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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층은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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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국감이 이재명 후보 열성 지지자(와 극렬 반대자)들의 마음을 바꿔놓지는 않았을 것이다. 열성 지지자들이라면 판을 놓아줬는데도 무기력과 나이브함으로 일관한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쾌재를 부르며, 당당하게 역공을 펴는 이 후보에게 필시 '잘한다, 잘한다'를 외쳤을 것이다. 반면 극렬 반대자들에겐 대장동과 관련한 이 후보의 모든 말들은 다 궤변이자 거짓말로 들렸을 테고, 야당 의원들을 향해 툭툭 던지는 이 후보의 빈정거림에 무척이나 화가 났을 것이다.
윤석열 후보의 전두환 정권 발언도 열성 지지자(와 극렬 반대자)의 생각을 바꾸지는 못했다고 본다. 열성 지지자들의 반응은 대체로 이렇다. '표현이 적절하지는 않았던 것은 맞다. 하지만 솔직히 경제와 민생은 5공 때가 지금보다 나았었던 것 아닌가. 전체 발언 취지를 보면 틀린 말도 아니다.' 이에 비해 극렬 반대자들은 윤 후보의 과거 말실수나 왕(王)자 논란과는 차원이 달랐던 이번 발언을 주목하며, 이런 역사관과 통치관을 가진 윤 후보는 절대 대통령이 되어선 안 된다는 믿음을 재확인했을 것이다.
아마 앞으로도 이런 식이 될 것이다. 대장동 수사에서 어떤 생각지 못한 결과가 나온다 해도 이재명 열성 지지자가 마음을 고쳐 윤석열(혹은 홍준표) 후보에게 표를 던질 가능성은 없다. 고발 사주 수사에서 어떠한 예기치 못한 상황이 벌어진다 해도 윤석열 열혈 지지자가 이재명 후보 쪽으로 갈아탈 확률은 제로다. 차라리 투표를 안 하는 한이 있어도 말이다. 지금 여야의 열혈 지지층에겐 후보 자체의 비전과 철학, 자질과 품성은 부차적 문제다. 어떻게든 정권을 넘겨주지 않을 후보, 무슨 일이 있어도 정권을 빼앗아 올 후보가 최고의 후보다.
하지만 표심을 정하지 못한 중도층과 무당층, 연성 지지층들은 다르다. 이들에게 무조건적 지지라는 건 없다. 이들 마음속엔 정권심판론과 야당심판론이 다 살아 있다. 목소리는 크지 않아도 결국 청와대 주인을 정하는 건 이들이다. 다자구도라면 모를까, 양자대결로 치러진 역대 어느 대선에서도 중도표를 흡수하지 않고 대통령이 된 예는 없다.
박근혜 정부를 무너뜨리고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켰던, 전국 단위선거에서 민주당에 연속 압승을 안겨줬던 '진보+중도+스윙(이탈)보수'의 탄핵정치연합은 이미 해체됐다(여론조사전문가 정한울 박사 분석). 하지만 4·7 보궐선거를 통해 뭉쳤던 '잔류보수+돌아온 스윙보수+중도' 연대가 내년 대선까지 이어질 것이란 보장은 없다. 더구나 이재명 윤석열 홍준표 모두 호감도 못지않게 비호감도가 매우 높은 후보들이다. 때문에 내년 대선에선 양 진영 모두를 불신하는 중간지대가 매우 광범위해졌으며 이들의 선택이 어느 때보다 중요할 것이란 평가다.
하지만 열성 지지자들의 목소리만 들려서일까, 어떤 후보에게서도 중도, 무당층을 사로잡을 만한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이재명 후보는 대장동 사태 이후 대응방식, 국감 발언내용과 태도가 과연 중도층의 눈엔 어떻게 비쳤을지 곰곰이 짚어보길 바란다. 윤석열 후보는 전두환 발언이 중도층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졌을지, 냉정히 새겨보길 바란다. 홍준표 후보를 포함해 모든 주자들이 이번 대선에선 왜 유독 '찍을 사람이 없다'는 얘기가 많이 나오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부동층이 지지 후보를 정하는 시점은 대략 선거 1~2주 전이라고 한다. 그때까지 중도층과 무당층, 그리고 연성 지지층들은 후보의 모든 것을 하나하나 지켜볼 것이다. 비전과 공약도, 토론도, 태도와 품성도, 후보가족과 참모들도 다 체크할 것이다. '닥치고 지지'란 없는 만큼 공약 하나 때문에 당선될 수도 낙선될 수도 있고, 발언태도 때문에 표를 받을 수도 잃을 수도 있다. 조용하지만 무서운 중도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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