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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규 뇌물'로 뭉친 정재창·남욱·정영학... '유동규 뇌물'로 깨졌다

입력
2021.10.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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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원년멤버 간 30억 소송 전말>
2012~2013년 유동규 뇌물 3억 함께 마련
정재창, 대장동 수익 위해 '뇌물 3억' 압박
남욱·정영학 150억 주기로... 30억 안 주자?
'약정금 소송' 유동규 뇌물 세상에 드러나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지구 모습. 뉴스1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지구 모습. 뉴스1

대장동 개발사업을 주도한 '원년멤버' 3명이 성남도시개발공사 전 기획본부장 유동규(52)씨에게 뇌물을 함께 건네면서 '원팀'이 됐다가 '유동규 뇌물'을 계기로 갈라선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부동산컨설팅업자 정재창(52)씨는 '대박'이 난 대장동 사업 수익을 얻기 위해 '유동규 뇌물'을 폭로하겠다며 남욱(48) 변호사와 정영학(53) 회계사를 압박했고, 두 사람은 뇌물 범죄를 들키지 않기 위해 정씨에게 '150억 약정'을 맺었다. 하지만 정씨가 150억 원 중 30억 원을 받지 못하자, 이를 받아내기 위한 소송을 제기하면서 이들의 '뇌물 연대'는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정씨는 2009년 등기업무를 하다가 대장동 개발 사업에 대해 알게 됐다. 정씨는 당시 사업을 추진하던 시행사 씨세븐 대표 이강길(52)씨에게 "토지계약 용역을 잘해낼 수 있다"고 설득해 본격적으로 사업에 발을 들였다. 정씨는 주로 빌라 주인들에게 토지를 팔 것을 권유하는 역할을 담당했다고 한다.

정씨는 2011년 남 변호사 및 정 회계사와 함께 이씨로부터 사업권을 빼앗아 대장동 사업을 진행시켰다. 자문 역할을 하던 인사들이 시행사 대표를 몰아내고 사업 전면에 나서게 된 것이다.

이들은 대장동뿐 아니라, 위례신도시 개발사업도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유동규씨에게 사업상 편의를 제공받을 목적으로 2012~2013년 3억 원을 분담(정 회계사 2억 원·남 변호사 5,000만 원·정씨 5,000만 원)해 건넸다. 자금을 함께 마련한 세 사람은 '2013년 대장동 개발사업 수익을 정확히 3분의 1씩 나눈다'는 내용의 합의서까지 작성했다.

그러나 당시 대장동 사업이 지지부진하자, 정씨는 당장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보이는 위례신도시 사업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 남 변호사의 위례신도시 사업 지분과 자신의 대장동 사업 지분을 교환했다. 정씨는 이후 위례신도시 사업 추진을 위한 특수목적법인(SPC)에서 회장으로 활동하며 수십억 원의 수익을 챙겼다.

2015년 대장동 사업이 민관합동 방식으로 진행된 뒤 땅값이 올라 수익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자, 정씨는 다시 대장동 사업에 관여하기 시작했다. 정씨가 자신 소유 회사 명의로 남 변호사의 천화동인 4호 지분 20%를 가지고 있었지만 배당권은 없었다.

정씨는 대장동 수익을 얻어내기 위해 '유동규 뇌물' 카드를 꺼내 들었다. 유씨에게 전달된 '현금 3억 원 사진'으로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를 압박해 △남 변호사 60억 원 △정 회계사 90억 원 등 총 150억 원을 받기로 약정한 것이다. 남 변호사는 이후 정씨에게 60억 원을 모두 건넸고, 정 회계사는 60억 원은 줬지만 30억 원은 지급하지 않았다. 정씨는 나머지 30억 원을 받아 내기 위해 올해 7월 정 회계사가 소유한 천화동인 5호를 상대로 30억 원 약정금 소송을 냈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세 사람은 '유동규 뇌물'을 연결고리로 뭉친 경제공동체였는데, 결국엔 뇌물로 상대를 협박해 돈을 뜯어내는 관계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이날 입국한 남 변호사를 상대로 △유동규씨 뇌물 공여 과정 △정씨 및 정 회계사와의 관계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이상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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