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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고발 사주'라 작명하고 민주당이 후회한 까닭은

입력
2021.10.22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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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 사주'냐 '제보 사주'냐... 작명 경쟁 치열


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환경부 국정감사에 앞서 더불어민주당(위)과 국민의힘(아래) 관계자들이 대장동 의혹 관련 팻말을 경쟁적으로 붙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환경부 국정감사에 앞서 더불어민주당(위)과 국민의힘(아래) 관계자들이 대장동 의혹 관련 팻말을 경쟁적으로 붙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여야 대선주자들이 연루된 의혹들이 제기되면서 여야 간 '작명(네이밍) 경쟁'이 뜨겁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겨눈 고발 사주 의혹을, 국민의힘은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를 겨냥한 대장동 의혹을 부각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적군의 약점을 강조하면서 아군의 약점을 가리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선 유권자들의 입에 착 달라붙는 직관적이고 날카로운 작명이 필수다.

이 후보가 연루된 대장동 의혹을 다루는 민주당 내 조직은 '화천대유 토건비리 진상 규명 태스크포스(TF)'다. 민주당이 야당이나 언론이 사용하는 '대장동 의혹' 대신 '화천대유 의혹' 또는 '화천대유 게이트'라고 명명하는 것은 이재명 후보가 성과로 강조하고 있는 대장동 개발 이익의 공익 환수에 흠집이 나는 것을 우려해서다.

대신 화천대유를 강조한 것은 이번 사안을 화천대유를 중심으로 얽힌 김만배씨와 남욱 변호사,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의 개인 일탈로 규정하기 위해서다. 박영수 전 특검과 곽상도 전 의원 등 야당과 법조계 등과의 커넥션을 강조하기 위한 포석도 있다.

이 후보가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자꾸 '대장동 게이트'라고 하는데 이건 '화천대유 게이트'"라고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민주당은 대장동 의혹에 곽 전 의원과 원유철 전 의원 등 국민의힘 인사들이 연루된 점을 들어 '국민의힘 게이트'라는 표현도 사용하고 있다.

화천대유 게이트 vs 대장동 게이트

국민의힘은 정반대 이유로 '대장동 게이트'로 규정한다 개발 비리 의혹을 넘어 대장동 개발 사업의 기획과 설계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설계자'임을 강조했던 이 후보에게 타격을 주기 위해서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직설적으로 '이재명 판교 대장동 게이트'라고 적힌 팻말을 들기도 했다.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고발사주 국기문란 진상조사 TF 3차회의에서 박주민(왼쪽에서 네 번째) 단장이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고발사주 국기문란 진상조사 TF 3차회의에서 박주민(왼쪽에서 네 번째) 단장이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고발 사주냐, 제보 사주냐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 전 총장이 연루된 고발 사주 의혹도 마찬가지다. 민주당 지도부는 고발 사주가 일어난 시점이 지난해 4월 총선 직전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검찰의 선거 개입' 또는 '검찰의 국기 문란'이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민주당에선 애초부터 '검찰의 선거 개입' '검찰의 국기 문란'으로 사용했어야 했다는 뒤늦은 후회의 목소리도 나온다. '고발 사주'라는 표현이 유권자들에게는 이해하기 쉬운 표현이 아닌 탓이다.

이에 이재명 후보 대변인인 박찬대 민주당 의원은 21일 논평에서 "그동안 '검찰의 고발 사주'로 간주했던 이 사건을 앞으로는 '윤석열 정치검찰 선거 개입 사건'으로 규정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윤 전 총장의 대선 출마 명분 중 하나였던, 총장 재직 시절 '중립적 검찰권 행사' 이미지를 무너뜨리기 위해서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청년정책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청년정책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반면 국민의힘은 '제보 사주' 의혹이라고 맞서고 있다. 제보자인 조성은씨와 가까운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의 개입 가능성을 부각시킨 것으로, 윤 전 총장을 향한 의혹의 초점을 여권으로 옮기기 위한 의도다.

대장동 의혹과 고발 사주 의혹이 복잡하고 다면적인 사안이라는 점도 '작명 경쟁'을 가열시키는 요인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름을 어떻게 짓는지에 따라 여야 유불리가 극명하게 엇갈릴 수 있다"며 "다만 사안의 본질을 벗어난 이름을 짓는다면 잠시는 몰라도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릴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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