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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성공 가능성 27%' 뚫고 700㎞ 올라간 누리호, 마지막 고비에 좌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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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발사체가 첫 발사에서 성공할 확률은 매우 적다. 2000년대까지 새로 개발한 발사체를 쏘아 올린 11개국의 첫 발사 성공률은 27.2%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이 "지구를 떠나면서 배우는 게 더 많다"고 할 정도로 발사는 어려운 과제다.
순수 국내 기술로 완성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는 '27.2%의 벽'을 뚫었다. 위성 모사체를 목표 궤도에 안착시키는 최종 임무를 완수하지 못했지만 희박한 성공 가능성을 극복하고 700㎞까지 솟아오르는 데 성공했다.
누리호가 발사된 21일에도 점검의 연속이었다. 약 37만 개 부품이 제 시간에, 예정된 궤도에서 정상 작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극도의 긴장감 속에 오후 4시로 예정됐던 발사 시간이 5시로 1시간 미뤄지기도 했다.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원장은 "오전 11시 30분쯤 발사체 내부 밸브와 관련한 이상이 감지됐다"며 "해당 밸브를 점검하기 위해서는 발사대 하부시설을 점검해야 하는데, 직접 사람이 가서 확인해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느라 시간이 더 걸렸다"고 설명했다.
기상 상황은 발사 직전까지 변수였다. 예상보다 고층풍이 강해 베이지색 항공점퍼를 맞춰 입은 항우연 관계자들 얼굴에 근심이 서리기도 했다. 항우연 한 관계자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정말 다했다. 이젠 하늘이 도와줘야 할 텐데..."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고층풍은 지상 10㎞ 상공에서 부는 바람으로, 기준 이상으로 바람이 세게 불면 비행 제어가 어렵다.
개발 과정이 순탄했던 것도 아니다. 누리호도 액체로켓 엔진 개발의 대표적인 난제로 꼽히는 연소불안정성 문제를 피해갈 수 없었다. 이는 여러 개의 추진체가 짧은 시간에 고온, 고압으로 연료를 연소하다보니 연소실 내부의 압력과 진동이 급격히 높아지다 폭발하는 현상이다. 현재 기술로는 연소불안정 현상을 근본적으로 제거할 수 없다.
누리호는 개발 초기인 2014년 10월 연소불안정 현상을 겪었고 10회 이상 설계를 변경한 끝에 문제를 극복했다. 75톤급 액체엔진은 발사 전까지 모두 33기의 엔진을 시험했다. 지상 및 고공모사환경에서 총 184회 실험했고, 누적연소시간만 1만8,290초에 달한다.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정보시스템공학과 교수는 "그동안 축적해온 개발 기술도 있었지만 연구진 특유의 '꼼꼼한 검증' 덕분에 성공할 수 있었던 듯하다"며 "육지에서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37만 개 부품을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제 '위성 궤도 안착'이라는 과제가 남았다. 목표 궤도에 위성을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해당 궤도까지 정해진 속도로 올라가야 하며, 분리될 때의 속도도 완벽히 맞아야 해 발사 부담이 큰 게 사실이다. 연구진이 이번 발사에 성능 위성이 아닌 위성 모사체(더미 위성)를 실은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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