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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코로나 눈앞....재택치료 늘린다는데 체계적 로드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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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구 논설위원이 노동ㆍ건강ㆍ복지ㆍ교육 등 주요한 사회 이슈의 이면을 심도 있게 취재해 그 쟁점을 분석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코너입니다. 주요 이슈의 주인공과 관련 인물로부터 취재한 이슈에 얽힌 뒷이야기도 소개합니다.
“체온은 좀 떨어졌나요? 불편한 곳은 없으신가요?”
지난 14일 오전 10시 서울 중랑구 신내동 서울의료원. 베테랑 간호사인 재택치료관리팀의 이성분(50) 공공의료사업지원팀 차장은 코로나19 재택환자인 A(29)씨와 10분 가까이 통화하며 상태를 확인했다. 경증 재택환자인 A씨는 확진 1주일째인 전날 밤 9시 모니터팀에 “열이 38.7도이고 목도 좀 아프다”며 다급하게 전화를 걸었다. 야간 당직 간호사가 즉각 재택치료 담당의사와 전화를 연결해줬고 A씨는 해열제를 먹고 경과를 살펴보자는 의사의 지시를 이행하고 잠들 수 있었다. 다행히 몇 시간 뒤 체온이 떨어졌고 A씨는 생활치료센터 입소나 입원을 피하고 재택치료를 받은 뒤 격리해제됐다.
8일부터 운영된 이 병원 재택치료관리팀은 이후 11일간 모두 재택치료환자 542명(중복 포함)을 모니터했다. 이 중 11명이 A씨처럼 전화 진료를 받았고 상태 악화로 입원한 환자(39)는 18일 처음으로 나왔다. 환자 대부분이 모니터링만으로도 치유 된다는 의미다. 이성분 차장은 “환자에게 하루 두 번 발열, 어지럼증, 호흡곤란 여부 등 17가지 사항을 점검하고 불편한 사항을 묻는다”며 “환자들이 금세 익숙해졌고 모니터링 내용이 점점 충실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의 상징조치인 재택치료 확대 방침을 공식화했다. 기존에는 확진자 중 미성년자, 아동의 보호자만 재택치료가 가능했으나 보건복지부는 지난 8일 70세 이하 무증상ㆍ경증환자 등도 가능하도록 확대지침을 발표했다. 재택치료의 확대는 ‘추적-격리-치료’ 등 인력과 예산을 쏟아부어야 하는 기존 방역체계가 지속가능한 체계로 전환된다는 의미다.
지난달 말까지 6,111명(누적)이었던 재택치료 환자는 이후 하루 200~300명씩 증가해 18일 현재 1만3,309명에 이른다. 지자체나 지자체 재택치료 협력병원이 통상 맡는 하루 40~50명의 재택치료환자가 적은 편은 아니다. 다만 무증상이나 경증환자가 대부분이고 체온과 호흡을 살피는 업무 위주라 의료적 난도가 높은 편은 아니다. 서울대병원 재택모니터링팀 관계자는 “모니터 요원들은 환자들에게 집에 잘 있는지, 식사는 잘 하는지 등을 질문하며 업무를 본다”며서 “환자들은 자신의 건강상태를 궁금해하기도 하지만 격리 해제일이 언제인지 쓰레기 처리방법 같은 생활 속 궁금증들을 많이 묻는다”고 귀띔했다.
재택치료 안착의 전제조건은 재택에 적합한 환자를 감별할 수 있는지, 증상 악화 시 긴급 대응이 가능한지 여부다. 70대 이상의 고위험군 재택환자를 관리하고 있는 서울대병원 모니터팀 박정현(45) 간호사는 한 환자를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철렁하다. 해당 환자는 증상도 없었고 보호자인 아들이 모시겠다고 해 재택치료 환자로 분류됐던 94세 여성. 박 간호사는 “재택치료를 진행하는데 며칠 지나면서 환자의 기침이 심해져 식사도 못할 지경이 돼 생활치료시설 입소나 입원을 시켜달라고 당국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애초 이 환자를 ‘건강한 90대’로 간주하고 재택치료가 가능하다고 본 당국의 판단이 무리였던 셈이다.
재택환자의 선정과 입소ㆍ입원환자 판단이 의료적 기준에 의해서만 이뤄져야 함은 물론이다. 재택치료 중인 환자의 상태가 나빠져 입원ㆍ입소를 판단할 때 직접 치료한 의료진의 소견이 기초가 되지만 최종 결정의 주체는 시도병상배정반이다. A씨의 경우에도 당초 의료진이 X-레이 등 판독이 가능한 생활치료센터 입소를 요구했으나 시도병상배정반에서는 최종적으로 재택치료를 결정했다.
18일 현재 전국 생활치료시설(88개소) 가동률은 38.1%로 여유가 있는 편이지만 위드 코로나로 확진자가 급증할 경우 입소ㆍ입원대상 환자도 늘 수밖에 없다. 시설부족 사태가 발생하면 예산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행정당국에 의한 임의적 재택환자가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교수는 “재택치료는 환자가 편한 점이 장점이지만 상태악화 시 조기 이송체계가 없으면 위험천만하기도 하다”며 “치료시설이나 병상이 부족해질 경우 행정적 편의에 따라 재택치료 환자를 할당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올해 생활치료센터 운용 예산은 3,684억 원(정부운용 시설 기준)이다.
코로나 사태로 전화ㆍ온라인 등을 통한 비대면 진료가 임시로 허용되고 있지만 대면하지 않은 환자 상태가 갑자기 악화됐을 때 책임소재도 의료진에겐 현실적 문제다. 서울의료원 최재필 감염관리실장은 “재택치료가 가능한 임상 기준이 모호한 부분이 있다”며 “일단 확진자에게 리스크가 있으면 최대한 안전하게 진료를 받도록 결정한다”고 말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드물긴 하지만 코로나 환자 중 자각을 못하는데 증상이 급격히 나빠지는 경우가 있다”며 “재택치료 의료진이 이를 발견하지 못했을 때 의료진, 지자체, 정부의 책임을 가리는 기준이 없다”고 지적했다. 재택치료 확대라는 큰 방향은 설정됐지만 대상자 선정, 입소ㆍ입원 결정 등 디테일은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 내는 과정과 같다’는 목소리가 현장에서 나오는 이유다.
재택치료가 본격화하고 있지만 위중증환자 치료, 생활치료센터 담당 등을 전담해 코로나에 대응했던 큰 병원에 업무가 몰릴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복지부는 지난 8일 재택치료 확대 방침을 발표하면서 재택치료 병원으로 24시간 대상자 상담ㆍ진료ㆍ응급상황 대응이 가능한 병원, 코로나 치료 경험이 있는 감염병전담병원, 생활치료센터 경험이 있는 병원을 우선 지정하도록 권고했다. 그 결과 상급종합병원, 공공병원 등 대형병원들이 재택치료 협력병원으로 지정된 경우가 많다. 서울 22개구의 재택치료 협력병원 현황을 보면 한양대병원(855병상ㆍ성동구), 서울의료원(총 623병상ㆍ코로나전담 205병상ㆍ중랑구), 강동성심병원(670병상ㆍ강동구) 등 거점격의 대형병원이 다수 포함돼있다. ‘빅 5’에 속하고 생활치료센터 환자 치료를 맡고 있는 삼성서울병원(1,977병상)조차 재택치료 협력병원 지정 요구를 받기도 했다.
코로나 재택치료의 궁극적 모델이 독감환자처럼 환자가 동네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환경으로 전환되는 상태를 의미한다면, 중증환자를 담당해야 할 큰 병원 중심으로 재택치료 물꼬를 트려는 정부의 방향성이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방지환 보라매병원 감염내과실장은 “개인의원, 작은 병원들이 재택치료를 맡아야 하는 건 맞는데 치료경험이 없다는 현실적 문제가 있다”며 “재택치료가 안정화될 때까지는 큰 병원들이 맡도록 하되 동네병원들에 재택치료 경험을 빨리 쌓게 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호흡기전문병원이 아닌 관절전문병원이 재택치료병원으로 지정되기도 하는 등(서울) 재택치료를 담당할 병원을 지정하는 기준이 지자체마다 제각각이라 혼란스럽다는 지적도 있다. 김지연 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진료지원팀장은 “주치의 제도가 발달해 지역사회에서 코로나를 관리할 수 있는 외국과 달리 우리는 코로나 진료 경험이 있는 큰 병원에 재택치료를 맡길 수밖에 없다”며 “상황을 지켜본 뒤 기준 조정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재택치료 중인 환자 상태가 나빠졌을 때 통원치료를 하거나 1~3일 정도 단기입원할 수 있는 ‘재택환자 단기치료병상’의 필요성에 대한 논란도 있다. 경기도는 4주간 단기치료병상을 운영했는데 116명의 환자가 이용했다. 이 중 19명(16.4%)이 전담병원으로 이송됐고 97명(83.6%)은 재택치료로 복귀했다. 임승관 경기도 코로나19 홈케어운영단장은 “재택환자의 대면진료체계 결핍문제를 보여주기 위해 시범적으로 운영했고 효과가 검증됐다”며 “경기의료원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코로나 환자가 하루이틀 입원하는 단기병상을 운영하는 나라는 없으며 오히려 감염병 전파 우려가 높다는 반론도 있다. 이상덕 하나이비인후과 병원장은 “단기치료병상은 추가감염 위험이 있고 비용대비 효과가 적다”며 “면피행정이나 전시행정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서울시에서도 지난 5일부터 150병상의 단기치료병상을 운영 중인데 이용자는 한 자릿수다.
재택치료가 제대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의료자원의 준비, 시스템 구축 등이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수용성이라고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를 낸다. 바로 이웃집에 코로나 감염자가 살고 있을 때 국민들이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재택치료에 대한 국민들의 생각은 양가적이다. 국립중앙의료원이 지난 8월 1,5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포스트코로나 대국민인식조사’에서 ‘독감처럼 코로나19도 증세가 있으면 집에서 쉬거나 병원에서 치료하면 된다’는 문항에 동의한다는 의견이 73.3%에 달했다. 그러나 ‘확진자는 증상이 없더라도 별도의 치료, 입원시설에 격리해야 한다’는 문항에도 85.0%가 동의한다고 응답했다. 코로나에 대한 공포감은 줄었으나 확진자와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마음의 준비는 돼있지 않다는 얘기다. 후천성면역결핍증이 발견된 초기에 감염 가능성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아는 의사들조차 환자의 내시경 검사를 수년간 꺼렸다는 점에서 국민들이 코로나 확진자와 가깝게 사는 일을 받아들이는 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재택치료 준비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정부는 확진자가 증가할 때 필요한 재택치료 수요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하는 등 정부, 지자체, 국민이 장기적이고 구체적으로 무엇을 준비할지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들에게 재택진료 준비가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정부가 보여줌으로써 수용성을 높이자는 제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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