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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자업자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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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더불어민주당이 대선 경선 후유증에 허덕이고 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13일 경선 결과를 수용했지만, 극성 지지자들은 법원에 경선 결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여진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가 수습에 나섰지만 경선 과정에서 감정적 대립이 컸던 터라 원팀 정서를 회복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 논란을 낳은 ‘중도 사퇴 후보자의 득표 무효 처리’만 보면 사실 이 전 대표 측 주장이 더 합리적이다. 권리당원이나 선거인단이 정상적으로 투표권을 행사했는데도, 해당 후보자가 사퇴했다고 투표 자체를 없던 일로 하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다. 이는 1위 후보자에게 표를 몰아주는 효과를 낳아 후보자 간 담합도 가능케 한다. 당원들의 투표권을 훼손하고 결선 투표제 취지에도 어긋난다는 주장이 근거 없지 않다.
□ 문제는 민주당이 과거에도 이런 식으로 득표율을 계산해왔다는 점이다. 결선 투표를 치를 정도로 접전이 벌어지지 않아 부각되지 않았을 뿐이다. 1위 주자에 유리한 이 조항은 민주적 원칙보다는 정략적 차원에서 포함됐을 가능성이 높다. 이 전 대표 측이 경선 도중에 문제 삼았지만 시기적으로 너무 늦었다. 원칙에 맞지 않다면, 당 대표 시절에 손질했어야 할 사안이다. 더군다나 이 전 대표는 재·보선 원인을 제공한 선거에는 후보를 내지 않겠다는 당헌·당규를 바꾸면서 4·7 재·보궐 선거에 후보를 냈다. 당헌·당규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다 뒤늦게 원칙을 내세우는 모습이 씁쓸하다.
□ 일부 지지자들은 "다른 후보에 대한 비방 글을 내리자"는 조국 전 법무장관까지 성토하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송영길 대표 사퇴 청원도 올려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들을 향해 “일베와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던 송 대표는 15일 “부적절한 표현”이라고 물러서며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극성 지지자들의 문자폭탄과 세 몰이를 감쌌던 민주당이 이제 와서 그런 행태를 비판해본들 먹혀들기 힘들다. 이 소란은 원칙 없이 진영의 유불리만 계산하고 '같은 편이 아니면 적'으로 간주하던 행태가 낳은 자업자득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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