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출은 풀고, 신용은 묶고...  대출절벽서 시중은행 '투트랙' 전략

입력
2021.10.15 15:0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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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銀 연말까지 부동산·신용대출 중단
전세·집단잔금 등 실수요 대출만 예외

지난 14일 오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연합뉴스

지난 14일 오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연합뉴스

하나은행이 올 연말까지 전세대출을 제외한 부동산 관련 대출과 신용대출을 중단한다. 가계대출 증가세를 낮추라는 금융당국의 압박에 부동산 구입을 위한 자금 대출 문을 사실상 걸어 잠근 것이다. 전세대출 등 실수요자 대출은 풀어주되, 가계대출 총량 관리는 계획대로 하겠다는 금융당국의 방침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하나은행은 오는 20일부터 올해 말까지 △부동산(주택 및 상가·오피스텔·토지 등) 구입자금 대출 △신용대출 △비대면 대출(하나원큐 신용대출·하나원큐 아파트론)의 판매를 중단한다고 15일 밝혔다. 비대면 대출의 경우 오는 19일 오후 6시부터 판매가 중단된다. 주요 시중은행 중 신용대출을 중단하는 건 하나은행이 처음이다.

단 △전세자금 대출 △집단잔금 대출 △부동산담보 생활안정자금 대출 △오토론 및 새희망홀씨 등 서민금융상품 판매는 지속하기로 했다. 하나은행 측은 "가계대출의 안정적인 관리를 위해 일부 대출 상품의 판매를 중단한다"며 "특히 부동산 구입이나 주식투자 등 실물자산으로 지나친 유동성이 유입되는 것을 억제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런 조치는 전날 금융당국이 전세대출에는 손을 대지 않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전세대출은 연말까지 안정적으로 공급하겠다"며 4분기 가계부채 총량 관리 대상에서 전세대출을 제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은행도 적어도 올 연말까지 무주택 실수요자가 많은 전세대출에 집중하는 대신 신용대출 등은 묶는 '투트랙 전략'을 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8월 부동산 관련 대출을 전면 중단했던 NH농협은행도 오는 18일부터 전세대출을 재개하기로 했고, 최근 대출 한도를 조였던 신한, 우리은행도 내주 정상화 방침을 밝힌 상태다.

하지만 앞서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죄기 방향 자체에는 변함이 없다는 뜻을 재확인하면서, 은행들이 전세대출을 제외한 부동산 및 신용대출을 추가로 중단할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앞서 지난 7일 카카오뱅크는 신용대출을 포함해 대부분의 대출 상품 취급을 연말까지 중단(중·저신용자 대출은 제외)하기로 했고, 토스뱅크 역시 금융당국이 권고한 올해 대출 한도(5,000억 원)를 소진하며 신규 대출을 중단한 상태다.

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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