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 이식, ECMO 활용하면 초기 생존율 80%까지 향상”

입력
2021.10.19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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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에게서 묻는다] 이진구ㆍ박무석 세브란스병원 폐이식팀 교수

국내 폐 이식 수술을 선도하고 있는 세브란스병원 폐이식팀 이진구(왼쪽)·박무석 교수가 "폐 장기 공여가 부족해 이식을 더 많이 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세브란스병원 제공

국내 폐 이식 수술을 선도하고 있는 세브란스병원 폐이식팀 이진구(왼쪽)·박무석 교수가 "폐 장기 공여가 부족해 이식을 더 많이 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세브란스병원 제공

폐 이식은 이식 수술 가운데 가장 어려운 수술로 꼽힌다. 숨을 쉬면서 폐가 공기에 노출되기에 오염되기 쉽기 때문이다. 최근 코로나19에 감염돼 폐 기능이 상실되면서 폐 이식 환자가 늘고 있다.

국내 최초로 폐 이식을 시행한 세브란스병원 폐이식팀 이진구 흉부외과 교수와 박무석 호흡기내과 교수를 만났다. 이들은 “국내에서 폐 이식 수술은 10개 병원 정도에서만 시행될 정도로 까다로운 수술”이라며 “에크모(ECMOㆍExtraCorporeal Membrane Oxygenationㆍ체외막 산소 공급 장치)를 활용해 폐 이식 수술을 시행하면 초기(수술 후 3개월) 생존율이 80%에 이를 정도로 수술이 발전했다”고 했다.

세브란스병원은 1996년 국내 최초로 폐 이식 성공 이후 지금까지 국내 폐 이식의 절반 가까이 시행하고 있다. 국내에서 시행된 폐 이식 수술(878건) 가운데 세브란스병원에서만 348건(2021년 10월 현재 총 415건)이 이뤄졌다.

세브란스병원은 또한 양쪽 폐 이식(2000년), 성인 폐ㆍ심장 동시 이식(2002년), 백혈병 환자 폐 이식(2011년), 에크모 이용 폐 이식(2013년), 간ㆍ폐 동시 이식(2015년), 콩팥ㆍ폐 동시 이식(2016년), 뇌사자 폐ㆍ생체 간 동시 이식(2019년) 등 이 분야에 새로운 역사를 계속 쓰고 있다.

-폐 이식은 까다로운 수술로 꼽히는데.

“폐가 장기 중에서 가장 커 이식이 쉽지 않은 데다 다른 장기 이식과 달리 인공 심폐기나 에크모를 활용해 수술할 때 혈액을 몸 밖으로 내보냈다가 몸속에 다시 넣어주어야 한다. 폐 이식 시 몸에 산소를 계속 공급해야 하므로 혈관과 기도를 잇는 단순한 개념을 넘어 혈액순환과 산소 공급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일부 대학병원에서만 폐 이식 수술이 이뤄지고 있다.

또한 몸속에서 보호받는 간ㆍ콩팥ㆍ심장과 달리 폐는 세균ㆍ바이러스 등에 노출되기 쉽기 때문이다. 또한 폐 이식에도 감염 위험이 있어 경험 많은 의료진의 섬세한 관리가 필요하다.

공여 장기 특성도 폐 이식을 어렵게 한다. 뇌사자 폐를 주로 이용하는데 이식이 불가능한 경우가 적지 않다. 뇌사자 판정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에 뇌사자 대부분이 인공호흡기를 착용하고 생명 유지를 위한 많은 약물이 투입되면서 폐렴 등 합병증이 많이 나타난다. 이럴 경우 폐 이식은 불가능하다.”

-폐 이식 수술은 어떻게 이뤄지나.

“폐 이식은 한쪽 폐만 이식하는 일측 폐 이식 수술과 양쪽 폐를 모두 이식하는 양측 폐 이식 수술, 심장ㆍ폐를 동시 이식하는 심폐 동시 이식 수술 등이 있다. 5시간 정도 걸리는 수술 후 환자는 중환자실을 거쳐 일반 격리 병실로 옮겨져 3~4주 치료를 받은 뒤 퇴원하게 된다. 수술 직후부터 거부반응을 예방하기 위해 면역억제제를 복용하게 된다. 평생 먹게 되는 면역억제제는 혈액검사와 방사선 검사, 폐 생검 등 거부반응 검사로 용량을 조절한다.”

-폐 이식을 받아야 하는 환자는.

“폐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이식을 할 수밖에 없다. 약물로 치료할 수 없는 만성 폐 질환을 앓으면서 폐 이식을 받지 않으면 1~2년밖에 살 수 없을 것으로 여겨지는 환자가 대상이다. 약물로 치료하지 못하는 만성 폐 질환으로는 특발성 폐섬유증, 폐고혈압증, 폐기종, 기관지확장증, 폐육종, 아이젠멩거 증후군 등이 있다.

이 중 특발성 폐섬유증 환자에게 폐 이식을 가장 많이 시행한다. 특발성 폐섬유증은 별다른 원인 없이 폐 조직이 딱딱해져 산소와 이산화탄소가 정상적으로 교환되지 않으면서 호흡곤란이 심해지는 병이다. 환자의 50% 정도가 3~5년 이내 사망한다. 치료제(퍼페니돈, 닌테다닙)가 개발됐지만 병의 악화를 막는 정도에 그치고 있어 특발성 폐섬유증을 앓으면 폐 이식을 받아야 한다. 특발성 폐섬유증의 발병 원인은 각종 유해 물질에 장기간 노출, 방사선 노출, 가족력 등이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다른 장기에 활동성 감염이 있거나, 암ㆍ간 질환ㆍ콩팥 질환 등을 앓거나, 영양 상태가 좋지 않거나, 고도 비만ㆍ정신 질환ㆍ중독성 약물 의존성 등이 있거나, 흉막 유착이 심하다면 폐 이식이 어렵다.”

-수술 후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

“몸의 면역 체계는 이식 장기를 이물질로 여기므로 이를 공격한다. 이런 거부반응을 막기 위해 면역억제제를 평생 먹게 되지만 그럼에도 거부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면역억제제를 먹으면 면역 기능이 떨어져 평소 별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세균이어도 이식 환자에게는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때문에 1~8주에 한 번씩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고 약 농도를 조절해야 한다.

합병증으로 출혈ㆍ급성 거부반응ㆍ감염증ㆍ급성 장기부전 등 급성 합병증과 만성 거부반응ㆍ만성 장기부전ㆍ감염ㆍ악성 종양 등 만성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스테로이드를 장기간 사용해 여드름 등 피부 질환, 당뇨병, 백내장, 위궤양 등이 나타날 수도 있다.”

-국내 폐 이식 수술 건수는.

“1996년 세브란스병원에서 처음으로 폐 이식 수술을 시행한 뒤 2009년까지 국내 폐 이식 수술은 연간 10건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고에 의한 폐 손상으로 2011년에 35건의 폐 이식이 시행된 후 빠르게 늘면서 2020년 150건이 이뤄졌다. 이 중 세브란스병원은 3분의 1가량(45건)의 폐 이식을 진행했다. 2010~2020년 국내 폐 이식 878건 중 세브란스병원은 348건의 폐 이식을 시행했으며, 1996년 이후 2021년 10월 11일까지 415명이 세브란스병원에서 폐 이식을 받았다.”

-폐 이식에서 중요한 것은.

“폐 이식에서 다양한 진료과와 다학제 치료가 필수다. 다양한 진료과가 오랜 기간 손발을 맞추며 얼마만큼의 시너지를 내느냐가 관건이다. 폐는 외부와 통하는 유일한 장기이므로 감염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감염내과와 협진을 통해 감염 위험을 낮춘다. 호흡기내과 의료진은 수술 후 필요한 항생제는 물론 이식 후 평생 복용하는 면역 억제제를 처방한다. 면역 억제제가 간이나 콩팥 기능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에 환자를 계속 모니터링해야 한다.

폐 이식 수술 중에서 어려운 케이스로 꼽히는 심장 부전을 동반한 심한 폐 기능 저하 환자에서는 수술 전 에크모로 보조해 환자 혈압 및 산소 포화도 안정을 유지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심장혈관외과ㆍ심장내과와 협력이 필수적이다. 이 밖에 응급 상황을 대처하는 중환자실 의료진, 환자 심리를 안정화시키는 정신건강의학과 의료진 등도 폐 이식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폐 이식 치료 성적은.

“폐 이식의 치료 성적은 수술 증례와 함께 향상됐다. 치료 성적이 호전된 요인은 수술 기법 발달과 여러 임상과의 협업으로 이식 후 합병증 감소 등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2013년 국내 처음으로 수술 중 인공심폐기 대신 에크모를 사용해 수술 후 출혈은 물론 수술 시간을 단축했다.

세브란스병원은 2015년 이후 연간 40~50건의 폐 이식을 진행하며 이식 전 환자 관리, 마취, 수술, 수술 후 중환자실 케어, 이식 전후 재활 등 모든 이식 과정에서 많은 경험을 쌓아 왔다. 의료진들이 각자 맡은 영역에서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며 마치 오케스트라의 완벽한 합주를 연상하게 한다.

세브란스병원의 폐 이식 치료 성적은 중증 환자의 비율이 외국에 비해 월등히 높은 상황에서도 이미 세계 심폐이식학회의 5년 생존율 50%를 넘어섰으며 조혈모세포 이식 후의 폐섬유화증, 기관지확장증 등 일부 질환에서는 5년 생존율이 60~70%에 이른다. 최근에는 수술 난도와 심장부전 관리의 어려움으로 국내에서 적극적으로 폐 이식 대상으로 여기지 않는 폐동맥 고혈압 환자에서도 수술 전후 에크모를 이용해 심장부전을 보조하며 좋은 성적을 기대하고 있다.”

-폐 이식과 관련한 연구 실적은.

“오랜 임상 경험은 견고한 연구 결과를 나타내고 있다. 중요 연구 성과로 손꼽을 수 있는 것은 폐 이식 수술에서 에크모 사용의 안정성을 입증한 것이다. 에크모를 사용하면 인공심폐기를 할 때보다 수술 후 초기 생존율이 20% 가까이 높다는 것을 보고했다. 이런 연구 결과는 폐 이식에서 에크모 사용을 표준으로 자리잡게 했다. 에크모를 사용하면 항응고제를 덜 써도 된다. 항응고제 사용이 줄면 출혈과 수술 시간을 줄고 환자 회복도 빠르다. 또 에크모 사용으로 기존에 폐 이식이 불가능했던 환자가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 밖에 폐 이식 환자의 장단기 생존과 예후 인자 분석, 감염과 생존, 콩팥 기능 저하 및 예후 인자, 동물 모형 연구, 재활 효과 연구, 다양한 폐 이식 후 부작용 극복을 위한 연구 등 국내 연구에서는 물론 새로운 연구 영역 개발을 위해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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