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민심에 기름 부을라'…전세대출 규제, 결론 못 내는 금융위

입력
2021.10.18 18:0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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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추가대책, 다음 주로 밀릴 듯
전세대출의 DSR 적용 여부 두고 고심 거듭
"실수요자 보호" 文 지시에 맹탕 대책 나올 수도

17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은행에 대출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17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은행에 대출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정부가 전세대출 규제를 두고 장고에 들어가면서 가계부채 추가대책(추가대책) 발표도 다음 주로 밀리는 분위기다. 가장 큰 쟁점은 전세대출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여부다.

금융당국은 전세대출도 소득만큼 대출을 제한하는 DSR 규제에 넣으면 서민·실수요자 대출 한도가 확 줄 수 있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전세대출에 칼을 대지 않으면 가계부채 제어가 공염불에 그칠 수 있어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18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추가대책 발표는 이번 주에서 다음 주로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 안을 토대로 관계부처 논의, 당·정 협의를 거쳐야 하는데 21일 금융위 국정감사 일정 등을 고려하면 이번 주 공개는 물리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금융위도 추가대책 발표 시점을 당초 '이달 중순'에서 지난 14일 '이달 중'으로 수정해 공지했다.

추가대책에는 2023년 7월까지 3단계로 강화하는 DSR 40% 규제 적용 시기를 앞당기는 방안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DSR 40%는 연 소득 대비 대출 원리금·이자 상환액을 40%로 제한하는 규제로 지난 7월부터 차주별로 도입됐다.

남은 퍼즐은 전세대출에 대한 DSR 적용 여부다. 현재 전세대출은 상환할 돈(전세 보증금)이 있다는 이유로 DSR을 산정할 때 대출 원리금·이자 상환액에 포함되지 않는다. 여기에서 DSR 규제의 사각지대가 발생한다. 엄연한 '빚'인 전세대출을 DSR에서 제외하면 차주의 빚 갚을 능력을 정확히 측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세대출에 DSR을 적용했다가 서민·실수요자 '돈줄'이 막힐 가능성도 적지 않아 금융위는 아직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전세대출을 차질 없이 공급하라"고 한 문재인 대통령 지시도 금융위 부담을 키우는 모양새다. 가계부채를 억제하면서도 실수요자를 보호하겠다는 정책 목표는 서로 상반돼 절충점을 찾기 어려워서다.

이에 따라 금융위가 약한 강도의 전세대출 규제만 내놓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금융위는 이미 4분기 전세대출은 가계부채 총량 규제에서 제외하겠다고 했다. '전세대출까지 옥죈다'는 성난 민심에 올해 6%대 이내로 제시했던 가계부채 증가율 관리 목표를 철회한 셈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전세대출의 DSR 적용은 실수요자에 끼치는 영향력이 커 대책 발표 직전까지 고민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전세대출 규제 강도와 관계없이 서민·실수요자 피해는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권은 전세대출을 계속 공급하나 한도를 줄이고 있다. 전세대출을 전셋값 증액 범위 이내로 좁히는 식이다. 아울러 신용대출, 주택담보대출 등 전세대출을 제외한 다른 대출 상품 판매는 축소하고 있다.


박경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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