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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암 주범' C형 간염, 40세 넘으면 적어도 한 번 검사해야

입력
2021.10.24 18:10
수정
2021.10.24 20:07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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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원 드는 혈액검사로 감염 여부 확인

C형 간염을 조기 진단해 치료하면 간경화나 간세포암, 간이식 등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C형 간염을 조기 진단해 치료하면 간경화나 간세포암, 간이식 등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C형 간염 환자가 크게 감소했다는 보건당국의 발표가 있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신규 만성 C형 간염 환자가 2016년 1만4,087명에서 2020년 8,647명으로 5,440명이 줄어 연평균 11.5% 감소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한간학회 등 관련 학계에서는 코로나19 유행 등으로 C형 간염 검사를 받은 사람이 적기 때문이지 결코 환자가 줄어든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심재준 대한간학회 홍보이사(철원병원 부원장)는 “C형 간염은 증상이 없기에 환자를 찾아내 치료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대한간학회 역학 조사에 따르면 만성 C형 간염 환자가 20만 명 정도로 추정된다”고 했다.

◇C형 간염 30~40%가 간경변증ㆍ간암 악화

C형 간염은 C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돼 발생한다. 평균 2~12주 잠복기를 거치지만 대부분 증상이 없다. 드물게 황달, 피로감, 소화불량, 체중 감소 등이 나타나지만 아주 경미해 20% 정도만 치료를 받는다 . 급성 경과 후 70~80% 정도가 만성간염으로 남고 이 중 30~40%는 간경변증과 간암으로 악화한다. 만성 C형 간염은 만성 B형 간염에 이어 간암의 두 번째 원인이다.

C형 간염은 AㆍB형 간염과 달리 수혈과 주사기를 통해 주로 감염된다. 이 때문에 현재 모든 혈액 제제는 수혈 전 혈액검사를 한 뒤 수혈하기에 이로 인한 C형 간염 전파는 거의 사라졌다.

하지만 주사기를 통한 감염 위험은 여전하다. C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에게 쓰인 주사기가 다른 사람에게 다시 사용돼 전염되기 때문이다.

또한 면도기ㆍ칫솔ㆍ손톱깎이 등을 같이 사용하거나, 문신ㆍ피어싱ㆍ반영구 화장ㆍ침 시술ㆍ정맥주사 등이 최근 늘면서 C형 간염 바이러스 전파 사례가 늘고 있다.

C형 간염은 예방 백신은 없지만 8~12주 치료하면 98% 이상 완치할 수 있는 약이 개발됐다. 게티이미지뱅크

C형 간염은 예방 백신은 없지만 8~12주 치료하면 98% 이상 완치할 수 있는 약이 개발됐다. 게티이미지뱅크


◇8~12주 정도 약 먹으면 98% 이상 완치

C형 간염은 AㆍB형 간염과 달리 예방 백신이 없다. C형 간염 바이러스(HCV)는 최소한 6개 유전자형과 50개 정도의 RNA 바이러스 아형(亞形)이 있어 백신 개발이 어렵기 때문이다.

C형 간염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바이러스 유전자형(1~6형)에 따라 6~12개월 치료해도 50%밖에 완치되지 못했다. 주사제와 ‘리바비린’이라는 먹는 약(항바이러스제)을 함께 사용하는 치료법인데, 약물 부작용으로 치료에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그런데 8~12주간 하루 한 번씩 약을 먹으면 98% 이상 완치되는 ‘항바이러스 치료제(DAAㆍDirect-acting Antiviral Agents)’가 나왔고, 건강보험까지 적용받는다. 항바이러스 치료제로는 마비렛·하보니 등이 있다. 심재준 대한간학회 홍보이사는 “개선된 C형 간염 치료제가 나와 병을 거의 완치할 수 있게 됐지만 진단 후 치료받는 비율은 60%도 되지 않는다”고 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30년까지 C형 간염 퇴치를 목표(2030년까지 전체 환자 90%를 진단하고 80% 이상 치료)로 국가별 C형 간염 퇴치 계획 수립과 범국가적인 검진 권고와 지원 정책 시행을 촉구하고 있다. 미국ㆍ프랑스ㆍ대만 등에서 C형 간염 검사 대상자를 늘리고 무료 검사를 시행하면서 조기 발견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 국가건강검진 항목에는 C형 간염 검사가 포함되지 못하고 있다. 1만 원 정도 드는 간단한 혈액검사로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지만 조기 발견되는 경우는 적은 편이다. 김하일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40세 이상이거나 C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이 의심되면 적어도 한 번 정도 검사하기를 권한다”고 했다.

◇C형 간염 검사하면 비용 대비 효과적

대한간학회는 지난 20일 ‘간의 날’을 맞아 1964년 출생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던 2020년 C형 간염 조기 발견 시범 사업 결과와 비용ㆍ효과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학회가 2020년 9, 10월 두 달간 일반건강검진 대상자(84만1,331명) 중 10만4,918명을 대상으로 C형 간염 선별 검사(HCV Ab 검사)를 시행한 결과, 792명(0.75%)이 양성으로 확인됐다.

792명의 양성자 중 60% 이상은 과거에 C형 간염 검사를 받아 본 적이 없었다. 또한 이들 중 70% 이상은 C형 간염을 앓고 있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무증상 C형 간염 환자의 선별ㆍ치료가 시급하다.

대한간학회가 시행한 C형 간염 검사의 비용ㆍ효과 분석에서도 모든 대상자를 1회 검진하는 전략(Screen-all 전략)이 검진하지 않는 전략(No screening 전략)보다 점증적 비용 효과비(ICERㆍIncremental Cost Effectiveness Ratio)가 816만 원으로 임계 값(3,583만 원)보다 훨씬 적어 투입 비용에 비해 무척 효과적이었다.

이한주 대한간학회 이사장(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C형 간염 검사를 한 번만 시행해도 전혀 검사하지 않는 것보다 비용 대비 효과가 매우 높다”고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C형 간염을 조기 진단해 치료하면 대상성 간경변증(초기 간경화ㆍ50%), 비대상성 간경변증(중증 간경화ㆍ48%), 간세포암(49%), 간이식(43%), 간 질환으로 인한 사망(49%) 등이 크게 감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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