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마지막 키맨' 남욱 석방… 대장동 수사 난관 봉착

입력
2021.10.20 01:31
수정
2021.10.20 01:38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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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배 구속영장 기각 이어 신병 확보 실패
남 변호사 다시 불러 추가 조사 진행하기로

미국에 체류하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 남욱 변호사가 1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하자마자 검찰 관계자들에게 체포·압송되고 있다. 뉴시스

미국에 체류하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 남욱 변호사가 1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하자마자 검찰 관계자들에게 체포·압송되고 있다. 뉴시스

검찰이 20일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의 마지막 키맨으로 꼽히는 남욱(48) 변호사를 석방했다. 정영학 회계사 등과 함께 '대장동 핵심 4인방'으로 분류되는 남 변호사의 신병을 확보해 그들 간에 얽히고설킨 의혹의 퍼즐을 맞추려 했으나 체포 시한(48시간) 내 뚜렷한 범죄 혐의점을 잡지 못해 일단 석방한 것으로 보인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55)씨를 구속하는 데 실패하면서 '부실 수사' 비판 등 수세에 몰리게 된 검찰이 돌파구를 못 찾는 모양새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18일 뇌물공여 약속 등 혐의로 남 변호사를 인천국제공항에서 체포해 연이틀 고강도 조사를 진행했다. 검찰은 당초 남 변호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었지만 구체적 혐의 소명이 될 정도로 충분한 수사가 이뤄지지 못해 석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조만간 남 변호사를 다시 불러 추가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남 변호사가 대장동 사업 과정에서 김만배씨와 공모해 성남도시개발공사 전 기획본부장 유동규(52)씨에게 거액의 뒷돈을 약속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김씨와 함께 유씨에게 2019년 사업수익의 25%(700억 원) 지급을 약속했다고 보는 것이다. 검찰은 사업자 선정과 배당수익 설계 과정에서 남 변호사가 김씨 및 유씨와 공모해 민간사업자들이 수천억 원대 이익을 챙기도록 하고, 성남도시공사에는 그만큼의 손해를 끼쳤다고 의심해왔다.

검찰은 남 변호사를 상대로 유씨가 실소유주로 알려진 유원홀딩스에 댄 30억 원대 자금과 올해 1월 김씨에게 받은 수표 4억 원의 성격을 집중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자금이 자금세탁 목적으로 유씨에게 건너간 뇌물성 금품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남 변호사는 그러나 투자금 내지 대여금일 뿐이었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남 변호사 수사에 난항을 겪으면서 정관계 로비 의혹의 핵심인 김만배씨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 시기도 늦춰질 전망이다. 수사팀은 남 변호사가 김씨가 언급한 로비 대상을 들었다고 밝힌 만큼, 뇌물 혐의의 단서가 된 정영학 회계사 녹취록을 뒷받침해주는 진술을 남 변호사로부터 받아낼 수 있을 거라 기대해왔다. 검찰은 김만배씨 혐의 입증을 위해서라도 남 변호사 구속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검찰의 기대와 달리 남 변호사 신병을 확보할 만한 범죄 혐의를 포착하지 못하면서 대장동 의혹 수사는 난관에 봉착할 전망이다. 김만배씨 구속영장이 기각된 주된 이유가 '소명 부족'이었기 때문에, 검찰이 남 변호사의 구속영장을 섣불리 청구하는 데 적잖은 부담을 느꼈을 것이란 법조계 분석도 나온다. 아무리 체포 피의자라고 해도 소명이 안되는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또 기각될 경우 '부실 수사' 비판이 검찰 안팎에서 거세질 것이기 때문이다.

유동규씨가 구속 적법성을 다시 판단해달라며 법원에 낸 구속적부심 청구는 이날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8-3부(부장 장윤선 김예영 장성학)는 "구속영장 발부는 적법하고, 구속을 계속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된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대장동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과 경찰의 수사 지휘부는 이날 서울중앙지검 회의실에서 만나 중복 수사 방지와 자료 공유 등 협조 방안을 논의했다. 곽상도 의원 부자에 대한 중복 수사와 유동규씨 휴대폰 확보를 두고 대립하는 등 잡음이 끊이질 않자 뒤늦게 교통정리에 나선 셈이다. 경찰은 중복수사 논란을 빚은 곽 의원 아들 50억 원 성과급 의혹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손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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