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암 1위’ 유방암, 브래지어 착용하면 잘 걸린다?

'브래지어를 착용하면 유방암에 잘 걸린다'는 등 유방암에 대한 잘못된 속설이 적지 않다. 게티이미지뱅크

유방암은 여성 암 1위로 40~50대 여성에게서 주로 발생하는데 최근에는 20~30대 젊은 환자도 늘고 있다.

국가암등록통계(2018년)에 따르면 전체 여성 암 환자 11만5,080명 중 2만3,547명(20.5%)이 유방암이었다. 여성 암 환자 5명 중 1명은 유방암 환자인 셈이다. 다행히 유방암 5년 생존율(2020년 기준)은 93.3%로 다른 암보다 높은 편이다.

강영준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유방갑상선외과 교수는 “유방암은 완벽히 예방하기란 불가능하지만 정기검진을 통한 조기 발견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며 “30세 이상 여성은 매월 자가 검진을 시행하고 35세 이상은 2년 간격으로, 40세 이상 여성은 1~2년마다 전문의를 찾아 검사하는 깃이 필요하다”고 했다.

유방암은 여성이라면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조기 발견이 가능하고, 또 조기 치료하면 완치율도 높다. 주변에서 떠돌고 있는 유방암의 속설에 대해 짚어본다.

◇모유 수유가 유방암 발병 위험 낮춘다? (O)

모유 수유가 유방암 발생 위험을 낮춘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연구에서 입증됐다. 모유 수유를 하면 유방암 발생 위험을 10~20% 낮추고, 수유 기간이 길수록 발생 위험을 더 낮춘다는 보고가 여럿 있다. 다만 모유 수유를 한다고 해서 유방암에서 자유로워진다는 뜻은 아니다. 모유 수유를 권장하지만 현실적으로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는 무리해서 집착할 필요는 없다.

◇브래지어 착용하면 유방암 잘 걸린다? (X)

과거 브래지어를 착용하면 유방암에 잘 걸린다는 주장은 잘못될 속설이다. 미국 인류학자 시드니 로즈싱거는 1995년 자신의 책 ‘입으면 죽는다(Dressed To Kill)’에서 매일 12시간 이상 브래지어를 착용하는 여성의 유방암 발생 위험이 11% 더 높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암학회는 2007년 이 주장을 ‘루머’로 분류하고 브래지어가 림프 기관을 압박해 독소가 축적된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고 통계적인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후 다양한 연구에서 브래지어 착용이나 시간, 시기가 유방암 발생과 크게 관련 없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유방 확대 수술하면 유방암 위험 높인다? (X)

보형물을 삽입하는 유방 확대 수술이 유방암을 일으킨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보형물을 삽입한 여성과 그렇지 않은 여성을 비교한 연구에서도 유방암 발생률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다만 지방 이식이나 필러 주사를 맞아 유방을 확대한 경우 유방 촬영이나 초음파 검사만으로는 유방암 확인이 어려워 진단이 늦어질 가능성은 있다.

◇유방암 위험 낮추는 좋은 음식 따로 있다? (X)

유방암과 관련해 특별히 좋은 음식도, 나쁜 음식도 없다. 서구화된 음식과 유방암을 관련 짓는 것도 큰 의미는 없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건강식을 주로 섭취하면 된다.

칼로리가 높은 기름진 음식이나 과다한 음주 등 좋지 않다고 알려진 음식은 되도록 피한다. 동물성 지방은 줄이는 것이 좋다. 특히 비만은 유방암 환자에게 좋지 않다. 살을 찌우는 음식이나 생활 습관은 자제한다.

기호식품인 커피, 콜라, 녹차, 비타민 칼슘 영양제 등은 괜찮다. 좋다고 알려진 음식을 찾기보다 다양한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고 적절한 운동과 건강한 체중, 정기적인 건강검진이 유방암 예방에 도움된다.

◇가족력이 있으면 유방암 위험 더 높다? (O)

유방암은 여성이라면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유방암 중에는 부모에게서 암 유전자를 물려받아 선천적으로 암에 취약한 유전성 유방암이 있다.

유전성 유방암은 전체 유방암의 5~10%를 차지한다. 미국은 이보다 많은 12% 정도가 유전성이다. 다만 암 유전자가 있다고 해서 모두 암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사람보다 암 발병 확률이 높을 뿐이다.

물론 암 유전자가 있으면 유방암은 60~80%, 난소암은 20~40%까지 발병률이 높아진다. 유전성 유방암과 일반 유방암은 예후에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암 유전자가 있더라도 전문가와 상의해 예방적 치료나 적극적인 검사를 기본으로 좋은 식습관, 적절한 운동, 스트레스 해소 등을 통해 잘 관리하면 좋은 결과를 볼 수 있다.

◇여성호르몬이 유방암 위험 높인다? (O)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유관 세포 증식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 오랫동안 노출되면 유방암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따라서 예방 차원에서라도 무분별한 여성호르몬 사용은 피해야 한다. 호르몬 치료를 받을 때에도 전문가에게 반드시 1년에 한 번 이상 검사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 또 이른 초경, 늦은 폐경, 출산이나 수유 경험이 없거나 늦은 초산 등으로 여성호르몬에 노출된 기간이 길수록 유방암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영준 교수는 “유방암은 빨리 발견해 치료할수록 예후가 매우 긍정적이다. 초기에 발견하는 것이 유방암 치료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암 크기가 아주 작을 때는 증상이 없는 만큼 자가 진단과 검진이 중요한데 30세 이후 매달 생리가 끝나고 3~4일 후에 자가 검진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유방암 자가 진단법]

1. 유두에 분비물이 있는지 확인한다.

2. 양쪽 유방이 비대칭인지 살펴본다.

3. 거울 앞에 서서 손을 머리 뒤로 얹고 기울여 유방을 관찰한다.

4. 엉덩이에 손을 얹고 몸을 앞으로 기울여 유방을 살펴본다.

5. 왼팔을 올리고 오른손 끝으로 동심원을 그리며 겨드랑이부터 유방을 천천히 만져본다.

6. 한쪽 팔을 올리고 반대쪽 손으로 젖꼭지를 가볍게 짜내 분비물이 있는지 살펴본다.

7. 타월이나 베개를 어깨에 받치고 동작을 4~5회 반복한다.
8. 종종 동심원으로 유방을 골고루 만져본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