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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두환, 쿠데타와 5·18 빼면 정치 잘해"... 위험한 통치관

입력
2021.10.19 17:42
수정
2021.10.19 19:18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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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말하는 호남분 꽤 있다,
대통령 되면 시스템이나 관리"?
역사관·정치철학 '아슬아슬'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9일 경남 창원시에 위치한 경남도당에서 열린 '경남 선대위 임명장 수여식'을 마치고 서일준(왼쪽), 정점식 의원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창원=뉴시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9일 경남 창원시에 위치한 경남도당에서 열린 '경남 선대위 임명장 수여식'을 마치고 서일준(왼쪽), 정점식 의원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창원=뉴시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역사관과 정치철학이 도마에 올랐다. 윤 전 총장은 19일 “전두환 전 대통령이 잘못한 부분도 있지만, 군사 쿠데타와 5·18(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유혈 진압)만 빼면 정치를 잘했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호남 분들 중에도 그런 얘기를 하는 분이 꽤 있다"고도 했다. '과오도 있다'는 전제를 뒀다고 해도, 전두환 정권을 옹호하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은 대선주자로서 선을 넘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윤 전 총장은 또 "(전 전 대통령은) 군에서 조직 관리를 해봤기 때문에 (전문가들에게 정책을) 맡겼다. (검찰 출신인) 나도 대통령으로서 국민과 소통하며 챙겨야 할 어젠다만 챙기겠다"고 말해 다소 위험한 통치관을 드러냈다.

"정책이 중요하다는데, 정책 잘해서 이꼴이냐"

윤 전 총장의 발언은 부산에서 당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나왔다. 그는 정치·정책·행정 경험이 없다는 자신의 취약점을 의식한 듯, 정치지도자 코스를 밟지 않고 최고권력에 오른 전 전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을 호평했다. “경제는 돌아가신 김재익 전 청와대 경제수석에게 맡겼고, 그랬기 때문에 당시 '3저 현상'(저금리·저유가·저달러)이 있어도 잘 돌아갔다"며 "실제로 국정은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이어 대통령이 된다면 ‘정책보다는 시스템 관리’에 방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람들이 정책이 중요하다는데, 정책을 잘해서 (나라가) 이 모양 이 꼴이 됐느냐”며 “권력을 가지고 돈버러지(돈벌레의 방언) 짓거리를 하면, 정책이 소용없이 훅 불면 날아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되면) 최고 전문가들을 뽑아서 적재적소에 배치해 놓고 저는 시스템이나 관리하겠다”며 “대통령으로서 국민과 소통하며 챙겨야 할 어젠다만 챙길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책 능력이 미숙하다는 점을 방어하기 위해 '적극적인 분권 통치'를 대안으로 제시한 맥락으로 풀이되지만, "시스템이나 관리하겠다"는 인식은 지나치게 극단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대통령이 정책을 너무 모르면, 전문가를 제대로 뽑아 쓰기도 어렵다.

"본인 정신부터 세척하라"... 여야에서 맹폭

전두환 전 대통령. 광주=서재훈 기자

전두환 전 대통령. 광주=서재훈 기자

대선을 앞두고 '호남과의 동행'을 강조해온 국민의힘은 당혹스러워했다. 당 관계자는 “뼈를 깎는 노력으로 호남에 용서와 화해를 구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튀어나온 발언의 진위를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당내 대권 경쟁자들은 맹폭했다. "5ㆍ18 민주묘지를 찾아간 국민의힘의 진정성이 함께 의심받을까 우려된다"(홍준표 대선캠프), "'호남분들'까지 들먹이며 전두환 독재정권을 옹호한 것은 절대 용납될 수 없다”(유승민 캠프), "공정과 정의를 위협하고 헌법정신을 망각했다”(원희룡 전 제주지사) 등 비판이 쏟아졌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도 윤 전 총장의 사과를 촉구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는 "집단학살범도 집단학살만 빼면 좋은 사람이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꼬집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윤 전 총장이 얼마 전 5·18 묘역의 비석 닦았던 일을 거론하며 "그런 시늉하기 전에 본인의 정신부터 세척하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윤석열 "내가 말만 하면 앞뒤를 다 떼고..."

윤 전 총장은 기자들과 만나 "권한의 위임이라는 측면에서 (전두환 정권으로부터) 배울 점이 있다는 건 전문가도 다 하는 이야기고, 호남분들 중에도 그런 말 하는 분이 있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또 "말만 하면 앞뒤를 다 떼고 (비판만 한다)"라고 말했다.

김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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