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수 사건' 숨진 결근 직원, 사건 당일 정상 출퇴근했다

입력
2021.10.21 18:00
수정
2021.10.22 15:41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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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목격자 외 사무실 직원들도 추가 조사

남녀 직원 두 명이 물을 마시고 의식을 잃은 사건이 발생한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회사 사무실이 텅 비어 있다. 서현정 기자

남녀 직원 두 명이 물을 마시고 의식을 잃은 사건이 발생한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회사 사무실이 텅 비어 있다. 서현정 기자

회사 사무실에서 직원 2명이 생수를 마신 뒤 의식을 잃은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동료 직원 A씨(사망)가 사건 당일 정상적으로 사무실에 출퇴근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사건 경위를 밝힐 주요 단서로 보고 사건 전후 A씨의 행적을 쫓고 있다. 경찰은 또 회사 임직원 조사 대상을 사건 목격자뿐만 아니라 전 직원으로 확대하고 범행 동기 규명에 주력하고 있다.

21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은 사건 당일인 이달 18일 녹화된 폐쇄회로(CC)TV 영상을 통해 A씨가 이날 정상 출근해 조퇴 없이 오후 5시 30분쯤 퇴근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사건 발생 시간은 A씨가 근무하던 오후 2시쯤으로, 서로 다른 팀 소속이던 남녀 직원 두 명이 사무실 공용 테이블에 놓인 생수를 마신 뒤 쓰러져 병원에 이송됐다. 여성 직원은 당일 의식을 회복해 퇴원했으나, 남성 직원은 상태가 위중해 계속 치료를 받고 있다.

사건 다음날 A씨는 회사에 무단 결근했다. 이를 파악한 경찰이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A씨 자택을 방문했고 사망한 A씨를 발견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날 A씨를 부검하고 "사인은 약물 중독으로 보인다"는 1차 구두 소견을 경찰에 전달했다. 경찰은 A씨가 휴대폰에서 '독극물'을 검색한 기록을 확인했고, A씨 집에서 독극물로 의심되는 물질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 사망으로 공소권은 없지만, 이날 경찰은 A씨를 특수상해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A씨를 피의자로 보고 있다고 공식화한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A씨 휴대폰과 컴퓨터 등을 강제수사하기 위해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앞서 사건 목격자를 상대로 참고인 조사를 한 데 이어, 이날 이 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원 모두에게 소환 조사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전날 회사를 찾아 감사, 전무, 인사팀 직원 등을 조사했다. 한 직원은 "평소 팀내 갈등이나 다툼의 낌새를 전혀 느끼지 못했는데 이런 사건이 발생해 직원들도 많이 놀랐다"고 말했다.

한편 이 회사에선 이달 10일에도 한 직원이 음료를 마시고 고통을 호소한 일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직원의 신원을 확인해 소환 조사를 진행했고, 이 사건도 A씨 소행인지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원 기자
나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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