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맨친에 발목 잡힌 美 바이든... '청정에너지 증가' 기후대응 정책도 제동

입력
2021.10.18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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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친 "탄소감축 지지하나, 막대한 비용" 반대 뜻?
상원 50 대 50 구도... 맨친 반대 땐 통과 어려워
케리 기후특사 "파리기후협약 탈퇴와 같다" 비판
"가족 석탄사업 배당, 지역구 현실 외면" 비난도

중도 성향인 조 맨친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이 지난 7일 워싱턴 의사당 상원 회의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중도 성향인 조 맨친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이 지난 7일 워싱턴 의사당 상원 회의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핵심 공약 중 하나인 기후변화 대응 정책이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3조5,000억 달러 규모의 사회복지 예산 감축에 이어, 이번에도 원흉은 민주당 내 중도파로 분류되는 조 맨친 상원의원이다. ‘청정에너지로 탄소 감축을 달성하겠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청사진 실현을 위한 핵심 법안을 맨친 의원이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17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대통령의 청정에너지 프로그램 법안(CEPP)이 무산될 위기를 맞고 있다고 보도했다. 맨친 의원이 “CEPP를 예산안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과반의 찬성이 필요한 예산조정절차를 통해 CEPP를 인프라 법안(1조2,000억 달러 규모), 사회복지 법안(2조 달러 안팎으로 감축 예상) 등 핵심 의제들과 일괄 통과시키려 하는데, 공화당과 민주당이 상원 의석을 정확히 50석씩 양분하는 상황이라 맨친 의원이 반대표를 던지면 모두 물거품이 될 공산이 크다.

맨친 의원 대변인은 전날 발표한 성명에서 “세금으로 기업을 지원하는 데 우려를 표했다”고 밝혔다. 지난달에도 맨친은 “탄소 감축을 지지하지만 우리는 기술이 없고, 이로 인해 막대한 비용이 들 것”이라면서 기후변화 대응 정책에 부정적 입장을 표한 바 있다.

문제는 CEPP가 ‘바이든표 기후정책’의 핵심이라는 데 있다. 해당 법안 목표는 현재 40%가량인 미국 내 청정에너지 비중을 2030년까지 80%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청정에너지로 전환하는 업체에는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반면, 화석연료 사용을 고집하는 기업에는 불이익을 주겠다는 게 골자다. CEPP가 의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 바이든 정부의 기후위기 대책도 대폭 수정이 불가피하다.

물론 민주당 내에선 맨친 상원의원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우선 CEPP가 좌절될 경우 글로벌 차원의 기후변화 대책을 이끌어내기 힘들고, 그 결과 국제사회에서 기후 의제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도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다. 에반 한센 웨스트버지니아주 하원의원은 “미국 내에서 신뢰할 만한 기후변화 정책이 없는데, 지구촌의 진짜 변화를 이끌어내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달 말 유엔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6) 참석을 앞둔 존 케리 미국 기후특사도 AP통신 인터뷰에서 “의회가 중요한 기후변화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하는 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파리기후협약 탈퇴와 같은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맨친 의원의 ‘개인적 이해관계’를 의심하는 해석도 있다. NYT는 그의 지역구인 웨스트버지니아가 미국 내 최대 석탄, 가스 생산지라고 지적했다. 가족이 설립한 석탄 중개회사에서 맨친 의원이 50만 달러의 배당금을 받은 사실도 신문은 지적했다.

기후변화로 대규모 홍수가 발생 중인 지역구 사정을 외면한다는 비난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홍수를 연구하는 싱크탱크 퍼스트스트리트파운데이션이 11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웨스트버지니아는 루이지애나, 플로리다와 함께 홍수 위험이 가장 높은 주(州)로 꼽혔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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