하지만 지난 8년간 그는 차량을 인도받지 못했다. 하그레이브씨는 20일(현지시간) 미 USA투데이에 “회사가 생산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기보다는 처음부터 사기였다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미국의 신생 자동차회사 엘리오 모터스의 차량 생산을 놓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6만 명 넘는 고객에게 판매 예약 명목으로 계약금을 받아 놓고 10년 가까이 차량을 넘겨주지 않으면서다. 공장을 인수했다고 해 놓고 실제 운영을 하지 않았고, 차량을 한 대도 만들지 않더니, 이번에는 전기차를 생산하겠다며 다시 선전을 하자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엘리오 모터스는 지난달 다른 전기차 가격보다 훨씬 낮은 1만4,900달러에 세 바퀴가 달린 전기차를 생산하겠다고 발표했다. 2013년부터 약속했던 일반 차량을 내놓지도 못한 상황에서 새로운 시도를 한 것이다. 이에 미 ABC방송은 “한 회사가 오래된 문제를 덮기 위해 새로운 얼굴로 꾸미려는 데 대한 경고가 있다”라고 전했다.

엘리오 모터스의 새로운 전기 차량 모델 발표. 엘리오 모터스 홈페이지 캡처

엘리오 모터스의 새로운 전기 차량 모델 발표. 엘리오 모터스 홈페이지 캡처

최근 미국 정부에 제출된 서류에 따르면 이 회사는 2억1,500만 달러의 부채를 지고 있다. 고객에게 환불되지 않은 보증금도 2,600만 달러에 이른다. 2013년 GM의 루이지애나 공장을 인수해 일자리 1,500개를 창출하고 2014년부터 생산을 개시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으나 실현되지 못했다.

엘리오 모터스는 2013년 한국 시장 진출을 준비하기도 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3’에서 차량 모델을 공개한 뒤 국내 판매 파트너 겸 대리점 모집을 시도한 적도 있다.

폴 엘리오 엘리오 모터스 회장은 USA투데이 인터뷰에서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것은 사기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하려는 일은 진짜 어렵고, 우리는 해낼 수도 있고 못할 수도 있는데 명예롭지 못하게 사기라고 부르는 것은 나를 화나게 한다”라고 반박했다. 아직 자동차를 개발 중이기 때문에 사기를 친 것은 아니라는 해명이다. 하지만 고객 존 리트먼은 ABC방송에 “(차량 계약) 4년 후 돈을 돌려받기를 원했으나 여전히 차도 없고 연락도 없었다”라고 토로했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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