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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국감… 딱 부러진 추궁도 해명도 없었다

입력
2021.10.19 04:0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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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경기도 국감 '대장동 공방'>
野?"민간 수천억 이익 배임" "유동규 측근 증거 넘쳐"
李 "그런 식이면 모든 지자체장 배임" "배신감 느껴"
사업·주주협약 보고 누락엔 "세부 내용 보고 안 받아"
공공이익 환수 규모 두고도 공방… 엘시티와 비교도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18일 수원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18일 수원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단군 이래 최대 게이트다."(국민의힘)

"국민의힘 게이트다."(이재명 경기지사)

18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기도 국감에선 예상대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둘러싼 공방이 하루 종일 이어졌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재명 지사를 대장동 의혹의 '몸통'으로 규정했고, 이 지사는 시종일관 차분한 표정과 말투로 방어에 나섰다.

이재명 지사는 여당 의원들의 지원을 받아가며 국감 무대를 해명의 기회로 십분 활용했으며, '국민의힘 게이트' 프레임으로 야당에 역공까지 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 지사를 궁지에 몰아넣기 위해 잔뜩 날을 세웠으나, 기존 의혹을 되풀이하는 수준에 그쳐 결정적 '한 방'은 부족했다.

초과수익 환수 미흡… 배임이냐 아니냐

국민의힘 의원들은 국감 내내 이재명 지사의 배임 논란을 부각하는 데 주력했다.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초과이익 확보 방안을 마련하지 않아 민간 사업자가 거액의 이득을 취했고, 성남시는 그만큼 손해를 봤다는 논리였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명백한 배임, 최소한 직무유기'라는 시각 자료를 들고나와 "(대장동 초과이익 확보 방안 관련 내용을 당시에) 보고 받았나, 안 받았나"라고 따졌다.

이 지사는 배임죄가 거론되는 것 자체가 "황당무계하다"고 일축했다. 그는 "나는 공공개발을 시도하다가 공공을 못하게 돼 민관합작으로 개발이익 절반을 환수했다"며 "민영개발을 허가한 모든 지자체장이 배임죄라는 말이냐"며 반박했다.

이 지사는 초과이익 환수가 필요하다는 성남도시공사 직원의 건의가 묵살됐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애초에 성남시는 확정이익, 민간업자는 초과이익을 나눠 갖기로 공모해놓고 나중에 본질적 사업 내용을 변경하는 것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주요 쟁점과 해명. 그래픽=김대훈 기자

이재명 주요 쟁점과 해명. 그래픽=김대훈 기자


그러나 이 지사 해명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장동 개발사업 공모지침서 제11조(출자금 회수 및 수익금 배분) 4항은 '수익배분과 관련된 기타 세부적인 사항은 사업협약에서 상세히 정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성남시는 대장동 사업으로 배당이익(1,822억 원)과 제1공단 공원조성비(2,561억 원)를 사전에 확보한 뒤 2017년 부동산 가격이 오르자 대장동 북측터널 등 공사비용(920억 원)을 추가로 환수했다. 이 후보가 대장동 사업으로 환수했다고 강조하는 5,500억 원이 이를 모두 합친 금액이다.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은 "개발사업자 이익이 너무 많아 인가조건을 바꿔 920억 원을 환수했다고 말하면서 초과이익을 나누자고 하는 건 공모지침 위반으로 위법하다고 한다"며 "계속 바뀌는 이 후보의 발언이 나중에 늪이 되고 덫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업·주주협약 보고 누락 미스터리

성남도시공사가 이사회에서 사업협약과 주주협약을 체결한 뒤 성남시에 보고를 누락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성남도시공사는 2015년 5월 29일과 6월 18일 제21회, 22회 이사회를 잇달아 열어 사업협약과 주주협약 및 정관 체결을 의결했다. 당시 성남시 행정기획국장인 전형수씨, 예산법무과장인 문모씨가 당연직 이사로 참석했다.(한국일보 2021년 10월 16일) 사업협약과 주주협약은 대장동 사업의 수익 배분 구조가 담긴 핵심 문서다.


성남도시공사 21, 22회 이사회 의결사항 및 성남시 검토결과 보고. 이영 국민의힘 의원실 제공

성남도시공사 21, 22회 이사회 의결사항 및 성남시 검토결과 보고. 이영 국민의힘 의원실 제공


문제는 이사회 의결 내용을 성남시에 보고하는 과정에서 사업협약, 주주협약 안건만 쏙 빠졌다는 점이다.

이영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성남도시공사는 5월 29일 이사회에서 통과된 26개 안건 중 사업협약 체결을 뺀 25개 안건을 6월 4일 성남시에 보고했다. 이어 6월 18일 이사회에서 통과된 4개 안건 중 주주협약을 뺀 3개 안건만 6월 30일 보고했다. 두 보고 모두 예산법무과장-행정기획국장-부시장에 이어 이재명 시장이 직접 결재했다. 이영 의원은 "다른 건 다 보고됐는데 주요 사안만을 누락한 이유가 무엇이냐"며 "유동규(전 성남도시공사 기획본부장)와 성남 직원들이 공모하여 시장을 속였거나 이 후보가 결재하고도 삭제했거나 아니면 은밀히 유동규가 직보를 한 것"이라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이 후보는 "세부 내용 보고는 안 받았다. 일부러 누락한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공공이익 환수 충분했나

이재명 경기지사가 국정감사 도중 이영 국민의힘 의원 질의를 받으며 화면을 바라보고 있다. 뉴스1

이재명 경기지사가 국정감사 도중 이영 국민의힘 의원 질의를 받으며 화면을 바라보고 있다. 뉴스1


이재명 지사는 이날 국감에서 "대장동의 기부채납 비율이 53%로 다른 도시개발 지역보다 훨씬 공익 환수 비중이 높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2018년 대장동 사업 토지이용계획을 기준으로 대장동 부지 92만467㎡의 53.6%인 49만4,143㎡가 공공용지에 해당한다는 점을 언급한 것이다.

다만 이 지사 주장처럼 대장동 사업 공익 환수 비율이 월등히 높은 편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기부채납 비율은 통상 45~55% 수준이기 때문에 성남시가 강제로 토지를 수용해 개발이 진행된 대장동 사업은 다른 도시개발보다 공공 기여도가 더 높아야 한다는 것이다. 백인길 대진대 도시부동산공학과 교수는 "5,500억 원을 환수했더라도 대장동은 신도시 개발처럼 토지를 수용해서 조성한 특수한 사례여서 공공기여가 더 많았어야 한다"며 "기부채납도 통상적인 수준인데다 터널 조성이나 기부채납이 순수하게 공공기여가 맞는 지도 따져봐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유동규에 느낀 배신감의 의미는

대장동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재직 중이던 유동규씨가 2019년 3월 6일 '임진각~판문점 간 평화 모노레일 설치 추진 계획'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대장동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재직 중이던 유동규씨가 2019년 3월 6일 '임진각~판문점 간 평화 모노레일 설치 추진 계획'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이재명 지사는 뇌물수수와 배임 혐의로 구속된 유동규씨 비리 의혹에 대한 질의에는 정치적 책임을 의식한 듯 몸을 낮췄다.

이 지사는 이날 양기대 민주당 의원이 "유동규씨에게 배신감을 느꼈단 표현은 어떤 뜻이냐"고 묻자 "그 사람(유 전 본부장)이 선거를 도와준 것도 사실이고 성남시와 경기도 업무를 맡긴 것도 사실이기에 가까운 사람인 것은 맞다"면서도 "내가 청렴을 강조했는데 수치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국감이 시작되기 전에 취재진과 만났을 때도 "유씨에 대해 참으로 안타깝고 개인적으로 보면 배신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재명 지사는 그러나 "(유동규씨는) 정치적 미래를 설계하거나 수시로 현안을 상의하는 관계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유동규씨가 경기관광공사 사장직을 그만둔 배경에 대해서도, 그는 "380억 원의 영화 투자 자금 출연을 요청해 관리가 안 될 수 있다고 걱정했는데, 그것 때문에 사직했고 그 후에는 우리 일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부산 엘시티-대장동 사업 비교도

이재명 지사는 이날 대장동 사업에 대한 야당의 공격을 예상한 듯 부산 '엘시티 개발사업'을 언급하며 대장동 사업과 비교했다.

엘시티 사업은 100% 민간개발이라 이곳에서 발생한 분양수익 1조 원은 고스란히 민간 몫이었다. 오히려 정·관계 로비 의혹이 불거져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배덕광 전 자유한국당 의원 등이 형사처벌을 받았다. 이 지사는 엘시티 사업과의 비교를 통해 대장동 사업을 자신의 최대 치적이라고 강조한 이유를 설명한 셈이다.

야당은 그러나 초과이익 환수 장치를 마련하지 않는 바람에 민간 사업자들이 4,000억 원이 넘는 배당금과 수천억 원의 분양이익을 챙겼는데도, 이를 막지 못했다는 점을 집요하게 거론하며 이 지사를 공격했다.



윤태석 기자
윤현종 기자
윤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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