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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현대차 인니 공장 주재원, 코로나 상황 ‘유흥업소 출입’ 무더기 징계

입력
2021.10.20 15:30
수정
2021.10.21 14:06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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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대부 있는 노래방 갔다가 징계 6, 7명?
당시 인도네시아 코로나 발병 급증?
불미스러운 일로 조기 귀임하기도?
?"자동차 품질만큼 직원 품격도 중요"

현대자동차의 첫 동남아 생산기지인 인도네시아 서부자바주 브카시 델타마스공단의 완성차 생산공장 정문. 브카시=고찬유 특파원

현대자동차의 첫 동남아 생산기지인 인도네시아 서부자바주 브카시 델타마스공단의 완성차 생산공장 정문. 브카시=고찬유 특파원

현대자동차 인도네시아 법인에서 성 추문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여성 접대부가 나오는 유흥업소에 출입했다가 무더기 징계를 당하는가 하면, 불미스러운 일로 조기 귀임한 직원도 있다.

20일 인도네시아 한인 사회와 현대차 현지 법인에 따르면 현대차 주재원 6, 7명은 6월 자카르타 외곽 노래방에서 유흥을 즐기는 현장이 회사 감찰반에 적발돼 징계를 받았다. 방역 관리를 담당하는 직원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방 2개에서 술을 마시던 이들이 받은 징계는 '경고' 바로 위 단계인 '견책'이다.

이들이 간 노래방은 현대차의 인도네시아 생산공장이 있는 서부자바주(州) 델타마스공단에서 차로 20분 정도 떨어진 치카랑에 있다. 현지 여성 접대부들이 상시 대기하는 걸 감안하면 한국의 룸살롱과 비슷한 구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제한 조치로 수도 자카르타 내 노래방은 모두 영업이 중단됐지만 치카랑에선 4, 5곳이 꾸준히 영업하고 있었다.

현대차의 대표 차종 이름을 간판으로 내건 곳도 있다. 한 교민은 "해당 지역만 영업이 허가된 건지, 경찰에게 뒷돈을 주고 불법 영업을 하는 건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매일 예약이 안 될 정도로 성업했다"고 전했다. 실제 올 초 다른 취재차 해당 지역을 찾아갔을 때 자카르타와 달리 노래방이 영업 중이었다.

공교롭게도 현대차 주재원들이 적발된 시점은 인도네시아의 코로나19 2차 확산 시기와 맞물린다. 특히 한인 확진자와 사망자도 급증했다. 치카랑은 한인 사회 코로나19 전파의 근원지로 지목됐다. 예컨대 6월 23일 치카랑 지역에서 신고된 일일 한인 감염자 수는 14명으로 전체 누적 신고 인원의 10%에 육박하기도 했다. 당시 한인 병원 관계자는 "한인 확진 사례만 놓고 보면 치카랑발(發) 전파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라고 말한 바 있다.

현대차의 느슨한 방역 관리는 올 초부터 도마에 올랐다. 한국에서 온 출장자와 일부 주재원이 퇴근 이후 노래방을 수시로 다니자 젊은 직원들 사이에서 불만이 높았다. "모두가 조심하는 시기에 상사가 회식을 강요하고 출장자 접대를 핑계 삼아 노래방에 다니는 게 적절하냐"는 것이었다.

현대차 직원들의 코로나19 감염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주재원 70여 명 중 절반 넘게 코로나19에 걸린 것으로 추정된다. 6월 초에만 현지 직원 100여 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는 등 집단 감염도 발생했다. 무증상이거나 증상을 감춘 뒤 귀국했다가 한국에서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직원도 상당하다.

현대차는 "대부분 생산 현장과 출퇴근 차량 안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비록 소수의 문제라 할지라도 델타 변이의 전파력을 감안하면 밀폐된 공간에서 마스크를 벗고 몇 시간 동안 여성 접대부와 근거리 접촉을 해야 하는 노래방이 방역 위험지대임은 분명하다.

현대자동차의 첫 동남아 생산기지인 인도네시아 서부자바주 브카시 델타마스공단의 완성차 생산공장 정문. 브카시=고찬유 특파원

현대자동차의 첫 동남아 생산기지인 인도네시아 서부자바주 브카시 델타마스공단의 완성차 생산공장 정문. 브카시=고찬유 특파원

이달 초엔 40대 주재원 A씨가 불미스러운 이유로 조기 귀임했다. 직장인 익명 애플리케이션 '블라인드'에 관련 내용이 구체적으로 폭로되자 A씨는 조기 귀임한 뒤 사표를 내고 퇴사했다. 해당 글은 현재 삭제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사생활이라 정확한 사실 관계를 밝힐 수 없지만 조기 귀임한 뒤 사표를 낸 건 맞다"고 말했다.

수도 자카르타에서 동쪽으로 약 40㎞ 떨어진 현대차 공장은 2019년 12월 1일 말뚝을 박기 시작한 현대차의 동남아시아 첫 생산기지다. 프레스, 차체, 도장, 조립, 엔진으로 이어지는 16.5ha의 완성차 생산공장으로 올해 말 내연기관차를, 내년엔 전기자동차를 양산할 예정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인도네시아 정부 초청을 받아 25일 자카르타 크마요란에서 열리는 전기차 관련 전시에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한 교민은 "현대차가 인도네시아에 진출한다는 소식에 기대를 많이 했는데 여러 잡음이 불거져 실망으로 바뀌고 있다"며 "자동차 품질만큼 직원들의 품격도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자카르타= 고찬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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