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이재명 "흐흐흐" 웃었다... '버럭' 대신 '실소'로 대장동 반격

입력
2021.10.19 04:30
3면
구독

'김부선 육성 파일'로 아수라장
이낙연계 오영훈, 이재명 견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18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18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흐흐흐. 노력은 참 많이 하신 것 같습니다."(이재명 후보)

'버럭'은 없었지만 공격 본능은 여전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18일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정의당의 대장동 협공에 끝내 밀리지 않았다. 여야 의원들의 질문 공세를 7시간 넘게 혼자 받아냈지만, 시종 여유를 보였다.

이 후보는 '잘 끓어오르는 성격'을 꾹 누르기로 작정하고 나온 듯했다. 거친 말 대신 "흐흐흐" 하는 웃음으로 야당 의원을 무력하게 만드는가 하면, "정치적으로 일단 주장하고 보는 이런 게 구태 아닌가"라고 되치는 식으로 정면충돌을 피했다.

말 대신 실소로 '상식 밖 공세' 주장한 이재명

이 후보는 이날 몇 번이나 소리 내 웃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상식 밖의 주장을 하고 있다'고 열 번 말하는 것보다 한 번 웃는 효과가 컸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웃지 말라"고 하지 못했다.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은 이 후보의 조폭 연루설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변호사 시절 이 후보가) 국제마피아파 조직원들에게 사건을 소개받고, 커미션을 주는 공생 관계였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김 의원 질의 내내 "흐흐흐" 소리 내 웃었다. "내용이 아주 재밌다"면서 "제가 실제로 이렇게 했으면 옛날에 다 처벌받았을 것이고, 이 자리에 있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후보는 이내 표정을 바꾸었다. "이래서 국회의원의 면책 특권을 제한해야 한다. 명백한 허위 사실로 명예를 훼손하고 대선에 부당한 영향을 끼치는 건 명백한 공직선거법 위반"이라고 반격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발끈했지만, '조폭 연루 의혹'은 흐지부지된 뒤였다.

이 후보가 '험한 말'을 참지 못한 장면도 있었다.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제기한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 "(일방적으로 주장할 거면) 기자회견을 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이 이 후보를 "대장동 의원"이라 부르자, "제가 진짜 화천대유의 주인이고 돈을 갖고 있다면 길가는 강아지에게 (돈을) 던져 줄지라도 (강기훈씨의) 유서대필 사건을 조작한 곽상도 의원 아들 같은 분에게 한 푼도 줄 수 없다"고 했다. 이 후보의 답변이 길다고 불평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에겐 "학예회하는 것도 아니고 답할 기회를 달라" "질문을 정확하게 했어야죠"라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여배우 육성 파일' 틀며 아수라장... 이재명 침묵

국감장이 아수라장이 된 순간도 있었다.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른바 '여배우 스캔들' 의혹 당사자인 배우 김부선씨의 육성 녹음 파일을 불쑥 틀었다. "나한테 솔직했던 것처럼 전 국민에게 (나와의 관계를) 솔직하게 고백하라"는 김씨 음성이 울려 퍼졌다. 국감 사회를 본 서영교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은 "꺼달라. 이건 질의가 아니다"라고 제지했지만, 서 의원은 듣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거세게 항의했다. 이 후보의 모습은 카메라에 잡히지 않았으나, 이어진 답변 시간 때 녹음 파일과 관련해서 아무 언급도 하지 않았다.

이낙연 측과 은근한 신경전... 이재명 "이낙연 구상 훌륭"

이 후보는 당내 대선후보 경선 경쟁자였던 이낙연 전 대표 측 의원들과 은근한 기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오영훈 민주당 의원은 '대장동 공방'의 맥을 끊고 이 후보의 대선 공약인 기본소득을 도마에 올렸다. 오 의원은 이낙연 대선캠프의 수석대변인 출신이다.

오 의원은 "민주당 정책기조엔 '보편복지를 기본으로 한다'는 내용이 적시돼 있다.기본소득 정책이 민주당 정강·정책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보편복지에 기본소득이 충분히 포함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오 의원이 각을 세우자, 이 후보는 "제가 하나를 정했다고 해서 끝까지 고집해서 가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물러섰다. 이낙연 전 대표의 '신복지 구상'을 "훌륭한 구상"이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이서희 기자
김세인 인턴기자
최재원 인턴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