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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강국' 틈바구니 속 한국, 진정한 '우주 독립' 위한 과제는

입력
2021.10.23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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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개발한 핵심 기술 개량 및 고도화?
②종합적인 관점에서 우주개발 바라봐야?
③미국 ITAR 족쇄 풀어야

21일 오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가 발사되고 있다. 고흥=뉴시스

21일 오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가 발사되고 있다. 고흥=뉴시스

"솔직히 아직은 신생아 수준이죠. 하지만 누구나 신생아를 거치지 않습니까."

21일 발사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기술 이전이 철저히 막혀 있는 우주개발 분야에서 설계부터 제작, 시험, 발사까지 모든 과정을 순수 국내 기술로 해냈어도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는 뜻이다.

"엔진 외에도 확보한 핵심 기술 많아... 문제는 개량화, 고성능화"

누리호 1단 산화제 탱크 내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누리호 1단 산화제 탱크 내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누리호는 위성 모사체의 궤도 안착에 실패했지만 고도 700㎞까지 오르며 비행 성능을 입증했다. 이는 세계에서 7번째로 누리호 1단의 75톤급 액체엔진 개발에 성공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두께를 2.5㎜로 줄이면서도 극저온 산화제를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추진제 탱크, 75톤의 추력을 내는 엔진 4기가 하나의 300톤급 엔진처럼 움직이는 '클러스터링 기술', 러시아의 도움 없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제2발사대 등도 누리호를 통해 얻은 성과다.

노태성 인하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스페이스X가 수소 연료가 아닌 1970년대에 주로 쓰던 케로신과 액체산소를 사용한다고 했을 때 우주과학계가 깜짝 놀랐다"며 "우리도 최신 트렌드라고 해서 따라갈 게 아니라 이번에 개발한 핵심 기술을 어떤 측면에 초점을 맞춰 개량하고 고성능화할 것인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종합적인 관점에서 아우를 수 있는 컨트롤타워 필요"

기술 개발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종합적인 관점에서 우주개발을 바라보는 접근이 필요하다.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정보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발사체는 가장 어렵고 핵심적인 기술이긴 하지만 승객을 실어 나르는 '수송기' 역할"이라며 "그보다 더 중요할 수 있는 위성항법시스템(KPS), 위성 활용, 달 탐사 계획 등 종합적인 관점에서 우주개발을 주도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 내용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 내용

외교적 노력도 뒷받침돼야 한다. 기술 이전을 철저히 막기 위한 미국의 국제무기거래규정(ITAR)의 족쇄를 풀어야 본격적인 우주발사체 시장에 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자국의 기술이 들어간 인공위성이나 우주탐사선을 쏘아 올리지 못하게 막고 있다. 전략 자산이 군사용으로 전용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노 교수는 "인공위성에는 정밀성이 높은 자이로스코프 등 최첨단 미국 기술이 사용될 수밖에 없다"며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에 합의했듯 독립적인 발사체와 발사대 등이 있으니 기술 유출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외부 조사위원회 꾸려 누리호 실패 원인 분석할 것"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1일 오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프레스룸에서 누리호 발사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1일 오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프레스룸에서 누리호 발사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2, 3주 내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조사위원회를 꾸릴 계획이다. 누리호 발사 실패 원인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다. 항우연 관계자는 "나로우주센터, 제주와 남태평양 팔라우 추적소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다"며 "다만 발사 주체인 항우연이 아니라 조사위원회에 데이터를 보고하고 심의한 뒤 결과를 공개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누리호 1차 발사의 실패를 딛고 내년 5월 2차 발사에서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2차 발사는 1차 발사와 과정, 목표 등은 같지만 위성 모사체뿐 아니라 0.2톤 규모의 성능 검증 위성도 실린다. 이어지는 3차 발사부터는 차세대 소형위성 등이 탑재될 예정이다. 누리호는 기술을 고도화하기 위해 2027년까지 총 5번 발사된다.

조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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