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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하늘과 올림픽 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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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갑자기 추워지긴 했지만 요즘 하늘은 참 좋다. 공기가 깨끗해 먼 산도 가까워 보인다. 실제로 지난달 전국 초미세먼지 농도는 관측을 시작한 201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8㎍/㎥)를 기록했다. 지난해와 비교해도 30% 이상 감소했다.
□ 유독 올해 가을 하늘이 맑고 푸른 건 중국 공장들이 멈춰선 영향이 크다. 중국은 내년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 기간 중 푸른 하늘(올림픽 블루)을 위한 국가 총력전에 돌입했다. 시진핑 주석은 올림픽을 통해 국가적 자부심을 높여 장기 집권의 디딤돌로 삼을 참이다. 뿌연 미세먼지로 숨도 쉬기 힘든 상황이 전 세계로 방영되는 건 최악이다. 이미 중국 최대 철강 생산지인 탕산시엔 50% 감산 명령이 내려졌다. 3월만 해도 83㎍/㎥였던 베이징의 월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9월 18㎍/㎥까지 줄었다. 중앙정부는 각 지방에 에너지 소비를 더 줄일 것을 닦달하고 있다. 호주와의 갈등으로 석탄 수입도 부족하다. 이런 탄소 배출 억제 정책으로 전력난이 심해지며 공장 가동이 원활하지 않다.
□ 중국 반대쪽인 동풍이 많이 분 것도 한몫했다. 올가을엔 한반도 북쪽 고기압의 영향으로 찬 공기가 자주 유입되고 있다. 지난달 서울을 기준으로 보면 동풍의 빈도가 70%에 달했다. 물론 노후경유차 조기 폐차 등 국내 대기오염물질 발생도 감소했다.
□ 마음까지 상쾌해지는 가을 하늘을 언제까지 즐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중국 북부 지역은 정부 통제하에 중앙난방이 실시된다. 내달부터 난방이 본격화하면 미세먼지는 다시 늘어날 것이다. 올림픽 블루가 중요해도 인민들을 얼어죽게 할 순 없다. 그렇다고 석탄 난방 비중을 늘릴 순 없자 대안으로 떠오른 게 천연가스다. 중국 난방회사들이 천연가스 사재기에 나서며 가격은 연초 대비 3배가 됐다. 결국 다시 대체재인 석탄 수요도 커지고 있다. 중국의 친환경 정책이 글로벌 물가를 올리는 ‘그린플레이션’이다. 탄소 저감 정책으로 오히려 석탄 사용이 늘자 ‘화석연료의 복수’란 말도 나온다. 한파특보가 내려지고 첫 얼음도 얼었다. 대륙도 기온이 뚝 떨어지면 중앙난방이 빨라질 수 있다. 눈부신 가을이 사라지기 전 하늘을 더 자주 올려 봐야겠다. 겨울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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