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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인 제안했다"는 미국에 북한이 답할 때다

입력
2021.10.18 04:30
27면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북핵 수석 대표 회담에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 국가정보국(DNI) 국장의 연이은 방한 등 한미일 대북 정책 조율이 전에 없던 속도를 내고 있다. 19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북핵 대표 협의는 지난달 도쿄 회동 후 한 달 만이다. 비슷한 시기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은 애브릴 헤인스 DNI 국장, 다키자와 히로아키 일본 내각정보관도 서울에서 만난다. 앞서 윌리엄 번스 CIA 국장은 15일 문재인 대통령을 접견해 한반도 정세를 논의했다.

미 국무부가 북한에 구체적인 제안을 했다고 거듭 밝히는 가운데 정책 협의까지 활발해지는 것은 남북 또는 북미 대화 가능성이 커진 방증이다. 북한의 최근 태도 변화도 이런 기대를 높인다.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발언을 긍정 평가한 북한은 남북 통신선 복원에 앞서 남북 대화에 적극적인 태도를 비쳤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미국의 적대정책 철회를 의심하면서도 한미가 주적이 아니라고 했다. 코로나 이후 닫아 걸었던 국경을 열어 유네스코 의료 물자도 받았다.

미국의 대북 제안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보건, 방역 등 분야의 인도지원 의사를 전하면서 조건 없는 대화를 촉구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미는 대북 제재와 무관한 이런 지원을 위한 준비는 거의 마무리한 상태라고 한다. 다만 적대 정책과 이중기준을 문제 삼는 북한이 내심 원하는 것은 석탄, 철광석 수출금지 등의 제재 완화라는 점에서 대화 유인 효과가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다.

제재 완화는 우리 정부가 검토의 필요성을 이야기해왔다. 러시아 중국 주도로 최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논의했으며 유엔 북한인권특별조사관도 북한 경제의 어려움을 들어 "일부 해제"를 권고했다. 비핵화 없이 제재 해제도 없다고 선을 그어 온 미국이 북미 대화 주제로 이 문제를 다룰 수 있다는 미묘한 태도 변화를 보인 것도 주목할 만하다. 북한은 더 이상 대화를 피할 명분도, 실리도 없다. 미국의 제안에 호응해 2년 넘게 막혔던 비핵화 협상의 물꼬를 틀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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