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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만여 점씩 증가...국외소재문화재 통계는 왜 계속 늘어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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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 있는 우리 문화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습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 관계자들과 문화재 전문가들이 그동안 잘 몰랐던 국외문화재를 소개하고, 활용 방안과 문화재 환수 과정 등 다양한 국외소재문화재 관련 이야기를 격주 토요일마다 전합니다.
22개국 20만4,693점.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하 재단)이 지난 4월 1일에 발표한 국외소재문화재 현황통계다. 재단은 2014년부터 우리 문화재의 국외 소재 현황을 파악하는 현황조사 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현황조사란 국외소재문화재의 본격적인 연구를 진행하기에 앞서, 전 세계 어느 나라, 어떤 기관에서 한국 문화재를 얼마나 소장하고 있는지 그 현황을 우선적으로 파악하는 사업이다. 재단은 그 조사 결과를 통계 자료로 작성하여 매년 4월 1일에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하고 있다. 그 수는 꾸준히 늘고 있고 2018년부터는 매년 1만여 점씩 증가하고 있다. 어떤 이유 때문에서일까.
현황조사 업무를 담당하다 보면, ‘왜 매년 국외소재문화재 현황 수량이 증가하는 것인가’, ‘매년 1만 점 이상의 문화재가 해외로 반출되고 있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현황통계 데이터는 매년 반출되는 문화재의 수가 아니라, 오랜 역사를 거쳐 이미 해외로 나가 있던 문화재를 재단이 매년 새롭게 찾아낸 수량을 말한다.
국외소재문화재는 오랜 세월 동안 각자 다양한 사연을 가지고 해외로 나가게 됐다. 외국인들의 수집품, 세계박람회 출품물, 외교 선물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반출은 발생 즉시 신고가 되지 않는다. 인구통계는 발생과 함께 신고가 되어 통계 수량에 바로 반영이 되지만, 국외소재문화재 현황통계는 매해 발표되는 통계 수치가 그해에 발생한 수량을 의미하지 않는다.
재단은 매년 많은 양의 국외소재문화재들을 찾아내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노력하고 있다. 해외 박물관 온라인 컬렉션, 각종 전시 및 도록, 국내외 학술 연구 결과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국외 소재 한국 문화재들을 찾아내고 있다.
구미권의 많은 기관들이 소장품 온라인 공개를 하고 있는 추세이다. 미국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영국 빅토리아앨버트박물관, 프랑스 국립기메동양박물관, 네덜란드 민족학박물관, 스웨덴 동아시아박물관 등이 대표적인 기관들이다.
스웨덴 동아시아박물관의 온라인 컬렉션에는 도자기, 회화, 공예, 민속품부터 사진 자료 등의 아카이브 자료에 이르기까지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한국 문화재 500여 점이 검색된다. 해당 유물의 명칭, 연대, 크기, 이미지, 입수경위 등 상세한 정보가 나온다.
동아시아박물관의 온라인 컬렉션에 공개된 표작도(豹鵲圖)를 보자. 동아시아박물관이 공개한 정보에 따르면, 시대는 19세기이고 크기는 세로 125.7cm, 가로 76.0cm이다. 부정적인 기운을 쫓아내주는 표범과 좋은 소식을 가져오는 까치를 주제로 한 표작도는 길상(吉祥)의 상징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재단은 표작도의 가치를 알아보고 2019년 보존처리를 지원하였고, 국내에서 선보인 바 있다.
동아시아박물관은 이 작품을 안니 칼박으로부터 구입했다고 한다. 안니 칼박은 남편 카이 알고트 칼박이 1958년부터 1962년까지 서울 국립중앙의료원에서 근무하게 되면서 한국에 오게 되었다. 한국에 거주하면서 칼박 부부는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다양한 연대를 아우르는 유물을 구입했다. 1987년 동아시아박물관이 안니 칼박의 수집품 90여 점을 구입했는데, 여기에는 고려시대 청동 유물, 삼국, 고려, 조선시대에 걸친 다양한 도자기 유물과 조선시대 회화 40여 점이 포함되어 있었다. 특히 이 컬렉션의 입수는 그 당시 소장품이 많지 않던 동아시아박물관의 한국 회화 부문의 공백을 메우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해외 박물관이 공개한 온라인 컬렉션을 통해 기존에 파악하고 있던 국외소재문화재의 정보를 최신화할 수 있으며, 기존에 알려져 있지 않던 문화재를 새롭게 발견하게 되기도 한다. 전 세계의 모든 박물관을 직접 실태조사를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소장 기관에서 먼저 소장품 정보를 공개해주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대륙 발견 400주년을 기념해 1893년 5월 1일부터 10월 30일까지 시카고 컬럼비아 세계박람회(이하 시카고박람회)가 개최됐다. 우리나라는 고종의 적극적인 개화 정책의 일환으로 시카고박람회에 참가했다. 이는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공식 참가한 세계박람회였다. 우리나라는 농산물, 수산물, 임산물, 광산물, 원예물, 교통과 운수, 공예와 제조품 등에 출품했고, 조선의 문화상을 알리는 일상용품이나 수공예품을 중심으로 했다.
당시 관례에 따라 출품물은 박람회가 끝난 후 여러 박물관에 보내졌다. 우리나라의 출품물이 가장 많이 남아 있는 곳은 시카고박람회 출품물을 중심으로 설립된 시카고 필드뮤지엄이다. 필드뮤지엄에 소장된 한국 문화재 중 38점은 시카고박람회에 전시됐던 것들이다.
시카고박람회 출품물에 대한 연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아 자세한 정보가 알려지지 않았는데 1993년 대전 엑스포 개최와 함께 세상에 다시 알려지게 되었다. 1993년 열린 대전 엑스포에서 시카고박람회 100주년을 기념하여 필드뮤지엄에 소장되어 있는 시카고박람회 출품물 29점을 한국으로 가지고 와서 ‘시카고 엑스포 참가전시품 특별전’을 개최한 것이다.
이 전시에는 저고리, 바지, 도포, 갓, 망건 등 민속품과 갑옷, 투구, 조총 등 무구(武具) 등 총 29점이 대여되었다. 당시 발간된 전시 도록을 통하여 재단은 시카고박람회 출품물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었다.
국외소재문화재와 관련된 기존의 국내외 연구 자료를 통해 반출된 문화재의 흔적을 추적하기도 한다. 또한 새롭게 발표되는 연구 결과들도 놓치지 않기 위해 학술회의 참석도 빠지지 않는다. 지난 9월 30일에 미국 프리어새클러갤러리·독일 베를린아시아미술관·하버드미술관이 공동주최한 아시아 미술 관련 웨비나(웹세미나)가 개최됐다. 주제는 ‘여성과 아시아 미술 교역(Women and the Asian Art Trade)’이었다. 오랫동안 남성 컬렉터(수집가)에 중점이 맞추어져 있던 미술 시장 연구에서 여성 컬렉터가 아시아 미술사 분야에 미친 영향을 살펴보는 연구였다. 19세기 후반과 20세기 미술 시장 연구의 다양성을 조명하기 위해 전 세계의 역사학자, 박물관·미술관 큐레이터, 기록학자, 출처 연구자 등 많은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 자리에서 슬로베니아대학교 아시아학과 마야 베셀리치 교수가 한국 문화재 2점을 공개했다. 해당 유물은 첼레시립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태극선(太極扇)이다. 박물관이 공개한 정보에 따르면 높이 33cm, 너비 24cm의 태극문양 부채로 일제강점기에 생산된 것이고 보존 상태는 양호하다.
첼레시립박물관은 여성 컬렉터인 알마 카를린의 상속인으로부터 이 부채를 기증받았다고 한다. 첼레 출신의 알마 카를린은 세계 여행가이면서 작가였다. 그는 1919년부터 1927년까지 8년간 세계를 혼자 여행하면서 1,300여 점의 유물을 구입하였다. 유물의 대부분은 동식물 표본이고 나머지는 부채, 칠기, 보석 등으로 다양하다. 그중 동아시아 유물이 260여 점 이상이다. 그가 세상을 떠난 후 소장품은 그의 상속인에 의해 첼레시립박물관에 기증되었다.
이를 통해서 재단은 슬로베니아 소재 한국 문화재 현황에 대해 최초로 파악하게 되었고, 이는 유럽 지역 한국 문화재에 빠져있던 슬로베니아라는 퍼즐 조각을 추가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위에서 간략히 소개한 방법들만으로는 오랜 역사를 거쳐 해외로 나간 한국 문화재의 전모를 추적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 이 외에도 재단은 다양한 사업들을 통하여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국외소재문화재들을 발굴해내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재단은 현황조사를 통해 국외소재문화재 연구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기반 자료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황조사 데이터는 현지에서 직접 실견을 한 것이 아니라, 대외에 공개된 자료를 활용해 축적한 것이기 때문에 보완돼야 할 부분들이 남아 있다. 현황조사 데이터를 토대로 국외소재문화재에 대한 연구가 더욱 활발히 이뤄져 역사의 조각을 채워나갈 수 있길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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